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경제 디지털 전환 속도 빨라…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인도 최대 e스포츠 대회 - 인도 뭄바이에서 2023년 열린 인도 최대 e스포츠 대회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 시리즈(BGIS) 2023' 현장에서 인도 프로게이머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게임 경기를 하고 있다. 이 대회 예선에만 65만명이 참가 신청을 했다. 매년 열리는 대회로 올해 4월 총상금 3210만 루피(약 5억원)를 두고 치러진 경기는 약 2억명이 시청했다. /크래프톤
지난 27일 오후 인도 뉴델리 로히니 시장에서 만난 과일 상인 랄리타 고얄(51)씨는 6년 전까지 평생 전업주부로 살아왔다. 자식 뒷바라지만 하던 그의 창업을 도와준 건 한국 스타트업이 만든 모바일 앱이었다. 고얄씨는 “우리같이 일정한 소득이 없는 자영업자는 인도에서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렵다”며 “별다른 서류 없이도 돈을 빌려주는 핀테크 앱 덕분에 가게를 차렸다”고 했다. 고얄씨가 쓴 핀테크(금융 기술) 앱은 ‘트루 밸런스’. 국내 스타트업 ‘밸런스히어로’가 2019년 인도에서 내놓은 무담보 소액 대출 서비스다. 1000~20만루피(약 2만~320만원)를 최대 6개월간 빌려준다. 인도는 신용 점수나 은행 계좌가 없어 은행 대출을 받기 힘든 인구가 10억명에 달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거대한 시장을 가진 인도가 디지털 전환과 함께 고속 성장하며 한국 IT 기업에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지난달 말 찾은 인도에선 대부분 스마트폰 결제가 이뤄져 현금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모바일 앱으로 주문하면 10~30분이면 배달이 됐다. 5년 전 30%에 불과했던 스마트폰 보급률이 70%를 넘고, 인도 정부 주도로 시작한 전자 송금·결제망(UPI) 구축 작업이 완성되면서 인도의 경제와 산업 역시 디지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된 것이다.
그래픽=백형선
◇인도 시장 선점한 韓 IT 기업들
일찍부터 인도에 진출한 국내 IT 기업은 시장을 선점하며 대규모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고얄씨가 쓰던 앱 ‘트루 밸런스’는 현재까지 누적 다운로드 1억건 이상에 누적 대출 취급액은 1168억루피(약 1조9000억원)에 달한다. 인도중앙은행(RBI)에서 비은행 금융회사(NBFC)와 선불 결제 수단(PPI) 라이선스를 모두 받은 곳은 인도 전역에 6개 업체뿐인데, 해외 업체는 밸런스히어로가 유일하다. 이재용 밸런스히어로 공동 창업자는 “이용자의 스마트폰 문자 데이터 중 ‘연체’ ‘입금’ 같은 단어와 사용 앱 등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신용도를 평가한다”며 “한국 IT 기술에 대한 인도인들의 신뢰도가 높은 것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밸런스히어로는 최근 5년간 매년 2배씩 성장해 지난해 매출 1442억원, 영업이익 355억원을 달성했다.
연평균 성장률이 30%에 육박하는 인도 게임 산업에서도 한국 게임의 활약이 크다. 크래프톤이 지난 2021년 인도에서 출시한 모바일 슈팅(총싸움) 게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BGMI)’가 그 주인공이다. 인도의 전체 게임 이용자 규모는 4억5000만명 정도인데, 이 중 2억명 이상이 BGMI를 즐긴다. 이제는 인도에서 처음으로 TV 생중계되는 e스포츠 종목으로 자리 잡았고, 동시 시청자 수는 2400만명에 달한다. 인도에서 만난 현지 최대 e스포츠 전문 기업 ‘노드윈게이밍’의 디펜더 카우시크 최고경영자(CEO)는 “인도는 콘솔(게임 전용 기기)과 PC를 건너뛰고 바로 모바일 게임으로 넘어온 만큼 직관적이면서 빨리 배울 수 있는 슈팅 또는 캐주얼 게임이 인기”라고 했다. 국내 게임 기업 데브시스터즈가 작년 말 인도에서 출시한 캐주얼 게임 ‘쿠키런’ 역시 출시 직후 현지 구글 플레이 인기 게임 순위 5위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률 70% 넘어
◇잇따르는 인도 진출
인도에 디지털 인프라가 갖춰지고 진출 성공 사례가 쌓이면서 이 시장에 도전하는 기업 역시 늘고 있다.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 ‘네이버’는 지난달 인도 진출을 위한 사업 조직 ‘테크 비즈니스’ 부문을 신설했다. 새로운 기술 신사업을 인도에서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복귀한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특히 인도 진출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앞서 2018년부터 미래에셋과 공동으로 2000억원 규모의 ‘아시아 그로스 펀드’를 조성해 인도 스타트업에 투자해온 경험도 있다. 인도 1위 배달 앱 ‘조마토’와 인도 최초 전자 상거래 플랫폼 ‘빅바스켓’, 인도 대표 소셜미디어 ‘셰어챗’ 등이 대표적인 투자처로, 펀드 운용 규모도 1조원으로 불어났다.
한국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많이 쓰이는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도 지난 2월 인도 서비스를 정식 출시했다.
인도도 한국 IT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다. 인도상공회의소연합(FICCI)이 정부 지원을 받아 올 4월 뉴델리에서 개최한 현지 최대 규모 스타트업 행사 ‘스타트업마하쿰’에도 처음 ‘K스타트업관’이 마련됐다. 의료용 AI 기술을 개발하는 ‘테서’ 등 국내 기술 스타트업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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