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대화 재개 가능성에 주가 ↑
"엔비디아, 중국 잃으면 성장 차질
어려움 커도 중국 포기는 못할 것"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 소재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에서 연설하고 있다. 버클리=로이터 연합뉴스
인공지능(AI) 칩 제조사 엔비디아가 3일(현지시간)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되찾았다. 대(對)중국 AI 칩 수출 강화 영향으로 내림세였던 엔비디아 주가는 미중 관계 개선 가능성에 힘입어 다시 솟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도 엔비디아가 중국을 포기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2.8% 상승 마감했다. 지난 1월 24일 이후 4개월 여 만의 최고치다. 그 결과 시총도 3조4,440억 달러(약 4,733조 원)로 불어나며 1위로 올라섰다. 기존 1위였던 마이크로소프트(약 3조4,410억 달러)는 2위로 밀려났다.
엔비디아 주가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 저사양 AI칩 H20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다고 엔비디아에 통보한 것을 계기로 쭉 미끄러졌다. H20은 엔비디아가 미국의 규제에 맞춰 중국 시장만을 위해 따로 개발한 제품이다. 중국 시장이 아닌 지역엔 사실상 판매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는 H20 재고를 전부 비용 처리해야 했고, 2∼4월 매출은 45억 달러 줄었다. 규제가 없었다면 다음 분기(5~7월) 매출 예상치도 450억 달러보다 80억 달러 많은 530억 달러에 달했을 것이라고 엔비디아 측은 밝혔다.
그럼에도 2~4월 매출(440억6,000만 달러)이 시장 예상치를 웃둘며 주가는 반등했다. 여기에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이날 "조만간 미중 정상 간 대화를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1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대중 칩 수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 올린 것이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월가는 엔비디아 연간 매출이 올해 2,000억 달러를 넘고 2028년에는 3,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 시총은 이 같은 예측이 선반영된 것이다. 중국 시장을 잃으면 장기적 매출 성장이 어려울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시총도 빠질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에 AI 칩을 팔기 위해 겪어야 하는 온갖 어려움을 고려하면, 왜 이 회사가 중국 시장에 집착하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며 "그 이유는 간단하다. 포기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엔비디아가 중국 AI 시장에 부분적으로라도 복귀할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의 규제를 철회하거나 대폭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WSJ는 진단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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