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주요장면 짚어보니…
尹 파면 이후 60일간 달린 대선 레이스
대세 이재명, 최고 득표율로 후보 확정
대법원 파기환송에 사법리스크 재점화
김문수·한덕수 단일화에 국민의힘 내홍
김문수 러브콜에도 이준석 단일화 무산
선거 막판 국면 아슬한 네거티브 공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부터), 민주노동당 권영국,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제21대 대통령을 뽑는 운명의 날이 밝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꼭 60일 만이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각 후보들의 레이스는 그래서 더 치열했다. 조용할 날 없었던 60일. 그 기간 국면을 흔든 장면들을 짚어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 경기도 하남시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하남=류영주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부터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주자는 이재명 후보로 일찌감치 정해지는 분위기였다. 이 후보가 대선 주자로 나서야 한다는 구상에 당 내부는 물론 범진보진영 사이에서도 큰 이견이 없었다. 비명(非이재명)계의 견제도 타격감은 미미했다. '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어대명)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였다.
대세는 결과로 입증됐다. 민주당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최종 득표율은 89.7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쟁자였던 김동연(6.87%), 김경수(3.36%) 예비후보와의 격차는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였다.
이 후보는 지난 4월 27일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 수락 연설에서 "민주당과 국민들께서 저에게 압도적 정권 탈환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라고 명령했다"며 "그 간절하고 엄중한 명령을 겸허히 받들겠다. 반드시 승리하고 정권을 탈환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노동절인 지난달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한 식당에서 열린 민생시리즈2 <비전형 노동자 간담회>를 마치고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황진환 기자
압도적인 득표율로 대선 후보가 된 이재명 후보에게 변수가 생긴 건 지난달 1일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이다.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지 불과 한 달여 만이었다.
당장 국민의힘을 비롯한 범보수진영은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재차 정조준하면서 적격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후보가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는 압박도 거세졌다. 파기환송심을 조속히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잇따랐다.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례적인 속도의 상고심 선고를 두고 대법원이 선거에 개입한 사법 쿠데타라고 규정하면서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곧이어 최상목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심우정 검찰총장의 탄핵을 추진했다. 여기에 대통령 당선시 재판을 중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사실상 총력전에 나선 셈이다.
공정성 시비에 휘말린 사법부는 내부 논의 끝에 파기환송심 공판을 대선 이후로 연기하겠다고 공지했다. 상고심 선고 엿새 만이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도 미봉 상태로 다시 소강에 접어들었다.
지난달 8일 오후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한덕수 예비후보가 국회 사랑재 카페에서 공개회동을 하던 모습. 황진환 기자
대법원 파기환송과 맞물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반명(反이재명) 빅텐트'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그러면서 주목받은 인물이 바로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다. 차출론에 말을 아끼던 한 전 총리는 이 후보의 상고심 선고 이튿날인 지난달 2일 그간의 침묵을 깨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 선택을 받도록 전력을 다하겠다"는 출마의 변과 함께다.
포부와 달리 한 전 총리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달 3일 국민의힘 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가 기존 입장을 바꿔 한 전 총리로의 흡수 단일화에 선을 그으면서다.
한 전 총리의 구애가 이어지고 국민의힘 지도부가 나서 압박했지만 김 후보의 버티기는 갈수록 완강해졌다. 오히려 김 후보는 의원총회에 나와 "강제 단일화는 응할 수 없다"며 공개석상에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곪아가던 단일화 내홍은 결국 기습 후보 교체라는 '무리수'로 터졌다. 지난달 9일에서 10일로 넘어가는 심야에 일어난 일로, 국민의힘이 당의 대선 주자를 김 후보에서 한 전 총리로 강제 교체한 것이다. 경선을 거쳐 선출한 대선 후보를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의 의지 만으로 끌어내린 헌정사상 유례없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제동이 걸렸다. 전체 당원을 상대로 한 투표에서 '후보 교체'에 반대하는 의견이 찬성보다 근소한 차이로 많이 나오면서다.
후보 교체 부결에 한 전 총리의 대선 시계도 멈췄다.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지 불과 9일 만이다. 버티기에 성공한 김 후보는 지난달 11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최종 등록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지난달 26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방송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윤창원 기자
단일화 장벽을 간신히 넘겼지만 끝이 아니었다. 김문수 후보 입장에서는 이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가 새 과제로 다가왔다. 이재명 후보의 높은 지지세를 따라잡으려면 이준석 후보와 손 잡는 게 무엇보다 시급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순탄치 않았다. 김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등록한 이튿날부터 이준석 후보는 "보수 빅텐트에 관심이 없다"며 대선 레이스 완주 의사를 확고히 했다. 한덕수 전 총리의 구애를 외면한 김문수 후보가 이번에는 반대로 이준석 후보에게 수차례 러브콜을 보냈지만 철저히 거절당했다.
국민의힘은 투표용지 인쇄일을 1차 시한으로, 사전투표 전날을 2차 시한으로 정하고 단일화를 설득했지만, 이준석 후보는 끝내 응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사전투표 첫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가 무산됐다"고 밝혔다. 그새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금씩 치고 올라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성 신체에 대한 표현' 논란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다만 이준석 후보의 상승세도 오래가지 않았다. 여성의 성기를 직접 언급한 성폭력성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이준석 후보의 해당 언급이 특히 온가족이 볼 수 있는 TV 토론회에서 나온 터라 충격과 파장이 적잖았다. 토론회 직후 각계각층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정작 사과보다는 반박이 더 긴 탓에 진정성마저 흔들렸다.
이준석 후보뿐만 아니다. 선거 막바지 발언 수위가 높아지면서 각 후보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졌다.
김문수 후보는 지난달 31일 강원 속초시 유세 현장에서 "돈 보고 결혼하는 건 다 소용없다"며 "이건희 회장 딸도 자기 좋아하는 사람을 (가족이) 반대하니까 중간에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해버렸다"고 말했다. 특정인의 사건을 언급한 자체도 부적절했을 뿐더러 당사자들의 아픔을 가볍게 여겼다는 지적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29일 서울 서초구 유세에서 "서초·강남, 우리나라에서 먹고 살 만하신 여러분. 자본 증식을 위한 투자 활동을 많이 하시지 않냐"고 말했다. 이미 높아진 강남의 집값이 폭락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였지만, 대뜸 유권자를 이분법적으로 나눠보는 인식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외에도 김문수 후보는 선거 운동 첫날 '미스 가락시장' 발언으로 감수성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이재명 후보는 이른바 '120원 커피' 설화로 곤혹을 치렀다. 상대 후보의 발언을 문제삼는 각종 고소·고발도 막판으로 가면서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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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윤준호 기자 yjh@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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