현지시간 3일 FA-50 12대 공급 계약 체결
중국과 남중국해 분쟁 격화에 11년만 재구매
올해 사상 최대 매출·영업익·수주고 예고
새 정부 출범에 K방산 수출 재가동

[한국경제TV 배창학 기자]
<앵커> K방산이 새 정부 출범 첫날 1조 원짜리 수출 축포를 쏘아 올렸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필리핀과 총 1조 원 규모의 FA-50 전투기 12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의 방산 수출입니다.

방산인사이드 배창학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배 기자, KAI가 10여년 만에 또다시 필리핀에 전투기를 납품한다고요?

<기자> KAI가 필리핀 국방부와 현지시간 3일 총 7억 달러, 우리 돈 약 1조 원에 달하는 FA-50 경공격기 12대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K방산이 올해 들어 달성한 수출 성과 가운데 가장 큰 규모입니다.

KAI는 필리핀에 지난 2014년에도 FA-50 12대를 판매했습니다.

계약금은 4억 달러로 우리 돈 5,500억 원 상당이었습니다.

이번에도 같은 대수를 파는데, 가격은 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10년간의 물가 상승률이 반영된데다 'MRO'라는 수리 서비스도 제공하기로 추가 비용이 발생한 겁니다.

KAI가 동일 기종을 같은 나라에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필리핀이 FA-50의 성능에 만족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FA-50은 미군이 도입을 검토 중인 T-50 훈련기 기반의 전투기입니다.

동급 모델 대비 뛰어난 가성비로 전 세계에서 인기몰이 중입니다.

실제로 폴란드, 말레이시아와 같은 대륙별 주요국들도 자국 군에 전력화해 운용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은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격화되자 해상은 물론 FA-50을 중심으로 공군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이 글로벌 톱티어사들의 신형 제품 대신 10년 넘게 쓰고 있는 FA-50을 재낙점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수출 소식이 들린 직후 전임 정부 때 선임됐던 강구영 KAI 사장은 사의를 표명하며 후임자가 오는 대로 임기를 마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지난해까지만 해도 KAI는 국내 다른 방산업체들과 달리 나홀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는데요.

올해는 달라질 수 있는 겁니까?

<기자> 뚜껑은 열어 봐야겠지만 연내 들릴 좋은 소식들이 많은 만큼 실적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KAI가 지난해 낸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줄었습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다른 기업들과 대조되는 모습이었습니다.

부품 생산부터 조립까지 해 출고하는 군용기 즉 완제기가 실적을 끌어내렸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사업 보고서를 살펴 보니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요인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지난 2022년 폴란드에 FA-50 12대를 수출한 것을 끝으로 예정됐던 수주 건들이 지연되면서 역기저 효과가 났습니다.

또 고객사인 미국 보잉의 파업에 따라 기체 구조물 생산량이 축소되면서 매출이 줄었습니다.

특히 FA-50을 팔면서 수행하게 된 이라크 공군 기지 재건 프로젝트에서 손실이 발생한 점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KAI는 올해 수주를 바탕으로 창사 이래 최고 매출과 영업익, 수주 잔고를 거두겠다는 목표입니다.

실제로 이번 필리핀 수출 건이 분위기 반전의 신호탄이 되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KAI가 오는 하반기 이라크와 아랍에미리트에 조 단위에 이르는 헬기들도 수출 할 것이라고 전망 주입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AI의 올해 매출은 약 4조 1천억 원, 영업익은 3,270억 원으로 작년과 비교해 각각 12%, 36% 늘어날 것으로 추정됩니다.

<앵커> 그동안 정부의 방산 컨트롤 타워 부재가 기업들의 발목을 잡았는데요.

이번 수출을 정상화로 가는 출발점이라고 보면 되는 걸까요?

<기자> 지난해 비상 계엄을 기점으로 K방산은 국가 컨트롤 타워의 부재로 수출이 지연되는 등 여러 고초를 겪었습니다.

방산은 산업 특성 상 국가 간 거래 성격을 띠기 때문에 상대국들이 차기 대통령이 당선되고 국방 장관이 임명되면 도장을 찍겠다고 계약을 미룬 겁니다.

오늘(4일)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방산 수출을 위한 컨트롤 타워가 만들어지고 대통령 주재 회의도 정례화되면서 수출에 힘이 실리게 되었습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KAI뿐 아니라 현대로템의 60억 달러, 우리 돈 약 9조 원의 폴란드 K2 전차 2차 계약 협상이 이르면 이달 끝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도 원팀으로 8조 원 규모의 폴란드 잠수함 건조 사업 '오르카' 수주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폴란드가 이달 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연내 최종 사업자를 정하기로 한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앵커> 방산인사이드 배창학 기자였습니다.
배창학 기자 baechanghak@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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