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소년공 출신 인권 변호사 이력 주목
“공장 노동으로 청력 손상과 팔 장애 등 겪어”
AFP “한국 정치 엘리트와 확연히 다른 배경”
“유연근무제, 상속세 개혁 등 실용주의 추구”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이 부인 김혜경 여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당 주최로 열린 국민개표방송 행사에 참석해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외국 언론들은 3일 치러진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자 이 후보의 삶과 정치역정, 향후 과제 등을 집중 조명했다.
외신들은 계엄과 탄핵 사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돼 한국에서 조기 대선이 치러지게 되자 일찌감치 이 당선인을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꼽아왔다.
AP 통신과 CNN 방송 등 주요 외신들은 당선이 확정되자 이 당선인이 집안 형편이 어려운 소년공으로 사법고시에 합격, 인권 변호사를 거쳐 정치에 입문했다며 그의 이력을 소개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 당선인에 대해 “산골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화학 공장에서 노동하며 자랐다”며 “이러한 일로 청력 손상과 팔 장애 등을 겪었다”고 전했다.
CNN 방송은 “가난한 가정 출신의 미성년 공장 노동자였던 그는 인권 변호사가 된 뒤 정치에 입문했다”며 “인구 약 100만명의 성남시 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냈고,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아슬아슬하게 패한 후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고 보도했다.
AFP 통신은 “가난에서 성공으로 이어지는 개인사는 많은 한국 정치 엘리트들과는 확연히 다른 배경을 보여준다”며 “소송과 스캔들, 무장 군인, 흉기를 든 괴한조차도 그가 공장 노동자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직 문턱까지 올라서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영국 BBC 방송은 “가난한 성장 배경은 한국 상류층으로부터 조롱받기도 했다”면서도 “밑바닥부터 정치 경력을 쌓아 올린 그의 성공은 노동 계층 유권자들과 정치 엘리트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얻었다”고 소개했다.
이들 외신은 이 당선인이 지난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근소한 차이로 졌으며 2024년 1월 흉기에 목을 찔리는 습격을 당했다는 사실도 조명했다. 또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당시 야권의 신속한 대응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지지자들이 3일 밤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되자 국회 앞에 모여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
CNN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 병력을 국회에 파견했을 때 (이재명 당선자는)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며 “그는 병력을 뚫고 국회에 진입해 계엄 해제를 시도한 의원 중 한 명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울타리를 뛰어넘어 국회에 들어가는 모습을 실시간 영상으로 방송했는데, 이 영상은 수천만 회 이상 조회되며 화제가 됐다”고 덧붙였다.
BBC도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계엄을 선포한 직후 이 당선인은 생방송을 통해 국민에게 국회로 모여달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이에 수천 명의 시민이 국회로 모여 경찰과 충돌하고 군부대를 막았으며, 야당 의원들도 계엄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국회 담을 넘었는데, 이 당선인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고 덧붙였다.
외신은 이 당선인이 정책적인 면에서 좌파 성향에서 중도 쪽으로 이동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과거 이 당선인은 자신을 (스스로 민주사회주의자라고 칭하는) 버니 샌더스와 비교하기도 했지만 지난 대선 이후 기본소득 도입과 같은 계획을 철회하거나 완화하면서 중도 쪽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럼에도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 가계 지원을 위한 정부 지출 확대, AI 산업 발전을 위한 국가 지원, 재벌 총수 일가의 지배력 약화 및 소액 주주 권리 강화 등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로이터 통신도 “이 당선인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몇몇 정책에서 메시지를 완화했다”며 “기본소득 같은 과거의 강력한 공약은 후퇴했고, 대신 기업들이 선호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 완화, 상속세 개혁, 국내 생산 유지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등 실용적 이슈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이 당선인이 여러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는 점 등 그를 둘러싼 논란도 언급했다.
CNN은 “그는 여러 논란에도 휘말려 있다”며 “현재 몇 건의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CBS 방송은 “한국에서 대통령은 내란이나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로부터 상당한 정도의 면책 특권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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