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해준 택시 탄 딸 "그만 듣고 싶다" 못하고 "네"만... 무서웠다는 딸 이야기 들으니 황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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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도 기자]
▲ 이런 택시 기사 어떻게 하나요? 교복 입은 중학생이 택시를 타자마자 택시 기사가 "이재명은 깡패 두목 위에 있고 부하 7명이 죽었다"라는 등의 가짜뉴스를 일방적으로 말했다고 합니다. 여학생은 택시를 타고 있는 내내 무서웠답니다. ⓒ 아이엠피터 News |
제주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딸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버스를 타고 다니지만, 금요일 오후에는 집에 갖고 와야 하는 짐이 많아 제 스마트폰에 있는 어플로 택시를 예약해줍니다. 택시 번호만 알려주면 딸은 요금 결제 없이 택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에도 평소처럼 택시를 예약했습니다. 차량에 탑승한 것을 확인하고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가족 단톡방에 "아빠, 무서워"라는 글과 함께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영상 속 택시 기사는 중학생 딸에게 "이재명은 깡패 두목 위에 있다", "이재명 부하 7명이 자살했다"라는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를 일방적으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택시 기사는 "마피아", "죽였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택시 기사는 "아버지가 하는 일이 무엇이냐"라고 물었고, 딸은 혹시나 아빠의 직업을 말하면 더 심한 말이 나올까 봐 "그냥 강사"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택시 기사는 "뭘 가르치느냐"라고 꼬치꼬치 물었다고 합니다.
딸은 택시를 탈 때 교복을 입은 상태였습니다. "어디 학교냐"고 물어 "OO중에 다닌다"라고 알려줬다고 합니다.
교복 입은 중학생에게 깡패니 자살이니 죽였느니 하는 말은 무서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택시 기사는 아무 거리낌 없이 했습니다. 중학생 딸은 너무 무서웠지만 겁이 나서 "그만 듣고 싶다"라는 말을 할 수 없어 그저 "네"만 했다고 합니다.
택시 기사들이 승객과 대화할 순 있지만, 요즘은 대화를 싫어하는 승객들이 많아 대부분의 택시 기사들은 거의 말을 하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아예 말을 하지 않고 음악만 틀어 주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택시 기사가 승객에게 말을 하는 자체가 부담스러운 세상에서 정치 얘기, 그것도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했다는 자체가 너무 황당합니다. 한편으로는 일반 승객에게 이런 얘길 하면 싫어하니 만만한 중학생 딸에게 한 것이 아닌지라는 생각도 들어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이 진행되는 시기에 이런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택시 기사가 있다는 자체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택시를 타고 있는 내내 무서웠던 딸에게도 미안하고, 운임을 받고도 택시를 가짜뉴스를 전파하는 공간으로 만든 택시 기사에게도 화가 났습니다. 이런 택시 기사 어떻게 해야 할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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