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운동 시작 후 영남권 세 번째 방문
반명 정서 정면돌파, 중도보수 표심 공략
"좌파도 우파도 아닌 실력파" 실용주의 부각
산은 대신 부산에 동남투자은행 설립 공약도
"尹 도로에 활보..." '내란 세력 처단' 심판론 강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고향인 경북 안동시의 웅부공원에서 열린 유세에서 성적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김대중 정책이면 어떻고,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습니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대선을 이틀 앞둔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경북 안동을 시작으로 대구, 울산, 부산 등 보수 텃밭을 집중 공략했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 후 벌써 세 번째 영남권 유세다. 지난 유세에서 "재맹이(재명이)가 남이가"라고 외치며 TK 출신임을 어필한 데 이어 막판 구애에 나선 것이다. 험지인 영남권에서 총력전을 펼치며 '반명 정서'를 누그러뜨리고 중도 보수층 표심을 공략해 압도적 승리를 일궈내겠다는 의지다.
이날 이 후보는 자신의 고향인 안동에서 유세를 시작했다. 이 후보는 "안동은 자신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라고 친근감을 드러낸 뒤 "초대 임시정부 대통령은 안동에서 나왔다. 이번에 안동 출신 대한민국 대통령 한 번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유세장에는 이 후보의 초등학교 은사인 박병기 씨가 자리해 이 후보에게 '수'가 찍힌 대선 후보 성적표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유세 내내 '지역주의 극복'을 강조했다. 그는 "파란 옷을 입어도 잘하면 기회를 주는 정상적인 정치가 이뤄지는 곳으로 바꿔달라"면서 "반쪽에 의지해서 나머지 반쪽을 탄압하고 편 가르는 '반통령'이 아니고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모두의 대통령이 반드시 되겠다"고 약속했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그는 "김대중 정책이면 어떻고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나. 유용하면 쓰고 유용하지 않으면 버리면 된다"면서 "우린 좌파도 우파도 아닌 실력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구 경북 지역 인사 중에 유능한 이들을 많이 발굴해서 정부에 함께 참여하는 '탕평' 협치를 하겠다"(오마이TV 유튜브)는 구상도 밝혔다.
또한 보수의 핵심 가치인 안보에 대해서도 윤석열 정부가 12·3 불법계엄으로 훼손했다고 비판하면서 "안보는 보수정당이 잘한다는 게 맞나. 평화를 만들어내는 민주당이 진짜 안보 정당"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내란 심판 의지도 거듭 피력했다. 이 후보는 "윤석열은 감옥에 있어 마땅한데 무슨 수를 썼는지 대로를 활보하고 있다"며 "지금도 제3, 제4의 내란을 획책하는 내란 수괴와 주요 임무 종사자들을 확실하게 찾아내서 책임을 묻는 게 바로 이번 대선의 의무이자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보수 표심을 겨냥한 보훈 공약도 발표했다. 그는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이 자부심을 느끼도록 예우는 더 높게, 지원은 더 두텁게 할 것"이라며 특히 지역별로 차이가 큰 '보훈명예 수당'에 대해 "격차를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유세 중 포항 해군 초계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장병을 기리며 묵념을 하기도 했다.
해양수도 부산에 동남투자은행(가칭) 설립 등 지역밀착형 공약도 내놓았다. 윤석열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사실상 무산 위기에 처한 '산업은행 이전' 대신 부산 민심을 달랠 새로운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동남투자은행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산업·기업·수출입은행이 공동출자한 국책은행으로 조선, 자동차, 부품 소재 등 지역의 주력 산업에 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이 후보는 해양수산부와 해운회사 HMM 부산 이전뿐 아니라 해양산업을 강화하기 위해 대통령실에 해양비서관을 두겠다고도 약속했다.
이 후보는 이날까지 영남 유세를 마치고 대선 전날인 2일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 성남시를 방문한 뒤 서울에서 유세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관심이 모아졌던 '피날레 유세'는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진행된다. 지난해 시민들이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며 응원봉을 들었던 '빛의 혁명'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다. 민주당은 관련 일정을 공개하며 87년 대선 당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여의도 광장 유세 이미지를 차용했는데, DJ와 오버랩시켜 이 후보의 대선 승리 각오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다. 이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과 민주주의의 가치가 가장 빛났던 그 위대한 역사의 출발점에서 다시 한번 함께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대구 구현모 기자 nine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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