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제안, 전국위 통과까지 닷새 만... 친한계 일각 반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31일 대통령의 당무 개입과 계파 정치 행위를 차단하는 내용을 담은 당헌 개정안을 전국위원회에서 의결하며 정당 운영의 자율성과 독립성 강화에 나섰다.
국민의힘 전국위원회(위원장 이헌승 의원)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제16차 전국위원회를 열고 ‘당•대통령 분리’와 ‘계파 불용’을 명문화한 당헌 개정안을 재적 794명 중 565명 참여, 530명(93.8%)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전국위 회의는 유튜브 생중계와 ARS(자동응답) 투표 방식으로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당헌 제8조에 ‘대통령의 공천•인사 등 당무 개입을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여기에 대통령을 포함한 특정인이 중심이 되거나 특정 세력이 주축이 되어 당내 민주주의와 자율 경쟁을 훼손하는 행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계파 금지 조항도 함께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개정은 대통령실(구 청와대)과 당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고 정당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오로지 민생에만 집중하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김문수 대선 후보가 지난 25일 당정관계 재정립을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7일 비상대책위원회, 28일 상임전국위에 이어 이날 전국위 의결로 절차가 마무리됐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당 운영의 책임과 자율성은 당이 갖되 긴밀한 당정협력은 유지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위계를 등에 업은 측근이나 친인척의 당무 개입은 단호히 금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당이 섬겨야 할 대상은 계파가 아닌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개정안 추진 과정에서 내부 반발도 감지됐다. 당내 친한(친한동훈)계 일각에서는 ‘계파 불용’ 조항이 자신들을 겨냥한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일부 의원들은 단체 텔레그램방에 “언제 당에 계파가 있었나”, “토론도 없이 밀어붙인다”는 등의 비판 글을 올리며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대선 이후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한동훈 전 대표 계열의 세력화를 견제하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번 개정을 계기로 당내 자율성을 회복하고 ‘책임 정당’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현철 기자 sniperhy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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