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시화공장 사망' 규탄 기자회견 참석... 선거운동 첫날 이어 마지막날도 '노동' 행보
[정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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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C 중대재해 책임자 처벌 및 근본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이 2일 낮 12시 30분 서울 서초구 SPC 양재동 본사 앞에서 열렸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운데)가 '크보(KBO)빵'을 만든 SPC에 항의하기 위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야구팬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
ⓒ 정초하 |
"대통령 후보로서 묻습니다. (SPC) 허영인 회장의 약속은 어디로 간 겁니까? 대국민 약속은 거짓말이었습니까? 도대체 왜 노동자들은 계속해서 죽어야 합니까? 정부와 노동부에게 묻습니다. 이 위험한 공장을 왜 그대로 방치합니까?"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대선 선거운동 마지막 날 SPC 앞을 찾았다. 지난 19일 경기 시흥시 SPC 시화 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고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서다. 권 후보는 2일 낮 12시 30분 서울 서초구 SPC 양재동 본사 앞에서 진행된 'SPC 중대재해 책임자 처벌 및 근본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과 '크보(KBO)빵'을 생산하고 있는 SPC에 분노한 야구팬들을 만났다.
지난 5월 12일 세종호텔·한화그룹 앞 고공농성 노동자들과 만나며 선거운동을 시작한 권 후보는 지난 18일 대선후보 1차 TV토론에서 SPL 노동자 박선빈씨를 포함한 산재 사망 청년노동자 5인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기도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악법이라고 했는데 매년 산재로 몇 명의 노동자가 죽는지 아시죠? 구의역 김군,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평택항 이선호, 파리바게뜨 에스피엘(SPL) 박선빈, 디엘(DL)이앤씨 건설일용직 강보경. 이런 청년들이 계속 죽어가고 있습니다." - 지난 5월 18일 대선후보 1차 TV토론 중
이날 권 후보는 SPC를 찾기 직전 구의역 승강장 9-4 플랫폼에서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노동자 '김군'을 추모하기도 했다.
"1000억 투자했다던 허영인 회장, 대국민 사기 벌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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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C 중대재해 책임자 처벌 및 근본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이 2일 낮 12시 30분 서울 서초구 SPC 양재동 본사 앞에서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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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공동행동 공동대표로 활동해 온 권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의 첫 발언자로 나서 "오늘이 마지막 유세일인데 아침에 구의역과 강남역을 거쳐 양재역 SPC 본사에 왔다"며 "이 SPC 본사 앞은 SPC 허영인 회장이 파리바게뜨 노조 파괴를 자행했던 곳으로 권영국에게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라 말했다.
이어 "(2022년 평택공장 사고 이후) SPC 회장은 2025년까지 1000억을 투자해서 안전한 회사를 만들겠다고 대국민 약속을 했는데 2025년에 또다시 SPC 삼립 시화 공장에서 야간 노동을 하던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서 숨지는 참변이 발생했다"며 "허영인 회장은 국민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이냐"고 질타했다.
권 후보는 "노동 변호사로서 세 번의 중대재해에 대한 사고를 분석했는데 원인은 똑같았다. 12시간 맞교대 장시간 노동을 하나도 고치지 않았고, 노후화된 설비를 생산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수리하고 노동자들이 기계를 멈출 수 없도록 만들었다"며 "오로지 생산만 강요했던 SPC 생산 문화와 경영조직 문화가 노동자들에게 위험한 작업을 강요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덧붙여 권 후보는 "노동자가 아니라 안전하게 일할 수 없도록 만들었던 허영인 회장에게 모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안전 의무를 방치하고 오로지 생산으로 노동자들을 내몬 SPC 허영인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영 책임자로 입건하고 앞으로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전했다.
기자회견 종료 후 권 후보는 대선을 앞두고 연합한 이상현 녹색당 대표, 이백윤 노동당 대표와 함께 SPC 본사 앞에 게시된 숨진 노동자 추모 현수막 앞에서 헌화했다.
