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AI데이터센터 시작부터 난관, 인재 유출 가속화 우려도
전문가 "AI 기술 격차는 '구조적 과제'... 다층적 정책 필요"
전문가가 바라본 주요 AI 정책 과제/그래픽=김현정
새 정부가 출범한 가운데 앞선 유세전에서 후보들이 선거 막판까지 강조한 'AI(인공지능) 3대 강국'을 위해선 인프라 확충과 인재확보에 집중한 종합적 정책설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업계와 연구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AI생태계는 연구 인프라와 인재 확보량이 미국, 중국 등 AI 최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처진 상황이다. 집중적인 정책지원 없이는 판을 뒤집기 힘든 상황으로 새 정부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다층적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과학기술정책 싱크탱크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지난달 28일 열린 'AI기술 격차' 포럼에서 "AI기술은 막대한 에너지 자원을 요구하기 때문에 전력망 용량의 한계, 인프라 구축에 소요되는 준비기간 등이 AI산업의 주요 병목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로서는 갈 길이 멀다. 먼저 정부가 2조5000억원 규모 투자를 약속한 'AI국가컴퓨팅센터'부터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사업자 모집에 기업이 한 곳도 나서지 않아 유찰됐기 때문이다. 유찰 배경엔 사업으로 인한 이익보다 위험요소가 크다는 기업의 셈법이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컴퓨팅센터에 대한 민간수요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 성패에 따른 책임 떠넘기기, 정부의 간섭이라는 악조건이 붙었다.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나아가 정치권에서는 AI데이터센터를 전국 단위로 확대하겠다고 나섰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데이터센터 공포'로 인한 주민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에서 인체에 해를 미칠 수준의 전자파와 화학물질이 나온다는 우려가 크다. 과학기술계에선 "근거 없는 괴담"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하지만 시민의 불안감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AI전문 인력난도 문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지난해 국내 AI기업 2300여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업의 81.9%가 "AI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약 8000명의 인력이 수요에 비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AI분야를 전공한 최상위권 학생이 고연봉의 미국 빅테크(대형 IT기업)으로 떠나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인력유출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AI 관련 과제들이 산적한 건 'AI정책 컨트롤타워 부재' 탓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9월 국가 AI정책 최고심의기구로 대통령직속 국가AI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정작 예산조정 및 정책심의와 같은 핵심권한은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과학기술인 단체인 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위한국민연합(과실연)은 "현재 정부조직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적 특성과 글로벌 경쟁상황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AI정책 전담부서를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최첨단 NPU(신경망처리장리)의 수요-공급 체계를 이룰 컴퓨팅 인프라 투자유인책 마련, 지역거점 대학과 과학기술원의 연구협력 체계구축 등도 과제다.
전문가들은 "AI기술 격차는 제도적 기반, 사회적 가치, 에너지 인프라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작용한 구조적 과제"라며 "이를 해결하려면 다층적으로 정책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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