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공약 점검] 낙동강 녹조·4대 강 보
지난 29일 올해 처음 '낙동강' 조류경보 발령
물금·매리 지점 관심 단계...5월 발령 '9년 만'
매년 녹조 반복에도 김문수·이준석 공약 없어
국민의힘, 오히려 민주당 공약에 비난 목소리
시민단체 "강 수문 개방 가로막는 국힘 규탄"
지난 30일 낙동강 함안보 상류 선착장에 녹조가 발생했다. /경남환경운동연합
이번 21대 조기 대선은 4대강과 녹조 문제에서도 큰 전환점일 수밖에 없다. 녹조는 환경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올해 낙동강은 이미 5월에 조류 경보가 발령되는 등 신음하는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
◇이재명·권영국만 4대강 재자연화 = 21대 대선 후보별 4대강과 녹조 대처 관련 공약을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만이 환경단체의 끊임없는 목소리에 응답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8일 공개한 대선 공약집에서 '4대강 재자연화와 수질 개선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낙동강 등 4대강 보 전면 개방을 포함해 △지역 주민이 원치 않는 신규 댐 설치 추진 폐기 △4대강 유입 산업단지 폐수 오염물질 대폭 차단 △녹조 발생 제어 수처리제 적용 방법 및 마이크로시스틴 기준 마련 등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윤석열 정부 당시 이뤄진 금강·영산강 보 해체 결정 취소를 원상태로 되돌리겠다고 했으며, 보 전면 개방 후 취·양수장 위치 개선 사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때처럼 4대강 정책을 되돌리겠다는 뜻이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도 세종보 철거 등 4대강 재자연화 추진을 공약했다. 신규 댐 건설과 대규모 하천 준설 중단 등 자연 친화적 재해 예방 대책 마련도 제시했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이들과 다른 견해를 나타냈다. 공약집에서 4대강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대규모 준설 등 하천 지류 정비사업을 신속히 추진해 '물그릇'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또 주기적 가뭄으로 생활·공업 용수가 부족하면, 기존 댐을 다목적 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4대강, 녹조 문제와 관련해 이렇다 할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 비난 성명을 내놓았다가 환경단체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29일 중앙선대위 대변인(박성훈) 명의로 논평을 내고 이 후보 4대강 재자연화 공약을 비난하기도 했다. 제목부터 '4대강 보 해체 재탕을 선언한 이재명 후보, 이념적 집착의 끝은 국가 재앙, 국민 불행일 뿐이다'이다. 이 논평에서 국민의힘은 "보는 수자원 안정화와 지역 농업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반 시설이다", "호남과 충청 지역 주민의 반발에도 문재인 정부에서 밀어붙였다가 실패한 4대강 보 해체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겠다니 국민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쯤 되면 정책이 아니라 이념적 집착이며, 공약이 아니라 재앙 예고"라고 주장했다.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마창진시민모임 상임대표가 경남도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이에 대해 낙동강네트워크,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환경운동연합은 "국민의힘이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16개 보를 보물단지이자 만병통치약으로 여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김문수 후보 측이 극심한 녹조 창궐 현상을 보고도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매년 봄부터 늦가을까지 녹조 창궐 현상이 계속됐다"며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적·생태적 약자가 받게 된다. 강이 아프면 우리 국민이 병든다"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부산경남연맹과 낙동강네트워크는 2일 오전 10시 30분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수문 개방을 가로막는 국민의힘을 규탄할 예정이다. 보 수문 전면 개방과 4대강 재자연화도 촉구한다.
◇예년보다 빠른 '관심' 단계 발령 =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낙동강 물금·매리 지점 조류 농도 분석 결과, 유해 남조류 세포수 기준치(1000개체/㎖)를 2회 연속 초과해 지난달 29일 오후 3시를 기해 조류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했으며, 당분간 이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류경보제는 녹조 발생 정도에 따라 단계별 수질오염 경보를 발령하는 제도다. 2주 연속 물 1㎖당 남조류 세포수가 1000개체 이상이면 '관심', 1만 개체 이상이면 '경계'다. 100만 개체를 초과할 때는 '대발생' 단계가 내려진다. 관련 제도 운용 근거는 물환경보전법이다.
문제가 된 물금·매리 지점은 양산 물금과 김해 매리 경계 지역이다. 이곳 남조류 세포수 조사는 지난달 19일(수온 21.1도)과 26일(수온 21.9도), 이렇게 두 차례 있었다. 이 과정에서 확인된 남조류 세포수는 각각 1267개체, 5984개체다.
같은 기간 함안 칠서 지점의 남조류 세포수(400개체, 2124개체)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다만 칠서 지점 역시 추가 조사에서 또 한 번 1000개체 이상 남조류 세포수가 확인될 것으로 보여, 물금·매리 지점처럼 '관심' 단계 발령이 유력하다.
강호열 낙동강네트워크 공동대표가 김해 대동면 초정리 대동선착장에서 녹조물을 강에 붓고 있다. /경남도민일보DB
올해 경보가 이전과 다른 점은 발령 시점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22일 빨랐다. 지난해 첫 조류경보 발령은 6월 20일 함안 칠서 지점에서 나왔다. 물금·매리 지점에서는 일주일 뒤인 6월 27일 관심 단계가 내려졌다. 두 지점 조류경보는 각각 보름, 한 달간 이어진 끝에 해제됐다.
직전 5월 발령은 9년 전인 2016년 5월 31일이었다. 이때 낙동강 함안 칠서 지점 남조류 세포수는 그해 5월 9일 0개에서 일주일 뒤인 5월 16일 126개체로 늘었고, 뒤이어 23일 2150개체, 30일 1만 7980개체 순으로 급증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올해 이른 조류경보 발령 배경으로 적은 강수량을 지목했다. 비가 적게 내려 유해 남조류 증식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서흥원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은 "올해는 이전보다 이르게 조류경보가 발령됐고, 평년에 비해 높은 기온이 전망됨에 따라 유해 남조류 증식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므로, 관계기관 간 빈틈없는 협업 체계를 구축해 조금이라도 더 녹조를 줄여 주민 불안감을 없애고 안전한 먹는 물 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낙동강청, 대응 안일" 지역사회 비판 목소리 = 환경단체는 이번 조류경보 발령이 "행정의 녹조 대응 실패 결과"라고 규정했다. 이미 지난 19일부터 남조류 세포 수가 크게 늘 조짐이 있었지만, 사전 예방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경남환경운동연합, 낙동강네트워크는 30일 성명에서 "정부의 틀에 박힌 녹조 대응은 국민의 불안감과 행정에 대한 불신만 키우고 있다"며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조류경보제 발령과 그에 따른 대책은 매년 판박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낙동강 안에서 녹조가 창궐하여 조류경보제가 발령됐는데, 수질 오염물질 유입을 막겠다는 것은 낙동강 유역 주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수문을 개방하는 것만이 낙동강 녹조 특별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체들은 차기 정부가 4대강 재자연화로 낙동강 녹조 문제 해결을 국정 과제 중 최우선으로 두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구사항으로 △선진국 수준의 녹조 독소 실태조사 및 관리제도 마련 △취·양수 시설 개선 신속 완료 △조류경보제 제도 녹조 발생 지역 확대 개편 △낙동강 수문 전면 개방 △낙동강 보 처리 방안 마련 △낙동강 유입 오·폐수 초고도 처리 및 무방류 시스템 도입 등을 꼽았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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