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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죽은 표 아닌 약자 살리는 표”···‘소수자들 입’이 된 권영국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34
2025-06-02 06:17:46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FJKuMudz1Z">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f4828fba34d7520a5996593c15a0277f9cd7b2d76d83877dd96c1d8c72d24b24" dmcf-pid="3i97R7Jq1X"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이 지난 5월 23일 서울 문래동의 노조 사무실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재덕 기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6/02/weeklykh/20250602060706699dbex.png" data-org-width="1100" dmcf-mid="HrUX9Xf550"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02/weeklykh/20250602060706699dbex.pn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이 지난 5월 23일 서울 문래동의 노조 사무실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재덕 기자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dbb19b02d69bcfa87b0261663ec66f39badc3755d6253ea067c88795ba851af9" dmcf-pid="0n2zeziBHH" dmcf-ptype="general"><br><br>2021년 2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의 노동조합인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에 탈퇴서 100여장이 접수됐다. 임종린 파리바게뜨 지회장에게 한 조합원이 말했다. “우리 노조 없어지는 건가요? 관리자들이 민주노조에 남아 있으면 불이익이 있을 거라며 탈퇴하래요. 다들 불안해해요.” 실제로 지회에 가입한 제빵기사들은 승진 인사에서 자주 누락됐다. 사측이 민주노조 없는 ‘청정지역’을 만들겠다며 회의를 열어 탈퇴 전략을 논의했다는 얘기도 돌았다. 한때 730명의 조합원이 있던 파리바게뜨 지회는 그해 6월이 되자 300여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br><br>파리바게뜨 매장에 냉동 반죽(생지)을 공급하는 계열사 SPL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2020년 말 결성된 화섬식품노조 SPL지회는 관리자들의 회유와 압박으로 조합원이 228명에서 12명으로 줄었다. “어떻게 만든 노조인데···.” 임 지회장은 2022년 3월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물과 소금만으로 버틴 싸움이었다. 단식 투쟁에도 사측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보다 못한 시민단체들이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을 조직하고 1인 시위에 나섰다. 공동행동의 대표는 ‘거리의 변호사’라 불리던 권영국이었다.<br><br><strong>“세상이 거꾸로 됐다” 물구나무 시위</strong><br><br>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의 파리크라상은 ‘매장에서 직접 구운 빵’이라는 콘셉트로 2000년 전후로 베이커리 업계 1위가 됐다. 본사가 가맹점에 생지를 공급하면, 가맹점에 파견된 제빵기사가 직접 빵을 만들어 굽는 방식이라 제빵기술이 없어도 누구나 점주가 될 수 있었다. 결국 파리바게뜨 사업이 성공한 건 제빵기사를 파견하는 시스템 덕분이었는데, 본사에서 퇴직한 임원들이 세운 용역업체 소속으로, 실질적 지시는 본사인 파리크라상으로부터 받는 불법 파견이었다. 제빵기사들은 파리크라상과 용역업체, 가맹점주 사이에서 저임금과 과도한 노동에 시달렸다. 제빵기사였던 임종린씨는 2017년 정의당의 도움을 받아 불법 파견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파리바게뜨 지회를 설립했다.<br><br>파리크라상은 고용노동부로부터 직접고용 등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이행하지 않아 162억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됐다. 이에 파리크라상과 정의당, 민주당, 가맹점주협의회, 시민단체, 파리바게뜨 지회, 당시 새로 설립된 한국노총 노조까지 7자가 모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다. 2018년의 일이다. 파리크라상은 자회사(피비파트너즈)를 통해 제빵기사를 고용하는 대신, 3년 안에 임금을 본사 수준으로 맞추겠다고 약속했고, 이에 과태료 처분을 면제받았다. 그러나 이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다. 사측의 ‘노조 와해’ 시도까지 겹치면서 제빵기사들의 노조는 ‘바람 앞 등불’ 처지가 됐다.