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페이 이용자 월요일 출근길 대소동…3시간여 결제 오류
카드·멤버십·신분증 한 곳에 모바일 지갑…먹통시 대혼란 예고
전문가들 "초연결 시대의 단면…시스템 설계시 부작용 충분히 고려돼야"
[서울=뉴시스] 윤정민 기자 = 삼성전자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가 2일 오전 7시께부터 결제 오류가 발생했다. 사진은 지문 인식이 되지 않아 결제창으로 넘어가지 않는 모습. 2025.06.02. alpaca@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아무래도 지갑 다시 들고 다녀야 할까봐요."
월요일인 지난 2일 아침 출근길. 직장인 김모씨(31)는 모닝커피 포장차 회사 앞 커피숍에 들렀다가 낭패를 당했다. 평소처럼 아메리카 커피를 주문한 뒤 삼성페이로 결제하려 했지만 오류만 반복됐던 것. 뒤에 줄 서 있는 다른 손님들에게 민폐가 될까봐 그냥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내 휴대폰에 문제가 있나 생각했는데, 삼성페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은 한시간 뒤 삼성 공지를 보고 알았다"며 "서비스에 가입한 후 줄곧 지갑없이 다녔는데 이제 그러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가 2일 오전 3시간 넘게 장애가 발생하면서 이용자들이 출근길 큰 불편을 겪었다.
지하철과 버스 정류장 앞 편의점에선 아침 간편식과 음료수를 사려 줄서 있던 손님들이 잇단 결제 오류로 그냥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속출했다. 주유소도 마찬가지다. 실물 카드가 없어 실시간 계좌이체로 결제를 대신하는 이용자들도 있었다.
가뜩이나 운영사인 삼성의 늦장 공지로 곳곳에서 현장 매장 직원·손님간 결제 단말기 앞에서 우왕좌왕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삼성멤버스 커뮤니티에는 "이럴거면 카드를 들고 다니지. 안 그러려고 삼페(삼성페이) 쓰는건데" 등의 불평들이 쏟아졌다.
6월 첫째주 월요일 출근길 소동은 삼성페이와 일부 카드사와의 전용선 장애로 발생했다. 그러나 흔한 전산 장애 사고 중 하나로 어물쩍 넘길 촌극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모바일 월렛(지갑) 서비스가 대중화된 지 오래다. '현금' 없는 사회를 넘어 이제는 실물 지갑을 아예 들고 다니지 않는 이들도 주변에 흔히 본다.
스마트폰 지갑 앱에 신용카드, 교통카드, 멤버십 포인트는 물론 운전면허증,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도 담아 오프라인 매장과 관공서와 병원 등에서 쓸 수 있는 시대다. 굳이 각종 신용카드와 신분증을 빼곡히 담아 두툼해진 지갑을 들고 다닐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월렛 서비스가 삼성페이다. 지난 2015년 출시된 이후 지난해 3월 기준 이용자수 1700만명에 달한다. 삼성월렛으로 통합되면서 전자증명서, 전기차 충전카드, 모바일 주민등록증 등도 등록할 수 있다.
이번 삼성페이 먹통 사고는 모바일 월렛 시대의 함정을 경고하는 단면이다. 신용카드와 각종 멤버십은 물론 신분증마저 스마트폰과 특정 앱에 집중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비스 오류나 사이버 공격시 일순간 이용자의 일상이 마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삼성페이 이용자는 커뮤니티에서 "(이번 결제 오류로) 한 순간에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며 "이제껏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 지갑도 없는데 휴대폰마저 분실한 상황과 비슷해 아찔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대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비스 운영사는 시스템을 설계할 때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고, 이용자들도 언제든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는 만큼 대안 결제수단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삼성전자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가 2일 오전 7시께부터 결제 오류가 발생했다가 3시간여 만에 복구된 상태다. 사진은 삼성월렛 운영팀이 결제 오류 발생과 오류 종료를 공지한 내용. (사진=삼성월렛 공지사항 캡처). 2025.06.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삼성월렛 측의 늦장 공지 등 안이한 대응책도 도마위에 올랐다. SK텔레콤 해킹 사태를 겪은 지 얼마 안 된 데다 영문을 모르는 상태에서 결제오류가 반복되면서 이용자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삼성월렛 측은 결제 오류가 알려진 지 2시간 뒤 뒤늦은 공지를 했고, 이보다 한 시간여 지난 시점에 정상화 공지를 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사과나 원인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이용자들은 "해킹인지도 점검해라", "정확한 원인을 알리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하지 않나", "시스템 오류면 보기 쉽게 알려달라. 괜히 지웠다 깔아서 등록한 카드 다 날아가고 거래는 손해 봤다" 등 반응이 뒤따랐다.
[서울=뉴시스] 삼성월렛 측이 이용자들의 불만이 접수되자 사과 댓글을 게재했다. (사진=삼성멤버스 커뮤니티 캡처) 2025.06.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삼성월렛 측은 삼성멤버스 커뮤니티에 불편을 언급한 게시글마다 사과의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수습했다.
해당 댓글에는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이날 오전 6시 20분부터 9시 55분까지 카드 결제 및 등록시 오류가 발생했으나 현재 정상 이용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추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보안 전문가들은 모바일 월렛 서비스가 일반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정부가 서비스 장애사고나 사이버 공격사고 발생시 빠른 이용자 공지와 복구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비스 장애 원인을 점검한 뒤 현장 조사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silverl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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