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국유화? 아니다?…정치권 '공공 플랫폼' 갑론을박
전문가 "정부 역할은 생태계 조성·지원, 직접 진출은 신중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1일 오후 대전광역시 서구 보라매공원에서 유세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대해 "나라가 나서고 지원해 우리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발언하자, 정치권·산업계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국유화 발상"이라고 비판했고, 미디어업계는 정부 주도의 성장 전략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국내 OTT 산업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일정 수준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공공 플랫폼을 만드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세제 혜택, 콘텐츠 제작 지원처럼 민간 중심의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측면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지 직접 사업에 나서는 방식은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31일 현장 유세에서 문화산업 진흥 필요성을 언급하며 "재료가 드는 것도 아니고, 우리 아이디어로 '폭싹 속았수다'를 우리가 생산해서 수출했으면 얼마나 돈을 벌었겠나"라며 "넷플릭스에 다 주는 바람에 우리는 약간만 건졌다. OTT 같은 플랫폼도 나라가 나서고 지원해서 우리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지난달 7일에는 윤제균·정주리 감독과 김은숙·박해영 작가 등과 만난 자리에서 "(OTT를) 외국이 장악하니까 전부 거기에 종속되지 않나"라며 "공용 플랫폼을 만들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숙 작가가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를 상대할 수 있는 국내 통합 OTT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제안하자, 이 후보는 "저희도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상대 후보는 날을 세웠고, 산업계는 신중한 해석을 내놓았다. 이준석 후보는 페이스북에 "뭐든 온통 국유화해서 빼먹을 생각밖에 없는 것 같다"며 "잼비디아(이재명+엔비디아)에 이은 잼플릭스(이재명+넷플릭스)의 탄생"이라고 꼬집었다. 이재명 후보의 발언을 '공공 플랫폼=국유화' 로 해석하며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K-엔비디아' 발언이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을 한국판으로 만들고, 국민이 30%의 지분을 갖는다는 구상이었음을 고려하면, 이준석 후보는 이번 OTT 발언 또한 국가 주도의 넷플릭스 구축 시도로 보고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나 미디어업계 전문가들은 이재명 후보가 언급한 K-OTT 정책이 국가 주도의 공공 플랫폼과는 거리가 있다며 국유화 논리로 연결짓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 공약집에도 '경쟁력 지원 강화' '해외 진출 지원' 등이 언급됐을 뿐 별도의 플랫폼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은 없었다는 것이다.
조성동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OTT를 국가 사업으로 한다는 개념은 어느 정당도 이야기하기 힘든 일"이라며 "(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국내 OTT 사업자가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략을 마련하고, 해외 진출 시 지원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자는 취지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방법론 측면에서도 세금으로 직접 콘텐츠에 투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조 교수는 "매칭 펀드 방식으로 콘텐츠 사업자가 일정 부분 투자하거나, 투자를 많이 해 이익이 날 경우 일부 세액 공제를 하는 지원을 고려할 수 있지만, 이 범위를 벗어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티빙·웨이브 로고. ⓒ각 사
다른 전문가는 OTT 공공 플랫폼 논의에서 사업 영역과 공공 영역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티빙, 웨이브 등은 상업적 OTT이고, 독립영화·다큐멘터리 등은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이성민 방송통신대학 부교수는 "독립 영화의 문제 중 하나가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았을 때 공개될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며 "특화된 플랫폼이 있다면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접근성만으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기 때문에 수익 창출 등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형태의 OTT로 성장하기 위한 정책 실효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국가가 상업적 OTT 모델을 직접 모방하거나 경쟁 구도에 뛰어드는 방식은 민간 생태계를 저해하고 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OTT 정책은 민간 중심 활성화를 기본으로 삼되, 독립영화나 다큐멘터리처럼 시장 기반만으로는 유통이 어려운 콘텐츠에 한해 공공적 접근을 검토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대선후보들의 OTT 관련 공약이 정책 우선순위로 올라온 것 자체는 산업계에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부분 국내 OTT 진흥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티빙-웨이브 합병도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가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티빙과 웨이브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임원 겸임 기업결합'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앞서 양사는 지난해 말 공정위에 임원 겸임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다.
티빙의 최대주주는 CJ ENM(48.9%), 웨이브의 최대주주는 SK스퀘어(36.7%)다. 공정위의 '임원 겸임' 승인 시 양사는 경영진을 상호 파견해 실질적인 통합 작업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
한편 한국방송학회는 AI시대 영상산업정책 특별위원회는 최근 발표한 '2040 문화강국 G2 도약 위한 대한민국 영상산업진흥정책(안)'에서 로컬 OTT 육성을 핵심 과제로 제안했다. 넷플릭스 쏠림 현상을 완화하려면 국내 OTT의 대형화를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티빙-웨이브 합병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영상 산업 지원 정책(안)ⓒ한국방송학회 AI시대 영상산업정책 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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