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교육은 근로” 원칙 확립
교육생 노동법 사각지대 해소 신호탄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글로벌 플랫폼 ‘틱톡(TikTok)’의 국내 데이터라벨링 업무를 위탁받은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가 진행한 교육생 부당해고 사건에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2000년 고용노동부 행정해석 이후 25년 만에 중앙노위에서 교육생 부당해고를 인정한 첫 사례로, 업계 전반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판정은 지난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초심) 결정에 이어 중노위에서도 초심 유지 판정이 내려진 것으로, 교육생을 대상으로 한 ‘직무교육’ 형태의 무임금·저임금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직무교육 여부가 쟁점… “교육 후 바로 업무 투입, 사용종속성 인정”
이번 사건은 서류·면접 합격 후 진행된 교육이 단순 채용 테스트인지, 실제 직무교육인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틱톡을 운영하는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측은 “해당 교육은 채용 전 교육이며, 근로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중노위는 “교육 후 곧바로 업무에 투입되고, 업무 변경 시마다 재교육이 진행되는 점” 등을 근거로 직무교육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중노위는 “직무교육을 받은 경우,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된다”는 원칙을 명확히 했다. 또, 교육생에게 사전에 받게 한 ‘교육 안내 확인서’ 역시 “사용자의 우월적 지위에서 작성된 것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정은 고용노동부의 기존 행정해석(2019년 1월 28일자)과 상충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해당 해석은 ‘채용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교육’은 근로가 아니라는 입장을 담고 있지만, 중노위는 이번 사건에서 교육의 내용과 실질적 운영 방식을 근로관계 판단의 중심으로 삼았다.
교육생 측 대리인 하은성 노무사(샛별 노무사사무소)는 “이번 판정은 시용근로계약의 정의와 교육의 성격을 중심으로 판단한 점이 중요하다”며 “2019년 행정해석은 시급히 변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업계에서는 교육생 명목으로 무상 또는 저임금으로 노동력을 활용하는 관행이 광범위하게 존재해왔다.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측은 “50건 이상의 교육생 진정 사건에서 단 한 건도 근로자로 인정된 적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이번 판정을 계기로 향후 유사 사례에 대한 법리 변화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부경대 법학과 정영훈 교수는 “이번 판정은 교육생의 노동법적 지위 판단에 관한 법리 형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직무교육을 빌미로 노동력을 염가로 활용하는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판정”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내에서만 교육생 관련 진정 사건이 50건 이상, 전국적으로는 더 많은 사례가 잠재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판정으로 인해 교육생 제도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국회·행정부 차원의 개선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하 노무사는 “원청이 비용을 회피하려 교육 과정을 외주화하는 구조가 문제의 근본”이라며, “국정감사와 행정해석 변경을 통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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