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65세 이상 노인 임플란트 건보 2개서 확대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시 재정 부담 커져
李 "의료쇼핑 등 통제하면 건보 재정 절감"
'치매머니' 공공신탁…난임 유급휴가 2일↑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국민 개표방송 행사에서 꽃다발을 받은 뒤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6.04.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국민의 기본적인 삶은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사회로 나아가겠다. 주거, 의료, 돌봄, 교육, 공공서비스 같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모든 권리를 최대한 실현하고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기본사회를 열어가겠다."

이재명 21대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후보 시절부터 모든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기본사회'를 제시해 왔다. 국가가 노동, 주거, 보건의료, 돌봄, 여가문화, 교육, 교통, 통신, 에너지 등을 직접 책임지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국민 1인당 기본소득을 지원하겠다는 공약 대신 아동, 어르신 등 생애주기별 복지를 탄탄히 다지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동수당 18세까지 확대…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공약집에는 아동, 어르신, 장애인 등을 포용하는 다양한 복지 정책 등이 담겨있다. 아동과 관련해서는 아동수당을 18세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아동수당은 2018년 아동 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돼 만 8세 미만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원이 지급되고 있다.

하지만 도입 이후 지원액이 현재까지 동결돼 있어 물가 상승을 고려할 때 양육비 부담 경감 효과가 작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연령 상향에 따른 재정 소요는 확대될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추계에 따르면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18세까지 확대하면 2026~2030년 향후 5년간 현재보다 약 24조원이 더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만약 지급 연령 확대와 함께 아동수당 금액을 20만원으로 올리면 올해부터 2029년까지 5년간 71조7000억원이 투입돼야 한다. 현재 제도를 유지할 때보다 약 60조원, 연평균 12조원이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의 생활 안전망을 강화해 '빈곤층 제로' 사회도 실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추진하고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자격 기준 및 보장 수준을 단계적으로 상향한다.

부양의무자는 경제적으로 다른 가족을 부양할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보통 1촌 직계혈족인 부모, 자녀 및 배우자 등을 의미한다. 부양의무자의 연 소득이 1억3000만원 이상이거나 일반재산이 12억원 이상인 경우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대상에서 제외된다.

근로장려금(EITC)과 자녀장려금(CTC) 대상 및 지급액도 늘려 근로 저소득층의 자립 기반을 확대한다. 또 한부모가족의 아동양육비 지원 및 소득 기준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아동양육비 지원금을 상향하는 등 한부모가족 복지급여도 강화한다.

어르신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안전 통학 지킴이, 안심귀가 도우미 등 공공 일자리를 늘리고 경로당 등 노인여가복지시설 지원도 확대한다. 현재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2개로 제한된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장애인과 관련해서는 '장애인 권리 보장법'을 제정하고 장애인 복지 확충을 위한 '2035 국가장애전략'을 수립하겠다는 구상이다. 장애인 교통수단과 특수학교 확충, 장애인주치의제도 확대 등 이동권, 교육권, 건강권 보장도 강화한다.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지원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장애인 연금 지급 대상 확대 및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 일자리도 늘린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어린이들이 서울 한 유치원으로 등원하고 있다. 2023.01.31. jhope@newsis.com

요양병원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재원 마련은 물음표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는 이 대통령의 핵심 돌봄 공약이다. 요양병원 입원환자에 대한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으로 사적 간병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목적이다. 요양병원형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인력배치 기준도 확립한다.

현재 요양병원에 입원하면 간병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전부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하루 간병비는 12만~15만원 수준이라고 하면 한 달에 수백만원이 들어가는 상황이다.

다만 요양병원 간병비를 급여화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건강보험 재정이 매년 15조원 소요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 시절 지난달 23일 토론회에서 "의료보험 재정지출 중 경증인데 많은 병원을 이용하는 의료쇼핑 등을 통제하면 상당 정도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입원이 필요 없지만, 돌봐줄 사람이 없어 요양병원에 머무는 '사회적 입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요양병원 입원 등급 결정의 신뢰성을 확보해 부적절한 장기 입원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300병상 이상 급성기병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수술·중증 환자 간병 부담을 완화하고 공공 의료기관과 지역 거점병원을 전면 확대해 의료서비스 격차 해소도 꾀한다. 간병인 양성체계를 마련하고 요양병원과 장기 요양시설에 대한 기능도 재정립할 계획이다.

또 노인·장애인·병약자 등이 시설에 입원하지 않고도 살던 곳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 체계도 구축한다. 병원 또는 시설에서 퇴원한 어르신들이 가정과 같은 편안한 환경에서 머물며 생활할 수 있는 지원 주택도 도심지역에 촘촘히 확충할 계획이다.

방문 진료, 방문 재활, 방문요양, 방문 가사, 주간·야간·단기 보호, 영양식 식사 지원 등 재가 서비스를 대폭 늘리고 지역사회 통합 돌봄 대상을 중증장애인과 정신질환자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노인맞춤형 가사 돌봄서비스. (사진=전남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치매머니' 공공 신탁제도 도입…난임 유급휴가 2일서 확대

이 대통령은 고령자 복지주택을 확대하고 치매·장애 등으로 재산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의 재산을 공공기관이 맡아 관리하는 공공 신탁 제도도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신탁 신청 및 이용에 드는 비용은 무료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고령 치매 환자는 2050년 397만명으로 늘어나며 이들의 자산인 '치매머니'는 48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기관은 신청자의 신탁재산을 관리할 뿐 아니라 신청자의 욕구 및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생활 지원 서비스도 지원하게 된다.

아울러 난임부부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유급휴가 일을 현행 2일에서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난임 조기 예방을 위한 남녀 난소기능 검사, 부인과 초음파 검사, 정액검사 등 기초 검사를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포함하기로 했다. 난임·우울증 상담센터는 전국 광역 단위로 확충하는 등 심리적 안정도 돕는다.

정부가 어린이에게 펀드를 가입해주고 정기 입금하는 방식의 '우리아이자립펀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신혼부부 결혼과 출생 지원금 대출 등 지원도 확대한다. 자녀 양육에 따라 늘어나는 생활비를 고려해 자녀 한 명당 신용카드 공제율을 5%포인트(p) 확대하고(최대 20%), 공제 한도도 100만원 상향을 추진한다.

외로움 정책을 전담할 차관도 지정한다. 외로움 인구 실태 파악과 원인 분석, 대응 정책 수립 등을 담당하는 등 '뉴노멀' 현상 대응 정책 콘트롤타워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청소년, 중장년, 노인, 1인 가구 등 주요 집단별 외로움 대응 정책도 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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