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득표율 51.7%…이재명 선택한 배경은
내란 종식·헌정질서 수호 등
국민주권 앞세워 국힘과 차별화
보수층 단일화 못하고 흩어질 때
진보, 李 악재 때마다 똘똘 뭉쳐
李, 경제성장 초점둔 실용주의로
보수 지지자 일부 공감대 끌어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2일 서울 여의도공원 마지막 유세에서 엄지손가락을 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1대 대선 출구조사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국민적 심판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후보는 비상계엄 전부터 윤 전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었고, 비상계엄 이후엔 윤 전 대통령 국회 탄핵소추안 통과에 앞장섰다. 아울러 이 후보가 대선 과정에서 실용주의를 앞세우고 성장에 힘을 쓰겠다고 약속한 것도 유권자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국민주권 앞세워 이미지 쇄신
전문가들은 이 후보가 이번 선거 기간 내란 종식과 헌정질서 수호를 강조하면서 국민의힘과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3일 분석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헌정질서를 파괴하겠다는 시도고 이를 용납할 수 없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며 “이 후보는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꾸준히 하면서 청년층과 수도권, 중도지지층 등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이 후보의 당선은 선거 초반부터 높은 확률로 점쳐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된 직후인 2017년 당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압승을 거둔 만큼 이번 선거도 이 후보가 크게 유리한 상황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지지층 결집을 노렸지만, 끝내 실패했다는 평가다.
이 후보가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선택하면서 구도는 더욱 확실해졌다는 평가다. 이 후보는 ‘코스피 5000 시대’라는 구호를 내걸며 경제 성장과 민생 안정의 조화를 강조했다. 스스로를 ‘중도보수’라고 규정하며 윤 전 대통령의 계엄에 반대하는 보수 지지자 일부를 흡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세 때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신산업 육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자신을 ‘유능한 일꾼’이라고 표현하며 “일 잘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달라”고 호소한 것도 과거 민주당의 정책 방향에 동의하지 않았던 유권자를 지지층으로 끌어오는 데 주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뭉친 진보, 갈라진 보수
보수 진영의 분열과 진보 지지자의 집결도 이 후보에게 득이 됐다. 국민의힘은 당내 경선,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 등 과정마다 갈라진 모습을 보였다. 본선에선 김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끝내 단일화하지 못했다.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가 선거 기간 내내 이재명 후보를 비판하는 데 집중한 것도 결과적으로 실패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보수진영 후보들이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준석 후보는 10% 이상 득표를 노렸지만 선거 1주일 전 열린 3차 TV 토론회에서 여성 신체 관련 혐오 발언으로 논란을 빚으며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반면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에게 악재가 발생할 때마다 뭉쳤다.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선고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으로 몰려가 사법부를 비판했다. 사법부를 압박하기 위한 법안도 일사불란하게 준비했다.
이재명 후보가 선거 기간 기득권을 타파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 ‘흙수저 정치인’인 이재명 후보의 삶에 공감하는 유권자가 많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후보가 집권 이후 국민 통합과 경제 성장, 양극화 해소 등의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극화를 해소하고 서민을 지원한다며 돈을 과도하게 풀면 물가가 올라 서민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