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질자원연구원
충북 보은군 국도변에 콘크리트 비탈면 생태복원기술을 시공한 뒤 7개월이 지나자 식물이 풍성하게 자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한국은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이기 때문에 건설 사업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콘크리트 비탈면’이 발생한다.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콘크리트 비탈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친환경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은 김재곤 광물자원연구본부 자원환경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기존 숏크리트의 구조적 기능을 유지하면서 생태계 복원이 가능한 ‘콘크리트 비탈면 생태복원기술’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숏크리트는 시멘트, 모래, 물을 섞은 모르타르를 압축공기로 뿜어 굴착면에 분사하는 공법이다.
비탈면은 절리(갈라진 틈), 급경사, 산성 배수 등의 문제로 안정성 위협을 받는다. 비탈면 안정성을 확보하는 기술적 해결책으로는 숏크리트가 있다. 비탈면 풍화와 붕괴를 막는 공법이다.
문제는 숏크리트도 시간이 지나면 노후화돼 유지관리가 어려워지며 경관과 생태계를 훼손한다는 점이다. 숏크리트는 새롭게 심은 식물들이 뿌리 내리는 것을 방해하고 수분 공급을 차단하며 알칼리, 암모니아, 중금속 등 식물에게 해로운 물질을 용출시킨다.
연구팀은 기존 숏크리트의 구조적 기능을 유지하면서 생태복원이 가능한 콘크리트 비탈면 생태복원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 기술은 콘크리트 뒷면에 있는 암반 혹은 토사에서 식물로 수분을 공급하는 ‘배수공 설치’, 알칼리 중화·중금속 불용화·칼슘 코팅층 형성을 유도하는 처리제 살포를 통한 ‘콘크리트 표면 처리’, 콘크리트에서 식물 뿌리로 상승하는 알칼리와 중금속을 중화시키는 ‘알칼리 중화층 조성’, 보습력과 영양분 함량이 높아 식생의 원활한 정착을 유도하는 ‘식생기반층 조성’ 등 4단계로 이뤄진다.
연구팀은 개발한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과 현장 실증을 완료했다. 실증은 충북 보은군 국도변 숏크리트 시공 비탈면에서 진행됐으며 경관 개선, 생물 다양성 증진, 유지관리 비용 절감 등의 긍정적 효과가 입증됐다.
기술이 상용화되면 식물이 콘크리트 비탈면에 안정적으로 정착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건설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친환경 기술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콘크리트 비탈면 생태복원 기술은 단순한 구조적 복원을 넘어 콘크리트로 인한 생태계 단절과 환경 훼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과학적이고 친환경적인 대안”이라며 “앞으로도 자연 환경과 기술을 융합하는 친환경 연구를 통해 다양한 생태적 가치를 회복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