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낙연에 분노한 김문수 지지자들... 가족과 함께 무대 오른 김문수 마지막까지 '네거티브'
[박수림, 김화빈,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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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낙연 전 총리가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피날레 유세에서 김 후보 지지 발언을 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이낙연이 주인공도 아닌데 왜 저래?"
"그만해! 이X끼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마지막 유세만을 기다렸던 15만 명(주최 측 추산)의 지지자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김 후보를 돕겠다고 무대에 오른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 때문이다.
이 상임고문은 이날 현장에서 오후 8시 30분부터 17분간 발언했다. 이 때문에 김문수 후보는 이 상임고문보다 7분 더 적은 10분밖에 발언할 수 없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마이크 등 확성장치 사용이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로 제한돼서다.
마지막 유세의 주인공이었던 김 후보는 결국 짧은 발언 시간에 쫓겼고, 대통령으로서 본인의 비전을 내세우기보다 상대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때리기에 집중했다.
주인공 김문수 '10분' 발언했는데, 이낙연은 '17분'
현장 찾은 지지자들 항의 "마이크 내려놔!"... 일부 욕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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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피날레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김 후보는 이날 예고했던 8시 20분에 맞춰 무대에 올라왔다. 빨간 야구복 모양의 반팔 티를 입고 나타난 그에게 지지자들은 "김문수 대통령"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환호를 보냈다. 팔뚝질하고 손으로 브이('V')를 그린 김 후보는 곧이어 배우자인 설난영 여사와 딸, 사위, 손주들과 함께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했다.
김 후보가 연설을 시작하기에 앞서 어린이들이 무대에 올라 그에게 직접 그린 그림을 전달하는 시간도 있었다. 다섯 살부터 아홉 살까지 네 명의 아이들은 '김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바라는 세상과 정책'을 주제로 직접 그린 알록달록한 그림을 전했다. 김 후보는 그런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안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어서 오후 8시 30분이 되자 김 후보가 마이크를 잡고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을 소개했다. 김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이재명의 괴물 독재 국가를 막기 위해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께서 오셨다. 이 상임고문의 연설을 들으면 이 나라의 장래를 좀 더 생생하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마이크를 그에게 넘겼다.
마이크를 받은 이 상임고문은 "김 후보는 신념에 따라 가식 없이 살아왔고, 권력을 탐하지 않고, 서민과 같은 눈높이에서 제대로 일 해온 사람"이라며 "그래서 제가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두 사람은 대한민국의 운명에 대해 많은 걸 공감했다"며 "대한민국이 괴물 독재국가로 추락하지 않도록 힘을 모으고, 국민 통합을 위해 공동 정부를 구성 및 운영하고, 3년 안에 7공화국을 출범시키며 임기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상임고문은 이어 "여러분께 10가지 질문을 드리겠다"면서 "대한민국의 혼란을 없애기 위해 대통령으로 누굴 뽑아야겠나", "권력을 견제받게 하려면 누굴 뽑아야겠나"라는 등의 질문을 자세한 설명과 함께 이어갔다. 현장에 모인 김 후보 지지자들은 다섯 번째 질문쯤까지 "김문수"라고 힘차게 답했다.
그런데 김 후보가 발언할 수 있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면서 사회자가 나서서 이 상임고문을 말렸다. 사회자는 이 상임고문에게 "저희가 오후 9시까지 마이크를 쓸 수 있는데 잘못하면 김 후보가 마이크를 못 쓴다"라고 말했으나 이 상임고문은 "아니 말하랄 때는 언제고?"라고 답한 뒤 계속 자신의 질문 열 가지를 이어갔다.
김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선 곧장 불만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심하게는 욕설까지 이어졌다. 빨간 풍선을 들고 있던 한 장년 남성은 이 상임고문을 향해 "마이크 내려놔! 그만해!"라고 외쳤고, 다른 지지자들 역시 "이낙연이 주인공도 아닌데 왜 저래?", "초 치는 거다", "대강 대강하라"고 외쳤다. 급기야는 "그만해! 이X끼야!"라며 욕을 퍼붓는 사람도 보였다.
