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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속았수다’ 봄 포스터 이미지 원본(왼쪽)을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패러디했다. 넷플릭스 제공, 김문수 후보 엑스 계정 갈무리

6·3 대선을 하루 앞둔 2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공식 포스터에 자신과 자신의 배우자인 설난영씨를 합성한 홍보물을 공개해 일부 누리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폭싹 속았수다’ 봄 포스터를 패러디한 홍보물을 올렸다. 홍보물을 보면 양관식을 연기한 배우 박보검의 얼굴 자리에는 김 후보의 얼굴이, 오애순을 연기한 배우 아이유의 얼굴 자리에는 설씨의 얼굴이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라는 문구는 ‘국민의힘 시리즈’로, 넷플릭스 로고는 김 후보 이름과 기호로 바뀌었다. 다만 원본 포스터에 있는 “여전히 꽃잎 같고, 여전히 꿈을 꾸는 당신에게”라는 문구는 그대로다. 김 후보는 이 홍보물을 올리면서 “여전히 꽃잎 같고, 여전히 꿈을 꾸는 당신에게. ‘폭싹 속았수다’ 6월2일 대공개!!!”라고 적기도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제주도 고등학교 시절 체육복을 입은 양관식과 교복을 입은 오애순이 꽃밭을 배경으로 찍은 봄 포스터는 ‘폭싹 속았수다’의 가장 인상적인 이미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 포스터를 패러디하면서 김 후보 부부가 드라마 속 양관식·오애순 부부처럼 어려운 시절을 묵묵히 견디고 화목하게 살아왔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김 후보는 유시민 작가가 설씨의 최근 행보를 설명하며 “균형이 안 맞을 정도로 대단한 남자와 혼인을 통해 고양됐다고 느낄 수 있다. 유력 대선 후보 배우자 자리가 설씨 인생에선 갈 수 없는 자리” 등의 발언을 한 이후 유 작가에 대한 집중 공세를 펼치고 있는데 우직하게 아내만을 바라보는 양관식 캐릭터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2일 오전 제주시 동문 로터리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후보는 이날 ‘폭싹 속았수다’의 배경인 제주도 유세 현장에도 양관식이 드라마에서 입은 빨간색 체육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김 후보가 오른 무대 주변에는 ‘대한민국의 모든 양관식, 오애순을 응원합니다’, ‘제 아내가 자랑스럽습니다’ 등의 현수막도 있었다. 김 후보는 이 자리에서도 “아내를 존경하고 사랑한다”며 유 작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에스엔에스와 온라인 커뮤티니에는 ‘드라마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잇따라 올라왔다. 글로벌 인기를 끈 드라마가 괜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나 배우들에게 사전 허락을 받았는지를 묻는 누리꾼들도 있었다.

이미 김 후보는 대선 홍보에 유명인의 이미지를 무단 사용했다가 항의를 받고 삭제한 전례가 있다. 김 후보는 지난달 5일 페이스북에 자신의 사진과 페이커 선수의 사진을 함께 올리며 페이커 선수가 자주 하는 ‘쉿’ 포즈를 따라 했다. 또 과거 페이커 선수가 해서 화제가 됐던 멘트 “내가 책임질게, 끝나!”도 함께 올렸다. 이어 대통령 후보 포스터를 올렸는데, 이곳에도 페이커 선수를 연상시키는 자세와 멘트가 담겨있었고, 해시태그로는 ‘페이커’를 달았다.

그러자 페이커 선수의 소속사이자 게임단인 티원(T1)이 “페이커 선수는 어떠한 정치적 입장, 정당, 혹은 정치 캠페인과 무관하다”며 “게시글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김 후보 쪽은 지난달 7일 오전 게시물에서 페이커 선수의 사진을 삭제했다.

김문수 후보 캠프 제공

김 후보는 대선 경선 과정에서 배우 공유를 홍보에 끌어들이기도 했다. 김 후보 캠프는 4월15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김문수 대통령 경선 후보 홍보 영상’을 올리며 “얼굴 비율의 보정 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이유는 김문수 후보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고 후보가 가진 진정성을 부각시키기 위함이며, 이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2’에 출연한 배우 공유의 얼굴을 연상시키며 화제성을 일으켰던 기법이기도 하다”고 밝혔었다. 그러면서 김 후보 사진과 공유의 얼굴을 붙인 사진을 함께 공개한 바 있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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