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식 먹자 캠페인 한국공학대서 마무리
"여의도 정치 넘어 청년 목소리 듣겠다" 야심차게 시작
성폭력 발언 후엔 현장 시위도
현장에선 더욱 현실적인 청년 공약 요구
개혁신당 이준석 대통령선거 후보가 2일 경기도 시흥시 한국공학대학교에서 열린 '학식먹자 이준석' 행사에서 학생들과 학식을 먹기 위해 식당에 입장하고 있다. 시흥=박종민 기자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2일 마지막 '학식 유세'에서 학생들에게 취업하기 좋은 환경을 약속했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학식 먹자 이준석!'의 마지막 일정으로로 경기 시흥시 한국공학대학을 찾았다. 이 후보는 취재진에게 "마지막 유세 중 한 학생의 요청으로 오게 됐다"며 "한국공학대는 경기도에서 취업률이 가장 높은 대학으로 알고 있다. 이런 좋은 학교가 손해 보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대선 기간 동안 "여의도 정치를 넘어 현장에서 청년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며 전국 대학을 돌며 청년들과 소통해 왔다.
그동안 현장 반응은 대체로 우호적이었다. 학식 캠페인의 첫 행선지였던 한국항공대에서는 "이공계 특화 대학으로서 정치적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오늘부터 이 후보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됐다"며 설렘 섞인 반응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이 후보가 지난달 27일 대선후보 3차 TV토론에서 성폭력성 발언을 하면서 다소 냉담해지기 시작했다.
지난 30일 중앙대 유세 현장에서 일부 재학생들은 이 후보가 현장을 방문하기 전부터 '혐오정치 조장하는 이준석은 물러가라', '의혈은 혐오를 용납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위에 참여한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이서현(20)씨는 "성별 갈라치기부터 외국인 차등 임금제 등 지역 갈라치기까지 각종 차별 혐오적인 정책을 펼치고 발언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부적절 하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도 현장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문제가 된 이 후보의 발언 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기대한 취업과 관련된 현실적인 공약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통령선거 후보가 2일 경기도 시흥시 한국공학대학교에서 열린 '학식먹자 이준석' 행사에서 학생들과 학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흥=박종민 기자
이 후보와 학식을 먹으며 직접 대화를 나눴던 신소재공학과 김종훈(27)씨는 "취업에 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공약을 기대했는데, 결국 '기업에 투자하겠다',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반복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거대 양당 후보들에 비해 이 후보만이 갖고 있는 젊음이 매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청년 공약은 추상적이라는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의 청년 공약은 고졸 이하 청년 대상 최대 5천만 원 '든든출발자금'(연 1.7% 이자), 병역 중 우수자 간부 선발제, 연금 개혁(기존 세대와 청년 세대 재정을 구연금, 신연금으로 분리하고 청년층은 '낸 만큼 받는' DC형 신연금제) 등이 있다.
이 후보가 학식 캠페인의 일환으로 찾았던 캠퍼스에서는 △대학 등록금 인상 해결 △취업 후 지방 근무 문제 등 현실적인 고민에 대한 해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게 나왔다.
이날 학식 행사에 참여했던 한 남학생은 이 후보에게 "한국공학대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음에도 여전히 등록금이 한 학기 당 450을 웃돈다. 사실 우리 학교를 다녀야 한다는 경쟁력을 잘 느끼지 못하겠다"며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토로했다.
이 후보가 주요 공약으로 내건 청년 공약이 장기적인 미래를 설계하는 데에는 유의미하지만, 학생들은 당장 눈앞에 닥친 취업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공약이 더 와닿는다고 답한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학식 정치'가 공약의 실효성보다는 청년들의 공감을 이끌고 젊은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초점을 맞춘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학교를 다니면서 학식을 먹고 청년들과 대화를 나누며 토론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으나 점심시간이다 보니 시간이 짧아 공감 수준을 높이는 데에 그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취직이 안 되고, 연애가 안 되고, 결혼·출생이 안 되는 원인에 대해 깊은 진단과 처방을 내려 승부수를 냈어야 하는데 거기까지는 접근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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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희원 기자·김다연 인턴기자 wontim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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