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연주·나은정·김주리 기자] 제21대 대선 사전투표가 진행된 지난 29~30일 투표소 안팎에서 선거와 관련한 갖가지 잡음이 일었다.
이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한 대통령 후보가 서울행정법원에 지지자 120여 명과 함께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사전투표와 재외국민투표 투개표 절차를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까지 해 다음달 3일 본투표를 앞두고 선거 공정성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회송용 봉투서 ‘이재명 기표’ 용지 나왔다”…112 신고 접수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 설치된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소에서 관계자가 투표용지와 관외 사전투표자를 위한 회송용 봉투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
사전투표 이틀째인 30일에는 “회송용 봉투에서 이미 기표된 용지가 나왔다”는 112 신고가 접수돼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를 자작극으로 판단하고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10분쯤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선거 참관인으로부터 “회송용 봉투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기표된 투표용지가 반으로 접힌 채 나왔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이 신고는 한 20대 여성 투표인 A씨가 관외투표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회송용 봉투 안에 기표용지가 있다고 선거 참관인에게 알리면서 즉시 이뤄졌다.
A씨는 관외투표를 위해 투표용지와 회송용 봉투를 받아들고 투표소 앞에서 기다리던 중 문제의 기표용지를 발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A씨는 이 사실을 알린 뒤 새 회송용 봉투를 받아 정상적으로 투표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선거관리위원회에 현장을 인계하고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입장문을 통해 “해당 선거인이 타인으로부터 기표한 투표지를 전달받아 빈 회송용 봉투에 넣어 투표소에서 혼란을 부추길 목적으로 일으킨 자작극으로 의심된다”며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죄수복 입은 대선 후보?”…선관위, 딥페이크 유튜버 첫 고발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한 직원이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등록현황 상황판을 보고 있다. [연합]
한편, 중앙선관위는 6·3 대선 후보자와 관련한 딥페이크물(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허위 사진·영상)을 제작·유포한 유튜버 등 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관련 법규가 제정된 이래 선관위가 딥페이크물 제작·유포자를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관위는 지난 29일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 목적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만든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의 음향, 이미지 또는 영상을 제작·게시한 유튜브 채널 운영자 3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들은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후보자가 죄수복을 입고 감옥 안에 수감된 이미지 등을 총 35회 게시한 혐의 ▷다수가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에 AI로 구현한 여성 아나운서를 이용해서 뉴스 형식으로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는 내용으로 제작한 10건의 영상을 게시한 혐의 ▷개인 SNS에 특정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글·영상을 딥페이크로 제작해 게시·유포한 혐의 등이 있다.
해당 제작물은 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및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관련한 내용으로 알려졌다.
2023년 12월 신설된 공직선거법 조항에 따르면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운동을 위해 딥페이크를 제작·편집·유포·상영 또는 게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를 위반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대치동 중복 투표’ 알고보니 선거사무원이 ‘대리투표’…긴급체포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30일 서울 강남구 강남스포츠문화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위해 줄 서 있다. [연합]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사전투표소에서는 선거사무원이 중복 투표를 했다가 긴급체포됐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29일 대치동 소재 한 사전투표소에서 대리투표를 한 선거사무원 B씨를 경찰에 고발됐다.
B씨는 이날 오후 12시께 남편의 신분증으로 대리투표를 한 뒤 오후 5시께 자신의 신분증으로 다시 투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오후 5시 11분께 ‘투표를 두 번 한 유권자가 있다’는 한 참관인의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해 경위를 파악한 뒤 30여분 뒤 B씨를 긴급체포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시인했으나 범행 동기에 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구 보건소 소속 계약직 공무원인 B씨는 사전투표가 진행되는 이틀간 투표사무원으로 위촉돼 유권자의 신원을 확인해 투표용지를 발급하는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남구청은 이날 B씨를 직위해제 했고, 선관위도 사무원직에서 해촉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선관위는 B씨의 남편에 대해서도 공모 여부를 밝혀달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한편 선관위 관계자는 “B씨의 투표지가 이미 투표함에 들어가 버려 투표 자체를 확인해 무효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투표함 개함과 개표 모두 정상적으로 이뤄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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