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된 판은 없다”.. 대세론이 만든 방심
’위기감‘이 다시 표를 움직인다
3일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선거의 최종 투표율은 민심의 농도와 정권의 정통성을 가늠할 결정적 기준입니다.
표심을 멈추게 할 대세론과, 위기감 속에서 촉발되는 결집의 에너지가 맞붙으며 이번 대선의 향방은 마지막 순간까지 열려 있습니다.
■ ‘확정된 선거’라는 착시.. 2007년 데자뷔 될까
이날 현재 정치권과 선거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대선이 선거 막판까지 이재명 후보의 우세한 흐름 속에 치러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호남권의 사전투표율이 50%를 넘어서면서, 일부 유권자 사이에서는 이미 당락이 정해졌다는 인식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가 오히려 투표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됩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독주 속에 진보 유권자의 투표 의지가 위축되면서, 최종 투표율은 직선제 도입 이후 가장 낮은 63.0%를 기록했습니다.
‘결정된 선거’라는 착시가 실제 투표 행동을 멈추게 만든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도 유사 흐름이 반복될 경우, 결과는 예측과 달라질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 사전투표율 착시?.. ‘총량의 한계’ vs. 본투표 결집론
사전투표율은 34.74%로, 지난 20대 대선의 36.93%보다는 낮았지만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입니다.
전남(56.50%), 전북(53.01%), 광주(52.12%) 등 호남권에서는 과반 이상 유권자가 이미 투표를 마쳤고, 제주 역시 35.11%로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대구(25.63%)를 비롯한 영남권의 사전투표율은 전국 최저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이러한 수치는 각 진영의 해석을 갈라놓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지층의 조기 결집 신호로 해석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본투표에서 뒤집는다”는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사전투표율이 높다고 해서 전체 투표율이 오르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지적합니다.
유권자의 투표 의향은 일정 선에서 정체되며, 사전투표는 그것이 앞당겨 표출된 것에 가깝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김문수 후보가 지난달 2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는 모습(왼쪽). 앞서 같은달 24일 대구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민났다.
■ 보수의 마지막 승부수.. MB·박근혜까지 소환
보수 진영은 ‘80% 투표율, 80% 득표율’이라는 상징적 슬로건을 내걸고 본투표 총력전에 나섰습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TK 지역에서 반드시 본투표하겠다는 시민들이 많았다”며 현장의 반응을 전했습니다.
막판 표심 결집을 위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공개적으로 메시지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대구 방문에 이어, 부산·울산·경남 지역까지 방문하며 보수층의 투표를 간접적으로 독려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대선 전날 메시지를 통해 ‘투표’를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응하듯 민주당 측은 ‘방심은 금물’이라는 메시지로 대세론 경계를 강화하며, 투표율 제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유세 현장은 온통 색으로 갈렸다. 파란색·붉은색·주황색이 표심 전장을 메웠다.
■ 제주, 다시 ‘적중의 땅’ 될까
‘제주에서 이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공식은 2022년 20대 대선에서 처음 깨졌습니다.
당시 이재명 후보가 제주에서 52.59%로 1위를 차지했지만, 윤석열 후보가 전국 득표율 48.56%로 당선되면서 ‘100% 적중 지역’의 명성이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전투표에서 제주는 전국 평균을 웃도는 35.11%를 기록하며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직선제 이후 35년 동안 제주에서 1위를 차지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기록은 여전히 강한 상징성을 지닙니다.
대선 막판 제주 표심의 향방과 결정력은 본투표가 말해줄 것으로 보입니다.
(왼쪽부터)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대선 후보.
■ 과반 득표 가능할까.. 기록 경쟁으로 번진 승부
이번 대선은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후보의 3자 구도로 치러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과반 득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실제 과거 3자 경쟁 대선에서 김영삼(41.96%), 김대중(40.27%), 문재인(41.05%) 전 대통령 모두 40% 초반의 득표율로 당선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민주당 측은 이재명 후보가 ‘최다 득표수’는 물론, ‘최대 격차’까지 갈 수 있다는 내부 기대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반면 김문수·이준석 후보는 각자 방식으로 비토(거부)층을 흡수하며 막판 ‘골든 크로스(대역전)‘를 노리고 있고, 국민의힘은 핵심 지역에서의 폭발적 투표율로 뒤집기에 나선 상태입니다.
결국 이번 대선은, 누구의 메시지가 더 많은 유권자를 움직였느냐에 따라 당선과 기록의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Copyright © JI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