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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 사진 연합뉴스.

세계 10대 감염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A군 연쇄상구균'의 침습 감염 사례가 최근 해외에서 급증하며 공중 보건에 경고등이 켜졌다. 피부 감염부터 독성쇼크증후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는 이 세균은 치명률이 높아 각국이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감시체계조차 없어 발생 규모조차 가늠할 수 없는 상태라는 지적이 나왔다 .

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현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 연구팀은 '국내 침습성 A군 연쇄상구균 감시체계 구축' 연구를 통해 국내 감염 실태를 분석하고, 감시체계 구축 방안을 담은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진행됐다.

침습성 A군 연쇄상구균은 주로 인후염을 유발하는 A군 연쇄상구균이 혈액, 근육, 뇌척수액 등 정상적으로 균이 없는 신체 부위에 침투해 발생하는 심각한 감염 질환이다. 패혈증, 괴사성 근막염, 독성쇼크증후군 등을 일으키며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연구팀은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10년간 확인된 감염 사례가 총 383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중 성인 환자가 319사례(83.3%)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소아 환자는 64사례(16.7%)였다. 공식적인 감시체계가 없는 상황에서 수집된 자료인 만큼, 실제 감염자는 더 많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감염 결과는 심각했다. 전체 환자의 41.5%(159건)가 수술이나 피부 절개술을 받아야 했다. 1.3%(5건)는 팔다리 등 절단 수술을 받았다. 환자 27.2%는 중환자실에 입원해 집중 치료를 받아야 했다.

특히 사망률과 후유 장애 비율이 높았다. 전체 환자 중 14.4%가 감염 탓에 사망했다. 11.7%는 심각한 후유 장애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감염자 7명 중 1명이 사망하고, 10명 중 1명 이상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더 우려되는 점은 변이균 출현이다. 최근 해외에서 독성이 강한 것으로 보고된 'M1UK' 변이 A군 연쇄상구균이 국내에서도 2020년과 지난해 1건씩 총 2건 확인됐다. 해당 균주는 기존 균주보다 빠르게 증상이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세계 보건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이미 침습 A군 연쇄상구균 감염에 대한 국가 차원의 감시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전수 또는 표본 감시를 통해 감염병의 확산 양상, 유행 변이를 면밀히 추적중이다.

반면 한국은 아직 관련 감시체계가 없어 환자 발생 규모나 역학적 특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유행 발생 시 조기 대응도 쉽지 않다는 것이 연구팀의 지적이다.

실제로 감염병 전문가 대상 설문에서 응답자의 85.4%는 성홍열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침습 A군 연쇄상구균 감염과 독성쇼크증후군에 대해서는 각각 70.7%가 전수감시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실험실 감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국내 현실에 맞는 침습 A군 연쇄상구균 감염 감시체계 모델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소아 감염, 감염내과, 진단검사의학과, 예방의학과 전문가로 구성된 네트워크 구축, 전국 다기관 감시체계 운영, 표준화된 증례 기록지 및 역학조사서 개발 등이 포함된다. 이현주 교수는 "체계적인 국가 감시 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해 국내 역학적 변화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고위험군 관리 및 유행 조기 발견을 통해 국민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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