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영남 잡기' 나섰던 김문수
선거 막바지는 '수도권' 초점
이례적인 전직 경기도지사 출신 맞대결
'반(反)이재명' 정서 한껏 끌어올리기?
윤석열 전 대통령·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홍준표 전 국민의힘 대표 ⓒ데일리안DB
21대 대선 선거운동이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수도권을 비롯한 비(非)영남권 지역을 공략하는 전략을 택했다. 역대 보수 진영 대선 후보들이 막판까지 '보수 결집'에 총력을 기울여온 것과 달리, 기존 공식을 깬 김 후보의 행보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문수 후보는 이날부터 선거운동 종료일까지 총 90시간 동안 전국을 순회하는 '논스톱 외박' 유세를 실시한다. 남은 기간 동안 경기 남부와 북부, 마지막은 서울에서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대본부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영남권 방문이 아예 없진 않지만, '수도권 위주로 하겠다' 이런 취지로 이해하면 되겠다"고 설명했다.
윤재옥 본부장은 "표가 아무래도 많고,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아서 어느 쪽을 더 가야할지는 전략에 관한 문제"라며 "취약지역에 갈 건지, 우리 지지가 많은 지역에 갈 건지,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이런 전략적 흐름 속에서 김 후보는 사전투표 첫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이재명 후보 지역구부터 뒤집기를 시도해 '골든크로스'를 만들겠단 의지와 6·25전쟁 당시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을 언급하며 '적진 한복판'에서 대반전을 노리겠다는 포부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9일 인천 계양1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장을 찾아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딸 김동주 씨와 함께 투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그러나 이 같은 행보는 역대 보수 후보들의 전략과는 사뭇 다르다. 19·20대 대선에서 당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힘 후보였던 홍준표 전 대표와 윤석열 전 대통령은 사전투표 첫날부터 영남권을 찾아 '보수 결집'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홍준표 전 대표는 사전투표 첫날 대구에서 한 표를 행사한 후 대구·경북(TK), 충청, 강원을 순차적으로 돌았고, 선거 마지막 주말엔 자신의 고향이자 도지사로 재직했던 경남을 거쳐 부산시민들과 만났다. 선거 전날에는 대구와 부산 그리고 서울에서 마무리 유세를 펼쳤다. 이 같은 동선에는 TK와 부산·경남(PK)의 저조한 투표율을 끌어올리려는 의도 또한 담겨 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역시 사전투표 첫날 부산에서 투표하고 TK로 향했으며, 선거 하루 전에는 제주에서 시작해 부산·대구 등 보수 텃밭을 훑고 대전을 거쳐 서울에서 유세를 마무리했다.
김문수 후보도 사전투표 전날 TK·PK 지역을 찾는 등 영남권 표심 공략에 나서긴 했지만, 현재로선 이외 지역에 훨씬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보수 결집이 절실한 상황인 만큼 이례적인 행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TK에서조차 이재명 후보의 지지세가 상당히 포착되고 있으며, 사전투표율 역시 전국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전국 사전투표율이 34.74%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찍은 반면, 대구는 25.63%로 전국 최저, 경북도 31.52%에 그쳤다. 보수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에 소극적인 경향을 보이긴 하지만, 홍준표 전 대표가 저조한 사전투표율에 영남권으로 직행했던 사례를 보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0일 오후 경기 여주시 여주시청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수도권에 집중된 유세 일정은 전직 경기도지사 출신의 맞대결인데다, '반(反) 이재명' 정서를 자극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읽힌다. 김 후보는 32·33대 경기지사를 역임했고, 이 후보는 35대 지사를 지냈으며, 당시 본인이 쌓은 성과를 바탕으로 이재명 후보와의 차별화를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문수 후보는 실제 도지사 재임 시절, 서울시·코레일과의 협의로 수도권 통합 요금제를 도입했고, 광역버스를 제도권에 편입시켰다. '더 낮은 곳에서 더 뜨겁게'라는 슬로건으로 재선에 성공한 후에는 GTX 기획, 광교·판교·다산신도시 개발, 삼성반도체 평택캠퍼스 유치 등 굵직한 업적을 남겼다. 과거 부천 소사구에서 보수 진영 최초로 3선 국회의원에 오른 점도 지역 기반의 강점을 보여준다.
장동혁 종합상황실장은 김 후보가 선거운동 막바지 수도권 집중유세에 나선 것과 관련해 "이전 선거에서도 중도표심이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에서 마지막 집중을 해왔었다"며 "특히 김 후보의 경우 경기도지사를 2번 하면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또 "그런 면에서 대장동·백현동 등 여러 사업을 했지만 결국 비리 의혹에 연루돼있고 그에 대해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후보와 극명하게 대비되기 때문에 경기도 지역에 좀더 집중하는 것이 우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이재명 후보 장남의 여러 문제점들이 불거진 상태이기 때문에 중도표심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유권자 수도 많지만 중도표심이 상당히 많은 수도권에서 마지막 유세에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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