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다 요스케 일본 AI 스타트업 '아베자' 창업자 겸 CEO
엔비디아·구글 등 기술 파트너 관계
GPT-4 성능 초과… 매출 2배 뛰어
한국 등 아시아 진출 가능성도 충분
서버 가동위한 전력망 확보는 과제
아베자 모델 초거대 AI보다 실용적
로보틱스와 결합 정밀도 인간 이상
산업 현장 미션 크리티컬 영역 해결
"정부와 기업이 믿고 맡겨" 자부심
오카다 요스케 아베자 창업자 겸 CEO가 자신의 집무실 책상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요스케 대표는 "규모만 큰 거대언어모델(LLM)보다 산업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LLM이 진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규모로 압도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산업 현장에서 얼마나 제대로 쓰이냐가 진짜 경쟁력이다." 일본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대표 주자로 꼽히는 아베자(ABEJA)의 오카다 요스케 대표(사진)는 2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오카다 대표는 "아베자는 초거대 AI보다 작지만 강한, 실용적 솔루션 중심으로 전략을 짜고 있다"며 "'미션 크리티컬' 영역에서 실용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미션 크리티컬' 영역이란 프로세스나 시스템이 잘못 작동할 경우 곧 생명이나 기업의 핵심 운영에 직결되는 분야를 말한다. 시스템이 멈추거나 오류가 나면 심각한 손실 또는 중대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높은 신뢰성, 정확성, 안정성이 요구된다. 아베자는 2012년 도쿄대 공학부 출신 엔지니어들이 주축이 돼 창업한 AI 기업이다. 당시 일본은 "딥러닝은 있지만 현장에서 쓸 수 있는 AI는 없다"는 자조적 분위기였고, 그는 산업 현장에 실제 활용할 수 있는 AI 플랫폼을 만들겠다며 창업을 결심했다. 생성형 AI 열풍 속에서도 아베자는 작지만 강한 플랫폼 전략을 고수하며 조용히 시장점유율을 확대해왔다. 특히 이 회사는 생성형 AI '대규모 언어 모델(LLM) 시리즈'를 독자 개발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초거대 모델보다 파라미터는 적지만 실무에 최적화된 중형 LLM이다.
"사람 중심 AI가 미래… 실무특화 중형 LLM으로
창업 이후 AI 플랫폼 개발에 집중한 그는 "아베자는 처음부터 산업계에 쓸 수 있는 AI를 만든다는 원칙 아래 시작됐다"며 "단순 기술을 넘어 사람과 기업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기술력과 산업적 응용력을 모두 인정받으며 아베자는 2023년 도쿄증권거래소 그로스 시장에 상장했다. 현재 구글, 엔비디아, 아마존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고 일본 정부 주도 AI 프로젝트 '제니액(GENIAC)'에 참여하며 역량을 인정받았다. 다음은 오카다 CEO와의 일문일답.
―챗GPT 이후 생성형 AI 붐이 일고 있다. 아베자는 어떤 기회를 포착했나.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한 직후인 2023년 3월 우리는 '아베자 LLM 시리즈'를 플랫폼에 조기 도입했다. 2025년 1·4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40%가 LLM 관련 프로젝트에서 발생할 정도로 빠르게 확대됐다. 이는 1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11월에는 AI 로보틱스를 본격 구현하며 공장과 같은 물리 환경에서도 LLM을 적용할 수 있게 진화했다. 우리 모델은 엣지 환경에서도 돌아가며 GPT-4를 초과하는 성능을 확인한 바 있다.
―아베자 LLM 시리즈의 차별점은.
▲단독 모델이 아닌 통합형 플랫폼 솔루션이라는 점이다. 고객이 보유한 고유 데이터와 업무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또한 단순 챗봇이나 검색형 모델에 그치지 않고, 로보틱스와 결합해 시각·언어·행동(VLA)까지 처리하는 복합적 기능을 갖췄다.
실제로 여러 현장에서 인간 이상 정밀도가 필요한 영역에 적용해 성과를 내고 있다. 예를 들어 보험 업무에 적용된 LLM은 기존에 4시간 걸리던 복잡한 리스크 평가를 5분 이내로 줄였고, 정확도는 인간 이상을 기록했다. 또 플랜트 유지보수 업무에서는 배관 부식 여부를 자동 감지해 현장 사고를 줄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메가테크 기업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나.
▲우리는 1조 파라미터 이상 초거대 모델 개발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대규모 인프라와 자본이 필요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신 중간 크기 모델과 그 주변 기술(데이터 연동, UI, 보안, 프라이버시 보호 등)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전략은 비즈니스 응용에 훨씬 적합하다. 우리는 AI가 모든 걸 자동으로 처리하지 않고, 사람이 중간에 개입해서 확인·보완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했다.
―아베자 플랫폼의 특징은.
▲미션 크리티컬 환경에서 초기 도입 장벽이 낮다. 코딩 없이 사용자환경(UI)에서 설계할 수 있어 빠른 도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플랫폼 자체가 '회계상의 전사적 자원관리(ERP)'처럼 고객사 업무 흐름의 인프라 역할을 한다. 실제로 기존 정보기술(IT) 컨설팅사들이 개념검증(PoC)까지만 진행하다가 실패한 프로젝트를 우리가 넘겨받아 실용화한 사례도 많다. 고객의 전략 변화에 따라 쉽게 대체되기 어려운 고착성과 지속성도 강점이다.
―글로벌 기업과 협력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아베자는 엔비디아, 구글과 기술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2023년 6월 상장 전 단계에서 이들 기업과 자본 제휴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고객사의 신뢰도를 크게 제고하는 데 기여했다. 상장 이후에도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술,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술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아마존과는 고부가가치 데이터셋의 저장 및 전송에서 협력 중이다. 이 덕분에 세계 사용자들이 우리의 데이터셋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오픈AI GPT-4를 초과한 성능을 일본 자체 소형 모델로 실현했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향후 진출 국가나 지역 전략은.
▲특정 국가에 국한하지 않는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도 유망하다고 본다. 고객 수요가 있고 기술적 요구가 존재한다면 언제든 진출할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특정 언어권보다는 현장 중심의 수요 대응 능력을 경쟁력으로 본다.
―글로벌 확장과 관련 에너지 분야에 주목하는 이유는.
▲특정 산업에 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에너지 분야라고 생각한다. LLM 학습 등 고도화된 AI 처리를 위해서는 GPU 기반의 고성능 연산 장비와 대용량 서버가 필요하다. 이러한 GPU 서버는 높은 전력 소비와 발열을 수반하며 냉각 에너지도 상당하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저렴하고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력 공급 확보가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베자가 바라보는 일본 AI 스타트업 생태계의 특징은.
▲일본은 규모가 작은 기업이라도 기업공개(IPO)가 가능하다는 특수성이 있다. 이는 다양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에게 시장 진입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다. 또한 고급 인재 확보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임금 상승률이 다른 국가에 비해 완만하다는 점도 일본의 매력 중 하나다.
―아베자가 지향하는 기업상은.
▲우리는 LLM을 핵심 기술로 삼고 산업별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장기적으로는 ABEJA 플랫폼이 고객사에게 회계시스템처럼 필수적인 인프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고객의 일상적인 업무를 안정적으로 처리하며 점차 업무 프로세스 전반을 책임지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향후 10년 내 AI 기술 기반의 '운영체제(OS)' 기업으로서 전 세계 산업 현장에서 신뢰받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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