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관에서 20일 개막한 '컴퓨텍스 2025'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SK하이닉스 전시관을 찾아 'JHH LOVES SK Hynix!(젠슨황은 SK하이닉스를 사랑해!)'라는 문구를 남겼다. /사진=김남이 기자
SK하이닉스가 경쟁자보다 빠른 차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 양산으로 시장에서 독점 공급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HBM의 공급 가격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HBM 시장 점차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오는 4분기부터 HBM 6세대인 HBM4를 본격 양산해 연말 엔비디아 등 고객사에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HBM4 최초공급자로 연말 독점적인 공급자의 지위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는 내년 HBM4를 탑재한 AI(인공지능) 반도체 루빈을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에서 처음으로 HBM4를 양산, 공급하는 만큼 가격 프리미엄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 5세대인 HBM3E보다 30~40%가량의 가격 프리미엄 추가가 예상된다. 앞서 HBM3E도 출시 당시 단가가 약 20% 상승한 것으로 전해진다.
HBM4는 이전 세대보다 I/O(입출력 단자) 수를 두배로 늘리면서 전송속도는 동일하게 유지해 생산 기술의 난이도가 높아졌고, 원가도 상승했다. 이전에는 SK하이닉스가 자체 공정의 웨이퍼를 이용했으나 HBM4에는 TSMC에서 생산하는 로직 웨이퍼가 사용된다. TSMC의 로직 웨이퍼의 단가는 기존보다 3~4배 비싸다. HBM4의 전체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업계는 HBM4까지 SK하이닉스의 독주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양산 시점이 이미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보다 앞서며 시장을 선점해서다. HBM4 시장에서 초기 점유율 75%까지 SK하이닉스가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급 중인 HBM3E 12단의 매출 확대가 본격화되는 것도 SK하이닉스에 기회다. HBM3E가 탑재되는 엔비디아의 블랙웰 울트라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HBM3E에서도 경쟁사를 앞서는 공급 점유율을 확보한 상태로 차세대 메모리 개발을 위한 현금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HBM 수요는 점차 커지고 있다. 시장 둔화의 우려도 있지만 기존의 북미 고객 외에 중동 등으로 AI서버 고객이 확장되는 모습이다. 최근 델(DELL)도 AI 서버 수요가 전례없이 강하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 HBM 출하량이 300억기가바이트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HBM시장이 커지는 만큼 삼성전자와 마이크론도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고객사 일정에 맞춰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HBM4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내년부터 HBM4가 매출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마이크론도 올해 상반기부터 양산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성능과 가격 측면에서 SK하이닉스보다 경쟁력을 갖춘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협력사 등에도 원가절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HBM4 경쟁에서 격차를 좁히기 위해 수율과 용량을 더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다음 세대인 HBM4E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초기 HBM4 시장은 내줬지만 HBM4E에서 다른 구도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중국도 HBM 경쟁에 합류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CXMT는 내년 HBM3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선두 업체와 비교해 2세대 정도 뒤처진 수준이지만 D램에서 보여줬던 개발 속도를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다. CXMT는 HBM 전환을 위해 내년부터 DDR4 생산을 단계적으로 줄일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은 새로운 AI용 메모리 개발에 나섰다. 일본 닛케이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인텔과 손잡고 신형 메모리 반도체 개발에 나선다. HBM보다 소비전력, 발열 등에서 효율이 더 좋은 메모리 개발이 목표다. 사이메모리(Saimemory)라는 합작법인도 설립했다. 2027년 시제품 개발이 목표다.
SK하이닉스는 경쟁력 유지를 위한 인재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2025 SK 글로벌 포럼'에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AI가 촉발한 세상의 변화는 올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며 그 변화의 중심에는 메모리 반도체와 SK하이닉스가 있다"며 " AI 시대 반도체 산업의 핵심 경쟁력 역시 결국 사람이다"고 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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