SPC 노동자들 "이대로면 제4, 제5 사망 못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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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C 중대재해 책임자 처벌 및 근본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이 2일 낮 12시 30분 서울 서초구 SPC 양재동 본사 앞에서 열렸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운데) 연합한 이상현 녹색당 대표(왼쪽), 이백윤 노동당 대표와 함께 최근 숨진 노동자를 위해 SPC 본사 앞에 헌화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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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계열 노동자들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SPC의 노조파괴 행위"와 "눈속임 안전대책 마련"을 비판했다.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은 "대선 토론에서 고용노동부 장관 출신을 강조하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사업주를 구속한다고 사망자가 없어지지 않는다'며 중대재해처벌법 무용론을 펼쳤다"라며 "(그러면서) SPC 허영인 회장이 구속된 것을 예로 삼았는데 허영인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아닌 노조 파괴 혐의로 구속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SPC는) 노동자들이 힘들고 위험한 근무 환경 좀 바꿔보고자 만든 민주노조를 없애버리겠다며 탈퇴 작업을 하고 민주노총 조합원이 없는 '클린 사업장', '청정지역'을 만들고 있었다"며 "민주노조 없는 클린 사업장, 조합원 없는 청정지역 같은 소리 하지 마시고 노동자들이 안전한 진짜 클린 사업장과 건강한 노사 관계를 책임지고 만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석 화섬식품노조 SPL지회장 역시 "2022년 평택 사고 이후 허영인 회장은 소수노조 참여를 배제한 SPC 노동조합 협의회에서 독자적으로 안전보건 관리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 SPC 노조 협의에서 발표한 성명서도 그냥 보여주기식 쇼"라면서 "매번 사고 날 때마다 회사와 노동조합 협의회에서 발표한 재발 방지책은 형식적인 빈 껍데기 대책이고 이대로면 제4, 제5의 사망을 막을 수 없다"이라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되는) 노후 설비는 교체하지 않고 눈에 보이게 현수막과 안전 스티커만 덕지덕지 붙이는 회사, 동료 작업자가 죽어도 쉬쉬하면서 회사 내에서 말도 못 꺼내는 경직된 회사 문화, 안전보다는 생산을 재촉하는 관리자가 바뀌지 않는 한 사고는 계속 일어날 것"이라 꼬집었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공동행동은 "반복되는 SPC 중대재해에 관해 노동자와의 신뢰를 회복하고 책임자 처벌과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 SPC 산업재해 예방⋅대비⋅대응을 위한 국민검증위원회 구성 ▲중처법을 통한 최고 경영책임자 허영인 회장 구속⋅처벌을 요구했다.
야구팬 "피 묻은 기업, 야구장에 발도 들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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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C 중대재해 책임자 처벌 및 근본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이 2일 낮 12시 30분 서울 서초구 SPC 양재동 본사 앞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야구팬들이 SPC가 한국프로야구(KBO)와 협업해 '크보빵'을 판매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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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는 특별한 손님도 함께했다. '크보빵 생산중단' 운동을 벌였던 야구팬들이다. 야구팬들은 노동자 중대재해가 반복 발생하는 SPC와 '크보빵'을 생산한 KBO(한국프로야구)를 규탄하며 크보빵 생산중단 서명운동과 트럭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이들은 응원하는 야구팀 유니폼을 입고 SPC 규탄 메세지가 적힌 화이트보드를 들며 기자회견에 함께 참여했다. 권 후보는 기자회견 종료 후 이들과 사진을 찍기도 했다.
키움 히어로즈 팬 현슬기(31, 여성)씨는 "기자회견장에서 다양한 노동자분들의 발언을 들어보니까 기업의 악랄한 행태를 더 잘 알게 됐고, 팬들도 노동자인 입장에서 (SPC의) 노동 착취를 잘 감시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소감을 전했다.
기아 타이거즈 팬이라고 밝힌 전아무개(36, 여성)씨 역시 "이번 사건을 보며 '가만히 있으면 안되겠다'고 하는 야구 팬들의 마음이 모이다 보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사측의 어용노조와 손잡고 눈속임으로 (대책을) 발표한 점이 우려돼서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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