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칼텍,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응집 막는 펩타이드 설계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에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갈색)이 신경세포에 덩어리를 이루고 있고, 타우 단백질(파란색)도 비정상적으로 뭉쳐있다./미 국립보건원(NIH)
국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키는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체의 생성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개발했다.
한국연구재단은 김준곤, 최태수 고려대 교수 연구진이 윌리엄 고다드 3세(William A. Goddard III)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칼텍) 교수 연구진과 함께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체의 형성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펩타이드를 설계했다고 2일 밝혔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 환자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환자의 뇌에서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뭉친 덩어리가 관찰된다. 특히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체가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원래 신경 세포를 보호하는 단백질이지만, 세포에서 떨어져 나와 덩어리를 이루면 오히려 신경 세포에 손상을 준다.
레켐비, 키선라 같은 항체 치료제들도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체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에 결합해 응집을 막는 펩타이드도 개발되고 있지만, 아밀로이드 베타의 구조가 일정하지 않아 펩타이드 설계가 쉽지 않았다. 펩타이드가 단백질과 정확히 맞물려야 효과를 내는데, 기존 펩타이드들은 아밀로이드 베타의 불규칙한 구조에 잘 맞지 않아 효율이 낮았다.
연구진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한 뒤, 그에 잘 맞는 펩타이드를 새로 설계했다. 핵심은 비정형 단백질에도 안정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반 평행 베타 시트(antiparallel β–sheet)' 구조를 유도한 것이다. 실험 결과, 새 펩타이드는 훨씬 적은 양으로도 뛰어난 억제 효과를 보였다.
기존 펩타이드 억제제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보다 20배 더 많은 상태에서 56%의 응집 억제 효과를 보인 반면, 새로운 펩타이드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같은 농도에서 51%, 5배 농도에서는 84%까지 억제 효과를 나타냈다. 특히 뇌를 보호하는 혈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고 혈액의 액체 성분인 혈장에서도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나, 실제 치료제로서의 활용 가능성도 입증됐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김준곤 교수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구조적 특성을 규명해 안정적인 복합체를 형성할 수 있는 펩타이드의 합리적인 설계 방법을 제시했다”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지난달 9일 게재됐다.
참고 자료
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2025), DOI: https://doi.org/10.1002/anie.202504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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