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NATO 정상회의 참석 여부 주목
외교부, 곧바로 APEC 초청장 작성 예정
이재명 대통령이 4일 당선이 확실시된 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당 주최로 열린 국민개표방송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4일 국가원수가 된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일정은 빠듯하게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12·3 비상계엄 이후 6개월간 정상외교 공백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출범과 통상 전쟁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사실상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곧바로 최대 경제 현안인 한미 관세 협상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한미 정상 간 통화 및 정상회담 준비에 착수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당장 미국과의 관세 협상 전면에 나서게 됐다. 백악관은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인 모든 국가에 오는 4일까지 최상의 제안을 제시하라는 서한을 보냈다고 3일(현지시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전 세계 무역 상대국에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우리나라에 25%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오는 7월 9일까지 유예된 상태로,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별 협상을 통한 관세 확정을 예고한 바 있다. 한미 양국은 장관급·실무급 협상을 이어오고 있었지만, 의사결정권자와 직접 상대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성상 이 대통령이 곧바로 접촉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당장 전략을 마련하고 한 달 남짓한 짧은 시간동안 미국을 설득할 묘수를 찾아야 한다.
또 취임하자마자 국제외교 무대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정상이 대거 참석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캐나다에서 오는 15~17일 열린다. 이 대통령이 참석할 경우 곧바로 주요국 정상과 대면해 사실상 상견례하고,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은 G7 회원국이 아니지만 2021년 영국의 초청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3년 일본 초청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각각 참석한 바 있다. 다만 캐나다는 아직 우리나라에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기자들과 만나 “G7은 아직 초청되지 않은 것 같다”며 “지금 참석 여부를 판단할 때는 아니고 정부 부처의 책임자들과 상의해 볼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는 24~25일 네덜란드에서 개최된다. 나토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인도-태평양(인태) 지역과 안보 협력 강화를 목적으로 2022년부터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까지 인태 4개국(IP4)을 초대해왔다. 외교가에선 이 대통령이 나토 회의에 참석할 경우 12·3 비상계엄 이후 우리나라 상황을 설명하고 각국과 본격적인 관계 설정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해당 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을 확정한 만큼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이 대통령 참석도 적극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당선이 확실시된 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당 주최로 열린 국민개표방송 행사에 참석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정부 시대 한일관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일정 또한 이달 중 예정돼 있다. 먼저 오는 22일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관련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에 앞서 16일 서울에서 주한일본대사관이 한일 국교정상회 60주년을 기념해 리셉션을 여는데, 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밖에 8월 15일 광복절 이 대통령의 대일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 나올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앞서 외교안보 정책 발표문에서 “한미일 협력을 견고히 하겠다. 일본은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선 한일 관계를 놓고 “친일이냐 반일이냐 하는 양자택일 방식이 아니라 지혜롭게 접근해야 한다”며 “과거를 직시하고 미래지향적으로 한일 관계를 풀어간다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원칙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수행할 가장 중요한 외교 일정은 단연 10월 말 경북 경주시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다. 개최국 지위로 직접 행사를 주도하는 데다, 다음 개최국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의 참석이 유력하고, 트럼프 대통령 참석도 점쳐지고 있다. 이에 이 대통령과 외교부는 APEC 정상회의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외교부는 앞서 신정부가 출범하는 대로 APEC 정상회의 초청장을 회원국에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초청장은 국가원수인 이 대통령 명의로 발송된다. 외교부는 매년 열리는 정례행사이기 때문에 모든 회원이 올 것으로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외교 기조로 한미 동맹, 한미일 협력을 바탕으로 중국·러시아와 균형 외교를 추구하는 ‘실용주의 외교’를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당선 전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주변국가 관계 설정과 관련한 질문에 “한미동맹이라는 외교의 가장 근간이 현실적으로 있고, 매우 중요하게 평가되고 있다. 앞으로도 확대·심화·발전시켜야 한다”며 “그렇다고 다른 국가와의 관계를 적대시할 필요는 없다. 국익에 맞춰 대만이든, 중국이든, 러시아든 협력할 영역이 있으면 협력하고 잘 관리해나갈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섣불리 ‘친’ 또는 ‘반’의 선입견이 따르지 않게끔 신중하게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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