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34.74%, 지난 대선보다 낮아
전남 56.5% 최고, 대구는 25.6%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30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중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관내 사전투표함을 보관장소에 이송하고 있다. /뉴시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0일 21대 대통령 선거 최종 사전 투표율이 34.74%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선거인 총 4439만1871명 중 1542만3607명이 사전투표를 했다. 역대 최고 사전 투표율을 기록했던 2022년 20대 대선보다는 투표율이 2.19%p 낮았다. 이번 대선 사전 투표는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첫날인 29일 사전 투표율은 19.58%로 20대 대선보다 2.01%p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관위의 선거 관리 부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사전 투표 열기가 막판에 식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전 투표 과정에서 부실 관리 논란이 불거진 건 29일 오후부터다. 서울 신촌의 한 사전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투표소 밖으로 반출되는 일이 벌어졌고, 30일에는 오전부터 네 건의 투표 부실 논란이 불거졌다. 투표함에서 작년 총선 투표지가 발견되고, 투표 사무원이 중복 투표를 하는가 하면, 기표된 투표지를 이용한 자작극 의혹까지 나왔다.
그래픽=백형선
이날 오전 경기도 김포시와 부천시에서 잇따라 지난해 22대 총선 투표용지가 1장씩 발견됐다. 사전 투표가 시작되기 직전 선거 사무원들과 참관인들이 관내·관외 투표함 내·외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했다. 이에 선관위는 처음엔 “작년 투표에 참가한 선거인이 회송용 봉투에 투표지를 넣지 않고 집으로 가져가 보관했다가 올해 다시 몰래 넣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오후 늦게 “투표지가 뚜껑 틈 사이에 끼어 있어 작년 개표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해 누락된 것 같다”며 “개표와 선거 물품 관리에 있어서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확인도 하지 않고 선거인 탓을 했다가, 자기들 잘못으로 드러나자 뒤늦게 사과한 것이다.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사전 투표소에서는 한 선거인이 중복 투표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강남보건소 소속 계약직 공무원으로 사전 투표 사무원으로 일하던 A씨는 전날 낮 12시쯤 자기 배우자 신분증으로 사전 투표용지를 스스로 발급한 뒤 대리 투표를 했고 그날 오후 5시쯤 자신의 신분증으로 또 투표를 하려다 적발됐다. 선관위는 “중대한 선거 범죄”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현행 투표 절차에 따르면 선거인의 신분 확인 절차는 투표 사무원이 선거인의 신분증과 실제 투표인의 얼굴을 대조해 확인하는 게 전부다. 신분증을 스캔하고 지문과 서명을 받는다. 하지만 이는 나중에 중복 투표 가능성을 고려해 남겨놓는 일종의 ‘증거’ 차원일 뿐이다. 이 때문에 선관위가 선거인 신분 확인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관위 관계자는 “대리 투표는 관리의 문제라기보다는 처벌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대리 투표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경기도 용인시 한 사전 투표소에서는 “회송용 봉투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기표된 투표용지가 반으로 접힌 채 나왔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이 신고는 한 20대 여성 투표인이 관외투표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회송용 봉투 안에 기표용지가 있다고 선거 참관인에게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해당 기표 용지는 무효 처리됐다. 선관위는 “선거인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기표한 투표지를 전달받은 뒤 회송용 봉투에 넣은 자작극으로 의심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잇따라 터진 선관위의 사전 투표 관리 부실이 투표율 하락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선관위의 관리 부실 의혹이 지난번 대선보다 이번 대선에서 사전 투표율이 떨어지는 데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선관위의 관리 부실을 비판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소쿠리 투표 등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는데, 선관위가 그걸 왜 아직 못 고치고 있나”라며 “선관위는 정말 매우 각성하고 대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런 논란 속에 최종 집계된 사전 투표율의 지역적 편차는 더욱 커졌다. 전남 지역 사전 투표율은 56.5%로 최고치였고, 대구 사전 투표율은 25.63%로 가장 낮았다. 지난 대선 전남 사전 투표율은 51.45%였고, 대구는 33.91%였다. 전남 지역은 5.05%p 오르고, 대구는 8.28%p 떨어졌다. 호남 지역은 대체로 사전 투표율이 높았고, 영남 지역은 낮았다. 정치권 관계자는 “보수 성향 유권자가 많은 지역에서 사전 투표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져 투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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