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너 SNS서 갤S 일관된 카메라 디자인 저격
갤럭시S 시리즈(사진에서 위)와 아너 시리즈 카메라 디자인 비교. /사진=아너 말레이시아 SNS 캡처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아너'가 '삼성전자'의 '갤럭시S' 시리즈를 공개 저격하며 자사 신제품의 우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삼성을 깎아내리며 자사 기술력과 차별화를 부각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중국 제조사의 공격적 마케팅이 점점 노골적인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오히려 업계 종사자들 사이 비판이 일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아너는 최근 말레이시아 공식 SNS(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자사 스마트폰 '아너N' 시리즈와 삼성의 '갤럭시S' 시리즈의 디자인을 비교한 사진을 게재하며 "(삼성은) 아직도 2023년 디자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는 차세대 기술 미학으로 업그레이드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공개된 사진에 따르면 삼성은 '갤럭시S 23'부터 올해 2월 출시된 '갤럭시S 25'까지 최상위 모델인 '울트라'에서 3년간 동일한 '세로 일렬 3개 카메라'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아너는 매년 카메라 배치를 바꾸는 등 디자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이를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아너의 이번 저격은 지난달 말 글로벌 출시한 '아너400'의 우월성을 부각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너는 해당 모델 공개 당시 갤럭시S25 울트라와 동일한 2억 화소 카메라를 탑재했으며, AI 슈퍼 줌 기능을 통해 최대 50배 확대 촬영이 가능하다고 홍보한 바 있다.
특히 이번 마케팅이 말레이시아 SNS에서 이뤄진 데는 이유가 있다. 말레이시아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삼성과의 점유율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은 12%로 5위다. 아너는 11%(6위)로 삼성과의 격차는 1%포인트에 불과하다. 삼성은 2023년까지만 해도 점유율 27%로 1위를 차지했지만, '애플'과 중국의 '트랜션' 약진으로 점유율이 반토막난 상황이다.
한 IT팁스터의 아너 비판 게시글. /사진=X(엑스, 옛 트위터)
다만 아너의 이 같은 도발에 대해 일부 IT(정보기술) 전문가와 팁스터들은 비판적인 시선을 보냈다. 한 팁스터는 "아너는 매번 산만한 카메라 모듈을 선보이면서 왜 삼성을 조롱하는지 모르겠다"며 "삼성의 디자인은 깔끔하고 일관성이 있으며, 브랜드 정체성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팁스터는 "삼성은 매년 같은 디자인을 유지하지만 그게 바로 브랜드의 힘이다. 아너는 오히려 일관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중국 제조사들의 '삼성 저격' 마케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너는 지난해 자사 폴더블폰 '매직V3'의 힌지에 166단어 분량의 메시지를 각인했다. 내용은 "갤럭시Z폴드 사용자 여러분, 기대했던 미래에 실망하셨다면 매직V3가 새로운 기준이 되겠다"는 식의 삼성 사용자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사과문'이었다.
이전에도 아너는 'Not the same'이라는 슬로건을 사용하며 삼성의 제품군을 은근히 조롱했다. 이 문구에서 'sam'이라는 단어를 파란색으로 강조해 삼성(Samsung)을 직접적으로 떠올리게 했고 "더 이상 같은 수준이 아니다"는 메시지를 부각했다. 샤오미도 2021년 갤럭시S21 출시 직후 "우리는 충전기를 기본으로 제공합니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삼성의 구성품 축소 정책을 조롱한 바 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이러한 마케팅은 단순한 도발을 넘어, 시장 경쟁에서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과의 격차를 좁히고자 하는 브랜드 입장에서는 기술력만큼이나 '이미지' 경쟁이 중요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마케팅이 단기적으로는 화제를 모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 자체로 승부를 보기보다 경쟁사의 단점을 공격하는 방식은 일시적인 주목을 받을 수는 있어도 브랜드가 성숙하다는 인식을 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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