<br><br></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5c6c2c036e310a9f7db171fdd408c16996f61016b54710474ea41cf56705a57e" dmcf-pid="pLVqdqnbGG"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2022년 8월 당시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대라 공동행동’ 대표였던 권영국 변호사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허영인 SPC 회장 집 앞에서 물구나무를 선 채 1인시위를 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6/02/weeklykh/20250602060708302dtis.jpg" data-org-width="1100" dmcf-mid="XXWaSayjY3"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02/weeklykh/20250602060708302dtis.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2022년 8월 당시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대라 공동행동’ 대표였던 권영국 변호사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허영인 SPC 회장 집 앞에서 물구나무를 선 채 1인시위를 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제공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e1bee9d830c8506b0f3e9da908e97b0b5bbe6e263176a49a3df282c55095c7b7" dmcf-pid="UofBJBLKXY" dmcf-ptype="general"><br><br>그때 제빵기사들의 곁을 지킨 이들이 ‘공동행동’이었다. 당시 공동행동 대표 권영국은 서울 한남동 허영인 SPC 회장 자택 앞에서 물구나무를 선 채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SPC가) 법적 책임을 면하려 한 합의였는데 오히려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있다. 현실을 거꾸로 뒤집고 있어서 몸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br><br>임 지회장이 53일간의 단식 투쟁을 마치고 다섯 달이 지난 2022년 10월, SPL 평택공장에서 노동자 박선빈씨가 소스 혼합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SPC가 만든 빵을 사지 않겠다는 불매운동이 확산했다. 물구나무 시위에도 나오지 않던 허영인 회장이 그제야 나와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br><br>권영국은 2022년 만들어진 ‘중대재해전문가네트워크’의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2016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10대 노동자 김모씨가 전동차에 치여 숨졌을 때는 유족을 대리해 서울시와 진상조사 기구 마련에 합의했다. 2018년 12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김용균씨가 사망했을 때는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 특조위)’에서 특조위 간사로 활동했다. 권영국은 SPL 박선빈 사망 사건 이후에는 SPL 공장 현장을 돌아보고 사측이 안전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점을 알리는 등의 활동에 나섰다.<br><br>파리바게뜨 지회 등 노동자들의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허 회장을 포함한 SPC 그룹 전·현직 임직원 19명은 ‘노조 파괴’(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1년 넘게 재판을 받고 있다. 허 회장은 지난해 4월 구속 기소됐지만 5개월 뒤 1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나왔다.<br><br>SPC 사업장에서는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5월 19일,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작업 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로 나선 권영국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몇 명이나 더 죽어야, 얼마나 유가족이 많아져야 저 죽음의 공장이 바뀔까. 더는 봐줄 수 없다. 고용노동부는 이 사건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철저히 수사하라. 사업주 책임을 명백히 밝혀내고, 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하라”고 썼다.<br><br>권영국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돕겠다”고도 했다. 임종린 지회장은 그의 말이 ‘빈말’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안다. “시민단체에 이름만 올려놓고 활동 안 하는 명망가도 많은데 권영국은 달랐어요. 어떻게 돈도 안 받고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전국을 다니며 토론회를 하고 집요하게 매달렸죠. 우리끼리 ‘저분 생계는 어쩌지?’ 걱정할 정도였다니까요.” 그는 이번 대선에서 권영국 지지를 선언했다.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내주는 정당이 어디일까. 우리 곁에서 함께 싸운 이가 누구인지 생각하면 당연할 일 아닌가요?”