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미래 먹거리' 영토를 넓혀라
[4] 첫발도 못 뗀 항공 모빌리티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중단 '위기'
핵심인 기체 개발 해외로 눈 돌려
UAM 산업 성장도 전에 한계 직면
편집자주
다음 세대의 삶을 책임질 미래 첨단 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추격자였던 중국이 선도국으로 변모하는 사이 한국 기술은 규제와 정쟁에 발목 잡혀 제자리걸음을 했다. '뛰는 차이나, 기로의 K산업' 2부에선 미래 산업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을 분석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 중인 도심항공교통(UAM) 기체의 가상 비행 장면. KAI 제공
"기체(機體)가 없는데 도심항공교통(UAM)이 가능한가요. 기체 개발을 민간에 넘기고 정부가 지원을 배제한 게 문제죠.”
최근 한국일보 취재에 응한 UAM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토로했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말 상용화를 목표로 2023년부터 추진했던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사업이 참여 기업들이 기체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UAM의 핵심인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의 기체를 설계·제조하고 시험비행을 거쳐 인증을 받기까지 수천억 원이 드는데,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한 탓에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K-UAM에 뛰어든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해외 기체를 들여오는 방법을 모색 중인데, 그조차 지연되고 있다. SKT한〮화시스템 컨소시엄은 미국 조비에이션의 기체를 들여오려 했지만, 최근 조비에이션 측에서 자국 내 인증 문제로 공급을 미뤘다. 카카오모빌리티버〮티컬 컨소시엄도 미국 아처 에비에이션으로부터 기체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K-UAM 컨소시엄 중 기체를 확보한 곳은 없다”라며 “해외 확보마저 어려워지자 일부 기업은 아예 기체 개발에 투자를 접었다”고 귀띔했다.
해외에서 UAM 기체를 공수해온다 해도 국내 산업엔 실익이 크지 않다. 핵심 기술 내재화가 불가능하니 산업 생태계를 확장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자체 UAM 기체 개발에 나선 곳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뿐이다. 2027년 상반기에 1호기 기체 제작을 완료하고, 2028년 6월까지 비행시험을 거쳐 2030년 실증기 개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KAI 입장에서도 불안감이 적지 않은 걸로 전해진다. 안정성 검증과 인증 체계 등 UAM의 제도 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아, 기체를 개발해도 상용화까진 요원하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들이 미국에서 기체를 들여오려 했던 이유도 UAM 인증을 진행하는 미 연방항공청(FAA)의 표준이 우리나라에 향후 도입될 것으로 예상해서다. 결국 국내 업체들은 개발·인증·생산은 해외에서 진행하고, 국내엔 UAM 서비스만 제공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국내 UAM 산업 생태계가 성장하기도 전에 한계에 직면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대로라면 중국과의 산업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에 민간 기술력까지 더해져 빠르게 양적 성장을 이뤄가고 있다. 보다 못한 업계에선 UAM 산업의 돌파구로 "민간 대신 군용 UAM을 먼저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최근 커지고 있다. 민간 시장에선 수익성 확보가 불확실한 반면, 군용 UAM은 초기부터 안정적인 수요를 제공해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군용은 인증 과정이 간편해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데다, 실증 시험을 위한 공역 사용도 민간보다 유리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방위산업은 정부 주도의 대량 도입이 가능하므로 중소기업·부품사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UAM 산업의 생존 기반이 될 수 있고, 군용이 민수용보다 높은 수준의 기체 성능을 요구하기에 핵심 기술 개발도 더 수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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