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상 LG헬로비전 강원보도국장이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LG헬로비전 제공
박건상 LG헬로비전 강원보도국장이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LG헬로비전 제공
"정치는 생각보다 멀리 있고 어려운 게 아닙니다. 지역 정치인들도 만나보면 골목 어귀서 만나는 동네 어르신들처럼 친근하기도 하고요."
지역민과 정치를 이어주는 방송이 있다. LG헬로비전의 '주주포차'다. '주민이 주인이 되는 포장마차'라는 의미의 주주포차는 단순 예능이 아니다. 정치가 멀고 어렵다는 인식을 깨우기 위해 술 한잔 기울이며 지역 현안과 이슈에 대한 지역 지자체장의 진솔한 의견뿐 아니라 노래 한 곡도 들어볼 수 있다. 지역 케이블TV를 통해 대선이나 총선 기간 반짝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현안과 밀접한 사안을 들여다보면서 멀다고 생각하는 정치의 간극을 좁히면서 화제가 됐다.
베테랑 방송인이자 주주포차 기획에도 깊이 관여한 박건상 LG헬로비전 강원보도국장은 1일 디지털타임스 인터뷰에서 "20년 넘게 케이블TV에 있었는데 직업이 '동네 방송기자'라고 얘기하고 다닌다"며 "지역민과 호흡하면서 지역 특화 현안과 사람을 다루는 게 지역방송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주주포차는 LG헬로비전 영서방송 권역인 강원도 원주에 오픈 스튜디오가 마련된 이후 탄생했다. 그는 "작가, PD분들과 얘기를 하다 최소한의 제작비로 할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했다"며 "충청남도에 있을 때 방송했던 포장마차 콘셉트를 그대로 스튜디오로 옮겨왔다"고 말했다.
시청자와 가까운 소재로 다가가려는 의도는 주효했다. 정치인을 딱딱한 이미지로 보는 시선도 깨고 싶었다. 박 국장은 "직접 만나고 보면 정치인들도 동네 어르신이더라"며 "너무 거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역민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친근함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주포차서는 딱딱한 정치 얘기만 나누지 않는다. 평소에 어떤 사람인지, 왜 정치를 시작했는지, 가족 관계는 어떤지가 주요 주제다. 특히 집에서 '몇 점짜리 아빠, 엄마냐'라는 단골 질문을 던진다. 박 국장은 "남성 의원들은 정치를 시작하면서 집에 소홀해져 가장 미안해하는 대상이 가족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며 "여성 출연자들은 집에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고 남성 출연자들은 '미안하다'고 해 뉘앙스가 다르더라"고 말했다.
술 한잔 들어가면 가무를 즐기는 한국사람 특성답게 주주포차에서는 출연진들이 노래 한 곡씩을 뽑기도 한다. 시즌1 때 우연히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시즌2에서는 노래방 기계도 마련했다. 단순히 유쾌한 콘텐츠에 그치지는 않는다. 주주포차에 출연한 한 시의원은 방송에서 자신의 공약을 못 지키면 '춤을 추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해 서울시에서 시행했던 지적장애인 부모를 위한 '홈케어' 정책을 원주로 들여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정치인뿐 아니라 모범시민, 봉사자, 창의적 도전을 하는 주민까지 출연진 범위를 넓혔다. 박 국장은 "태양광을 산이 아닌 밭에 짓는 창의적인 사업을 하고 이 수익을 마을에 환원하는 분이 있더라"라며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공동체에 기여하는 사례를 발굴하고 실제 마을을 변화시키는 평범한 사람들도 더 조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LG헬로비전은 주주포차 유튜브 콘텐츠도 전국으로 확대한다. 원주 스튜디오뿐 아니라 경남 김해와 전남 목포 오픈 스튜디오도 활용한다. '지역 소멸' 위기가 가속하는 상황에서 지역의 현안을 다루는 지역 케이블TV의 역할이 막중한 시점이다. 특히 지난 경북 산불 사태 때 지역 방송의 역할이 제 역할을 했다.
박 국장은 "산불이 났을 때도 지역 케이블TV는 '어디 골목, 어떤 마을'까지도 말할 수 있는 실시간 공공성을 구현할 수 있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정치를 무겁지 않게, 행정을 어렵게 여기지 않도록 동네 주민과 정치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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