김문수의 마지막 선택은 '네거티브'... "방탄 괴물 독재 막아달라"
나경원 "내일은 김문수 대통령의 날", 안철수·한동훈은 시간 없어 발언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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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피날레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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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총출동한 김문수 후보 피날레 유세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피날레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날 유세는 배우자 설난영 여사, 딸 동주씨 부부도 함께했다. |
ⓒ 공동취재사진 |
오후 8시 50분이 되어서야 뒤늦게 마이크를 돌려받은 김 후보는 "대한민국이 하나가 되고 있다", "올바른 길을 찾아가고 있다"고 운을 뗐다. 발언 시간이 채 10분밖에 남지 않은 김 후보의 선택은 '네거티브'였다.
김 후보는 "여러분! 다섯 가지 재판을 받고, 그 가족 모두가 법인카드를 그냥 쓰고, 자식도 도박을 하거나 음란 사이트에 들어가서 여러 가지 욕설을 퍼붓는 가족을 둔 사람이 우리 대통령이 되면 안 되겠지요"라고 외쳤다. 빨간 옷을 입고 빨간 풍선, 장미, 태극기, 김 후보의 사진, 직접 만든 손팻말 등을 든 지지자들은 두 손을 흔들며 "맞습니다"라고 환호했다.
김 후보는 이어 노란봉투법 불가론을 외쳤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를 위해서도 노란봉투법은 안 된다"며 "그렇게(노란봉투법이 통과) 되면 대한민국에서 모든 대기업이 떠나고 외국 기업도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결혼을 못하고, 아기도 못 낳고, 가정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그러면서 "어떤 사람은 필요하다던데 전 방탄조끼 필요 없다"라며 자기 티셔츠를 풀어 헤쳤다. 그러자 그 안에 덧대 입은 '국민이 자랑스럽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흰 티셔츠가 보였다. 그는 이어 "여러분이 저의 방탄조끼다. 저는 방탄유리도 필요 없다. 제 양심이 방탄유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내일 위대한 날이 될 거라고 본다. 방탄 괴물 독재를 막고 위대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활짝 꽃피게 되는 그날이 바로 내일이 될 것"이라며 "여러분의 소중한 한 표로 대한민국을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10분간의 짧은 마지막 발언은 마친 김 후보는 자신의 가족과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을 불러 모으고 "그동안 우리가 계엄도, 탄핵도 잘못했다"며 지지자들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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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피날레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큰절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한편 김 후보 등장에 앞서 찬조 연설을 한 나경원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여러분 저는 이재명의 나라가 무섭다. 두렵다"라며 "여기 계신 모든 분이 투표하면 이긴다. 이재명의 공포스러운 독재 국가를 여러분이 깨끗하고 능력 있는 김문수 후보로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현장 지지자들은 "저도 이재명이 무섭습니다!"라는 등의 답변과 박수, 환호로 답했다. 한편 김 후보 응원을 위해 현장을 찾은 안철수 선대위원장과 한동훈 전 당 대표는 시간이 부족해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무대를 내려가야 했다.
김문수 홍대 뜨자 흘러나온 노래 "짱개, 북괴, 빨갱이 꺼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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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마포구 KT&G상상마당 앞에서 지지자와 사진을 찍고 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양향자 공동선대위원장, 조정훈·박충권 의원도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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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에서 마지막 유세를 마친 김 후보는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으로 이동해 거리 인사를 이어갔다. 이날 오후 9시 30분께 선대위 관계자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김 후보는 가족 단위 지지자들과 커플, 청년 등과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그들 중 일부는 김 후보를 향해 "김문수 파이팅"을 외쳤고,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여기 줄이 어디냐"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다.
"짱깨, 북괴, 빨갱이는 대한민국에서 빨리 꺼져라~"
그런데 일부 지지자들이 이런 가사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한쪽에선 "시진핑 개X끼"라는 욕설도 들렸다. 곧이어 노래 가사는 "정정당당 기호 2번 김문수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리라"로 바뀌었다.
김 후보는 이 자리에서 청년 지지자들을 만나 "깨끗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했고, 지지자들은 "김문수 대통령"이라는 구호를 연호하며 화답했다. 그를 돕기 위해 현장을 따라온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과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 등은 "깨끗한 대통령 누구입니까", "내일 꼭 투표하실 거죠? 누구 뽑으실 겁니까?"라고 외치기도 했다.
김 후보는 오후 11시께 강남역으로 이동했다. 당초 이날 오후 10시 20분께 신논현역 일대에서 거리 인사를 벌인 뒤 선거 운동을 마칠 예정이었으나 별다른 설명 없이 취소했다가 다시 강남을 찾았다. 이곳에서 김 후보는 "여러분 감사하다"며 "내일 필승이다. 꼭 투표해 주시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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