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금융 부문 공약/그래픽=윤선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21대 대통령 당선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향후 금융정책에도 변화가 예고된다. 대선 공약에 따라 당장은 71조원에 달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코로나 빚'에 대햔 채무조정 및 탕감이 진행된다. 1800조원을 넘어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낮추기 위한 금리산정 체계도 근본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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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도래하는 71조 '코로나 빚', 빚 탕감과 배드뱅크 설립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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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후보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대통령에 취임하기 때문에 금융정책 공약도 속도감있게 현실화 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과정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코로나 대출'에 대한 종합대책이 가장 먼저 나올 수 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421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약 20%에 달하고 코로나 19 사태 이후 자영업자 빚이 빠르게 부실화 하고 있는 '벼랑 끝' 상황이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에 대해 만기연장·상환유예 제도를 시행해 왔다. 처음에는 6개월 단위로 만기 연장을 했다가 지난 2023년에 만기를 일시에 2년 연장했다. 이에 따라 올해 9월이면 약 71조원에 달하는 '코로나 빚'이 일시에 만기가 도래하는 상황이다.
이 후보 공약에 따라 '코로나 대출'에 대해서는 채무조정부터 원금 탕감까지 '특단의 대책'이 단계적으로 시행될 수 있다. 특히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새출발기금의 조건 등을 대폭 완화해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이 현실화 할 수 있다.
새출발기금은 2022년 10월부터 시행 중인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 대상 채무조정프로그램으로 3개월 이상 장기연체에 빠진 부실 차주와 폐업자, 6개월 이상 휴업자,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이용차주 등을 대상으로 만기를 연장해주거나 원리금을 70% 감면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3월 기준 누적 신청 금액은 19조3684억원에 달했지만 실제 채무 조정을 한 금액은 28%(5조5019억 원)에 그쳤다.
출범 당시 30조원이 목표였지만 신청액이나 채무조정 금액 실적은 저조하다. 금융당국이 대상 차주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긴 했지만 무담보 신용대출 중심에다 채무조정까지 길게는 수년이 걸리는 만큼 한계점이 많다. 이 후보가 "실질적인 탕감이 필요하다"고 밝힌 만큼 새출발기금의 이용 요건이나 대상 등이 대폭 낮아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가 언급한 '배드뱅크 설립'으로 대규모 원금 탕감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주도의 배드뱅크가 자영업자의 부실 자산을 매입한 뒤 이를 처분하고, 운용손실은 정부 재정으로 보전하는 방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만 "이자 감면이 아닌 원금 탕감 중심의 채무조정이 5년 주기로 반복될 경우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 문제가 심각해 질 수 있다"며 "빚을 갚지 않았다는 과거 기록이 완전히 삭제된다 해도 금융회사가 여러 방법을 통해 과거 이력을 알아낼 수 있는 만큼 빚 탕감 이후 재기까지 하는 것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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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조 가계빚 완화 대출금리 산정체계 개편...금융위·금감원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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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조원에 달하는 가계 빚의 원리금 상환부담 완화 방안도 나온다. 이 후보는 대출금리 산정시 가산금리 항목에 포함된 출연금, 보증료, 교육세 등을 제외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가산금리 항목이 축소되면 대출금리 부담이 완화돼 가계빚 상환도 수월해 질 수 있다는 취지다. 코로나19 이후 가계대출이 급증한 가운데 은행권은 지난해 기준 22조원 규모의 사상최대 순익을 기록한 만큼 가계빚 부담 완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게 이 후보의 논리다.
다만 실효성을 두고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은행 대출금리는 조달금리에 가산금리, 가감조정금리(우대금리) 등으로 구성된다. 가산금리를 낮춘다고 해도 은행이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식으로 대출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방법이 가능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증료나 출연료, 교육세 등을 대출금리에서 제외해도 결국 은행이 어떤 식으로든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기 때문에 업무 원가에 반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결국 소비자에 전가되기 때문에 근본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금융당국 감독체계 개편도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 이 후보는 "기재부의 예산 기능은 분리할 필요가 있겠고 해외 금융정책은 기재부가, 국내 금융 정책은 금융위가 하는 게 (맞지 않다)"라며 "금융위가 감독도 하고 정책도 하며 업무가 뒤섞여 있어서 분리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현재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각각 국제금융과 국내금융을 맡고 있다. 국내금융의 경우 금융산업과 감독정책은 금융위원회가, 감독행정은 금융감독원이 관할한다. 이 후보의 구상대로라면 국내금융과 국제금융이 합쳐지고 감독정책과 감독행정은 한 기관에서 맡아야 한다. 여기에 더해 대선 공약에 따라 금감원 관할의 금융소비자보호 기구의 검사기능이 신규 부여되고 분쟁조정 결과에 대한 법적인 구속력이 추가 될 수 있다.
과거 대선 과정에서도 다양한 방식의 감독체계 개편안이 논의됐으나 한계점과 실효성 논란으로 결국 유야무야됐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러나 "이 후보가 감독과 정책 등 세부 방향을 직접 언급해 어떤 식으로든 체계 개편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제도적인 변화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소비자 보호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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