<br><br></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1a261a78090ea8c3e252db82e5d413b98a73d5cc8aa52a2991e02b2dd3abaf9f" dmcf-pid="ug4bibo95W"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이주노동자들이 이주노조 합법화 승소 판결 환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민주노총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6/02/weeklykh/20250602060709882kemp.jpg" data-org-width="1100" dmcf-mid="ZTsMDMme5F"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02/weeklykh/20250602060709882kemp.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이주노동자들이 이주노조 합법화 승소 판결 환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민주노총 제공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928ee204844689c7eb024111274b408484782339942680634c454f16e6ec2495" dmcf-pid="7JKuMudz5y" dmcf-ptype="general"><br><br><strong>이주노동자 곁에서 10년</strong><br><br>권영국은 이주노동자들이 2005년 노조 설립을 시도할 때도 함께 있었다. 당시 노동지청은 “불법 체류자”들의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며 설립 신고를 반려했다. 이주노조는 설립 신고 반려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권영국이 이주노조의 대리인을 맡았다. 경기 남양주 마석가구공단에서 일하다 2000년대 초 이주노조 활동가가 된 섹알 마문은 “당시 노조는 돈이 없어서 변호사 선임이 어려웠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드는 것에 대해 적극 나선 변호사도 없었다. 그때 권영국 변호사가 사건을 맡았다”고 말했다.<br><br>1심에선 패소했지만, 2007년 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주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노동부는 대법원에 상고했고, 2015년 대법원이 2심의 판결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8년이 걸렸다. 그사이 노조 집행부 임원들이 당국의 ‘표적 단속’으로 붙잡혀 본국으로 추방됐다. 섹알 마문이 말했다. “그때가 우리에겐 가장 힘든 시기였어요. 간부를 다 잡아서 보내버리니까 이끌어갈 사람도 없고, 동력은 떨어지고···. 노동자들도 노조에 가입하지 않으려 했죠.”<br><br>정부 단속에 붙잡히지 않고 노조를 이끌 만할 사람이 필요했다. 민주노총에 고용돼 일하던 네팔인 노동자 우다야 라이가 위원장으로, 한국인과 결혼하고 귀화한 섹알 마문이 부위원장이 됐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날 우다야 라이와 섹알 마문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10년간의 소송을 끝낸 권영국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직 임원들이 추방될 때마다 집행정지 신청, 강제출국처분취소소송 등을 대리했는데 계속 패소했습니다. 그 끝이 오늘이라 생각합니다. 초대 위원장 아노아르 후세인, 2대 까지만 위원장, 라쥬 부위원장, 마숨 사무국장, 3대 토르너 위원장, 소부르 부위원장, 4대 미셸 카투이라 위원장···. 이런 분들의 끊임없는 희생 덕분에 오늘 다행스러운 판결이 나왔습니다.”<br><br>하지만 대법원 결정에도 노동지청은 노조 설립 필증을 내주지 않았다. 이번에는 노조 규약에 명시한 ‘고용허가제 반대’와 ‘이주노동자 합법화 쟁취’가 노조법상 허용되지 않는 정치운동이라며 보완할 것을 요구했다. 2004년 도입된 고용허가제는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받고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에게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노동 조건이 열악하고 임금을 받지 못해도 사업주의 허락 없이는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고민하던 이주노조는 결국 규약에서 이들 내용을 삭제하고 노조설립 필증을 받았다. 권영국은 지난 4월 ‘한겨레21’ 기고에서 “노조 합법화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이주노동자들의 삶은 전혀 개선되지 못했다. 고용허가제는 ‘현대판 노예제’로 여전히 악명을 떨치고 있다”며 “아리셀 참사, 몽골이주청년 강태완, 유령처럼 죽어가는 이주노동자들을 떠올린다. 그때 내가 타협하지 말았어야 할 사항이었나 싶어 아프게 느껴진다”고 했다.<br><br>이에 대해 섹알 마문 이주노조 부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반성하는 정치인을 본 적이 있었나? 권영국은 책임 있는 변호사이자 정치인”이라며 “절대 권영국의 잘못이 아니었다. 노조 설립이 안 되면 존립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고용허가제 반대와 이주노동자 합법화는 앞으로 우리가 싸우면서 쟁취해야 할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주노조에는 여전히 과제가 많다. 농업 분야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휴게·휴일·근로시간 등의 적용 대상이 아니고, 냉난방조차 안 되는 불법 컨테이너 숙소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다. 중대재해처벌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이 안 되다 보니 편법으로 사업장을 5인 미만으로 쪼개는 기업도 많다.