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영남권 제외 전국에서 큰 패배
부산·경남 '간신히'… 대구·경북 '체면치레'
"윤석열 절연 못하고… 친윤, 총체적 무능"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제21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불법 계엄과 탄핵의 바다를 제대로 건너지 못한 보수 진영을 향한 민심의 회초리는 매서웠다.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등 전통적인 영남 텃밭을 제외하고 국민의힘은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지난 대선 윤석열 전 대통령을 밀어줬던 강원과 울산마저 등을 돌렸고, 충청도 싸늘하게 돌아섰다. 일찌감치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하고, 반성도 쇄신도 없이 버틴 국민의힘이 자초한 심판이었다.
3일 저녁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영남당'으로 확연히 쪼그라든 모습이다. 김문수 후보는 전통적인 텃밭인 영남 지역을 제외하면 각 시도에서 모조리 패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후보가 앞선 곳은 부산과 경남, 대구와 경북에 그쳤다.
영남 내부의 민심 자체도 출렁이는 분위기다. 특히 PK 민심이 크게 흔들렸다. 당장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이 20%포인트 득표율 격차로 앞섰던 부산은 이번엔 그 격차가 확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 42.7%, 김 후보 49.0%를 얻을 것으로 조사됐는데, 김 후보는 과반 득표도 달성하지 못한 수치다. 부산은 지난 총선에서도 18석 중 17석을 국민의힘에 몰아줄 정도로 보수 지지세가 강했던 곳이다. 그만큼 지지층 이탈이 극심했던 셈이다. 경남 역시 이재명 후보 43.4%, 김 후보 48.8%로, 두 후보의 격차는 5.4%포인트에 그쳤다.
보수세가 강했던 울산은 외려 이재명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명 후보 46.5%, 김 후보 44.3%로 2.2%포인트 차이가 났다. 지난 대선에선 윤 전 대통령이 13.62%포인트 차이로 이겼지만, 이번엔 민심이 완전히 뒤집어진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목표로 했던 부산·울산·경남 40%를 너끈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강세 지역이지만 이재명 후보가 48.8%, 김 후보가 42.2%를 득표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 대선 두 자릿수 차이로 국민의힘이 앞섰던 곳이다.
김 후보는 믿었던 대구·경북에선 겨우 체면치레만 했다. 다만 두 곳 모두 70% 득표율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 예상 득표율은 대구 67.5%, 경북 64.0%에 그쳤다. 이재명 후보는 각각 24.1%, 28.2%로 조사됐다. 대구·경북에 공을 들여온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7.3%, 6.7%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대선 윤 전 대통령이 대구 75.2%, 경북 72.6%를 얻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보수 지지층이 일부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서초4동 제3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역대 대선 승부처였던 수도권·충청 지역에서도 두 자릿수 차 큰 패배가 예측됐다. 수도권엔 이번 대선 유권자의 절반이 넘는 2,261만여 명이 포진하고 있어, 승부를 판가름할 가장 중요한 지역이다. 출구조사상 서울(이재명 49.3%, 김문수 40.1%)·인천(이재명 53.6%, 김문수 37.4%)·경기(이재명 55.8%, 김문수 34.6%) 등에서 차이가 확연하다. 서울의 경우 지난 대선 윤 전 대통령이 4.83%포인트 앞섰지만, 이번엔 두 배 차이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3년 전 박빙 열세였던 인천과 경기는 10~20%포인트 격차까지 크게 벌어졌다. 김 후보는 충청권에서도 대전 13.5%포인트, 충남 11.6%포인트, 충북 10.9%포인트 차이로 이재명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내부에선 뒤늦은 한탄이 쏟아졌다. 중립 성향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 후보 스스로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지 못하고 선거 내내 끌려다닌 것 아니냐"며 "근본적인 쇄신 없이 정치공학적 단일화만 모색했던 친윤들의 총체적 무능과 이기심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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