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조직원 잠재력 폭발이 CEO 역할" 신조에 '트리고' 개설해 경영 활용
스포키·포동 등 저수익 사업 정리…빅테크 협업 등 AI 생태계 확장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취임 6개월을 맞은 LG유플러스 홍범식 대표가 사내용 대화 플랫폼을 개설하고 직원들과 적극적인 이야기에 나서는 등 소통 강화와 조직문화 개선을 통한 성과 올리기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2주 전 '트리고'라는 임직원 전용 관계망 서비스를 새로 만들어 활용을 시작했다. 하버드대 재학생을 대상으로 시작한 페이스북처럼 유플러스 판 SNS인 셈인데 홍 대표의 아이디어로 개설됐다는 후문이다.

구성원들은 직장 생활 중에 떠오른 생각이나 업무에 도움이 될만한 최신 정보기술(IT) 지식, 동료 직원 칭찬이나 감동 사연 등을 사진과 함께 공유하는 데 이 플랫폼을 쓴다. 학술 지식에는 사내 내로라하는 IT·통신 기술 전문 직원들의 격렬한 토론도 이어진다.

홍 대표도 하루에 한 번꼴로 인상 깊게 읽은 글이나 자기 생각을 올리고 임직원이 올린 글에 댓글을 달고 있다.

일례로 요즘 IT 업계의 화두인 인공지능(AI) 에이전트에 대해 개발자가 AI 검색 기술 등을 쉽게 정리한 내용을 공유하자 홍 대표가 "어려운 내용을 쉽게 그리고 핵심 위주로 설명해줘서 감사하다"고 댓글을 달았다. 이 자료를 업무에 활용했다는 구성원들 댓글도 달렸다.

최근엔 홍 대표가 고객을 감동하게 한 한 구성원의 인터뷰 기사를 공유하며 칭찬하는 게시물을 올렸고 이후 LG유플러스는 홍 대표가 직접 칭찬한 직원과 함께 식사하는 '고객 감동 우수 구성원 시상 제도'를 만들었다.

LGU+ 홍범식 사장, 취임 후 첫 타운홀미팅 진행 (서울=연합뉴스) LG유플러스는 홍범식 사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본사에서 첫 타운홀미팅을 열었다고 11일 밝혔다. 사진은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 2025.3.11 [LG유플러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트리고는 계기를 의미하는 영어단어 '트리거'와 간다는 뜻의 '고'의 합성어로, 지난 3월 홍 대표의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된 타운홀 미팅에서 나온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당시 그는 "회사나 개인이 성장하려면 동기, 역량, 계기 세 가지가 중요한데 구성원들이 성공을 향한 열망과 실현할 역량을 이미 갖추고 있으므로 잠재력을 폭발시키기 위한 트리거를 만드는 것이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구성원과 적극적인 소통으로 회사 잠재력 폭발을 노린 것이 바로 트리고 플랫폼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회사는 트리고를 소통 경영 수단으로 적극 활용 중이다.

교육 담당자가 트리고에서 생성형 AI 활용에 관한 구성원들의 생각이나 활용 빈도, 활용 분야에 대한 설문을 진행한 적도 있고, 그 결과는 인공지능 전환(AX) 교육 프로그램 등에 활용됐다.

홍 대표가 가시적이고 직접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소통'에 진심인 데는 그가 신년사 등에서 밝힌 "'고객 감동을 통해 밝은 세상을 만드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추구하자"는 신념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효율, 신속성보다 '밝은 세상' 가치에 충실한 리더십이라는 이야기다.

그가 최근 SK텔레콤 해킹 사태 이후 유심 부족 현상이 발생하자 유심 제조사에 LG유플러스용 물량을 SK텔레콤에 우선 공급하도록 양보를 제안한 일이 알려지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홍 대표가 취임 6개월 동안 소통 강화 외에도 수익성 제고를 위해 사업을 재편하고 품질·안전·보안 등 기본기를 중심으로 역량을 강화하는 등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토대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포키, 포동, 베터, 화물잇고 등 수익성 낮은 사업을 정리했고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 강화 방안도 내놨다.

LG유플러스는 최근 발표한 1분기 실적에서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4.8% 오른 3조7천481억원, 영업이익은 15.6% 증가한 2천554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달성했던 영업이익 1조 클럽 재가입의 청신호로 보는 증권가 전망도 나온다.

다만, 거의 전 산업 영역에서 '올인' 중인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구체적 성과를 내는 것이 홍범식 호도 피할 수 없는 숙제다.

업계 관계자는 "차별화된 보안 기능 덕에 출시 초반 빠르게 가입자를 확대했지만, 최근 들어 성장세가 완만해진 AI 에이전트 '익시오'를 중심으로 가입자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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