<br><br></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c75e2b340adb99073214412c58ed9c8d318af94b070288d43a9b78e61f7b5420" dmcf-pid="zi97R7JqtT"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풍산금속 해고노동자 이종대씨 / 이재덕 기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6/02/weeklykh/20250602060711488nzpj.png" data-org-width="1100" dmcf-mid="5DE8j8kPGt"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02/weeklykh/20250602060711488nzpj.pn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풍산금속 해고노동자 이종대씨 / 이재덕 기자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cd35fb1ed2fb6addadce635fc4596deec3628a57064f0eae56e15e2ce571a2fa" dmcf-pid="qn2zeziBXv" dmcf-ptype="general"><br><br>투표권이 있는 섹알 마문 부위원장은 이번 대선에서 권영국을 찍겠다고 했다. “거대 양당은 저희 삶을 하나도 바꿔주지 못할 거예요. 제 삶을 위해서 권영국을 지지합니다. 한국사회에 우리 같은 사람이 있다는 걸 증명하고 지우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br><br><strong>용산참사 철거민과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변호사</strong><br><br>권영국도 처음부터 변호사는 아니었다. 1985년 병역 특례로 방산업체인 풍산금속에 취직했다가 노동자 대투쟁 시기에 동료들과 노조 결성에 나섰다. 권영국은 당시 집속탄을 개발하던 부서의 반장이 폭발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이를 알리는 벽보를 읍내에 붙이다 1988년 해고됐다.<br><br>당시 집속탄 개발 부서에 있던 이종대씨는 “당시에 집속탄을 시험하던 반장이 굉장히 두려워했던 기억이 난다. 집속탄을 든 손이 조금만 흔들리면 사고가 나는 상황이었고, 결국 폭발사고가 났다. 회사에서는 조용히 처리하려고 했다. 화장실 갈 때도 ‘똥 싸러 간다’는 뜻의 네모난 막대기를 목에 걸고 가야 할 정도로 인권이 무시됐던 회사에서 폭발사고를 알리는 벽보를 붙인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br><br>노조가 서울 충무로에 있는 풍산금속 본사까지 가서 투쟁하면서 1989년 11월 권영국 등의 해고는 취소됐지만, 1990년 1월 풍산금속 안강공장 안으로 전국에서 소집된 경찰력이 들이닥쳐 권영국 등 집행부를 구속했고, 권영국은 3년 6개월의 옥살이를 해야 했다. 권영국은 다시 해고됐다. 출소 후 복직 투쟁을 벌였지만, 노조가 사실상 와해된 상황이었다. 권영국은 이후 사법고시 3년을 공부해 변호사가 됐다.<br><br>한편 구속을 면한 이종대씨는 노조 재건 활동을 벌이다가 해고됐다. 그는 울산항에서만 운송 기사를 하다 화장품 대리점을 차렸다. 지금은 그만두고 매일 저녁 8시부터 새벽 4시까지 대리운전을 한다. 지난 5월 25일 울산에서 만난 이종대씨는 “당시 해고된 이들 중 벌써 7명이 세상을 떠났다. 젊은 날에 복직이 됐으면 좋았을 텐데 이미 정년이 훌쩍 지난 나이가 됐다”며 씁쓸해했다.<br><br>2009년은 끔찍한 시절이었다. 당시 용산 재개발에 반대하며 용산 4구역 망루에 올라간 철거민들이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사망한 용산 참사와 해고에 반대하며 공장 문을 닫고 77일간 옥쇄 투쟁을 벌이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을 경찰이 진압한 쌍용차 사건이 잇달아 일어났다.<br><br>권영국은 용산 참사에서는 철거민들의 공동변호사로 나섰다. 용산 참사 당시 남편을 잃고, 아들의 옥바라지까지 해야 했던 전재숙씨는 “모든 걸 잃은 상황에서 내 곁에 있던 건 권영국 변호사였다”고 말했다. “대법원 앞에서 시위할 때 경찰이 변호사를 잡아가는데 내가 그의 바지를 붙잡고 늘어졌던 기억이 생생해요. 변호사마저 잡혀가면 안 되니까···. 변호사가 걱정하지 말라고 그러더니 금방 나오더라고요. 시간이 지난 뒤에도 우리를 잊지 않았어요. 지난번 남편 기일 때도 와주셨어요.”<br><br></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f1817a03fe8544f5e53756e5aa6be11394b5a995f477a8e44e6f489a1ee0ec79" dmcf-pid="BLVqdqnbtS"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2014년 11월 13일 대법원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에 대한 무효확인소송에 대해 ‘해고는 유효하다’는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린 직후, 김득중 지부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6/02/weeklykh/20250602060713248gusr.jpg" data-org-width="1100" dmcf-mid="1FM4N4c6X1"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02/weeklykh/20250602060713248gusr.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2014년 11월 13일 대법원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에 대한 무효확인소송에 대해 ‘해고는 유효하다’는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린 직후, 김득중 지부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753477dcbe588a74587e7310eb3b00d1f90b5955c5d597998189aeb72e52105c" dmcf-pid="bofBJBLKtl" dmcf-ptype="general"><br><br>쌍용차 노조의 김득중 지부장은 권영국의 이름을 옥쇄 파업 중에 들었다. 2009년 6월 권영국은 쌍용차 평택공장 앞에서 체포된 쌍용차 조합원들에 대한 변호인 접견권을 요구하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김득중 지부장이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하려고 평택공장에 온 권영국이 붙잡혔다는 얘기가 돌았어요. 다들 ‘우리 돕다가 체포된 변호사가 있다고?’라며 놀라워했죠.”<br><br>변호사였던 권영국이 정치로 나서기로 한 건 2014년 대법원에서 쌍용차의 해고가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면서였다. 권영국은 책 <거리에 핀 정의>에서 “그때 현장 운동만으로 제도를 바꿀 수 없음을 절감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치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이후 노노사정 4자 합의에 따라 2020년 5월 전원 복직했다. 복직한 이후에도 노조는 경찰과 사측의 손해배상청구 등으로 고통을 받았다. 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무산된 상태다.<br><br>용산 참사 당시 강경 진압의 책임이 있던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2016년 총선에서 경북 경주에 출마했을 때 권영국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당시 김득중, 전재숙, 이종대가 경주를 찾아가 그의 유세를 도왔다. 그 총선에서 낙선하고도 또 김석기를 막아야 한다며 다음 총선에 나섰다. 이종대씨는 “권영국은 참 바보 같은 사람이다. 김석기를 막겠다며 보수 성향의 경주에 출마하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은 일인데···. 그 후에는 아예 경주에 가서 살기까지 했다. 참 진실하고 끈질긴 사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br><br>‘거리의 변호사’는 이제 민주노동당(옛 정의당)의 대통령 후보가 됐다. 그가 평생 함께했던 노동자나 철거민 외에도 전세사기 피해자, 성소수자, 장애인 단체들이 그를 지지한다. 성소수자인 소성욱씨는 “지금 대선후보 중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말하는 후보는 권영국뿐”이라며 “다들 ‘나중에’를 말하는데 언제까지 우리의 존재를 지우고 ‘나중’만 외칠 건가. ‘지금’ 하겠다는 후보를 지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br><br></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1609acfcf2a3b644d1852876649faf7b0d36518d466356b051729bcb626f9064" dmcf-pid="Kg4bibo91h"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안상미 인천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위원장 / 이재덕 기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6/02/weeklykh/20250602060715276zfdi.png" data-org-width="1100" dmcf-mid="tstGbG2XZ5"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02/weeklykh/20250602060715276zfdi.pn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안상미 인천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위원장 / 이재덕 기자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9d465191a6b60d4bbbb41c7730cd628c5a334123a3aeef83869dbae93cb3cb49" dmcf-pid="9a8KnKg25C" dmcf-ptype="general"><br><br>안상미 인천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는 양당 구조인 지금의 정치구조에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우리의 얘기를 듣고 특별법 제정까지 노력을 기울였던 옛 정의당과 권영국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br><br>안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 대선에서 권영국 후보에게 주는 표는 사표가 아니에요. 우리를 살리는 표죠. 권 후보가 대선후보 토론에 나설 수 있던 것도 진보정당이 지난 총선에서 3% 이상의 표를 받았기 때문 아닌가요. 대선이라는 큰 장에서 우리 같은 약자들의 말이 권영국의 입을 통해 한 번이라도 더 나가고, 토론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이와 관련해 약속을 받아내는 모습을 다들 봤잖아요. 그것으로도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br><br>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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