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냉난방 공조 시장, 2030년 140조원 규모
액체 냉각 기술 고도화로 AI 데이터센터 발열 제어
“액침 냉각 기술에 주목…상용화는 아직”
독일 서부 헤르네에 있는 플랙트 본사./플랙트
5년 내 140조원대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이터센터 냉난방 공조 시장 선점을 위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서로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며, LG전자는 ES사업본부를 신설해 기존 사업 조직을 재정비하는 방식을 택했다.
다만 데이터센터 냉각 분야 최첨단 기술을 주도하는 버티브(Vertiv), 글로벌스탠다드테크놀로지(GST) 등의 기술과 노하우를 당장 따라잡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운영 시 발열을 잡는 최적의 솔루션으로 평가받는 액체냉각(CDU) 기술 고도화에 승패가 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 5년 내 140조원대 시장… 삼성·LG 뛰어들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오는 2030년 140조원대 규모로 성장하는 냉난방 공조 시장 선점을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달 독일에 본사를 둔 유럽 최대 규모의 냉난방공조 기업 ‘플랙트그룹’을 15억유로(약 2조4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인수에 조단위를 투입한 것은 2017년 전장·오디오 회사 하만을 약 9조원에 인수한 이후 8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생성형 AI·로봇·자율주행·XR 등의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번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빌딩 통합 제어솔루션과 플랙트의 공조 제어솔루션을 결합해 데이터센터 공조 시장에서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LG전자 역시 공조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해 공을 들이고 있다.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글로벌 종합 공조업체로 거듭나기 위해 공조 사업을 기존 H&A사업본부에서 분리해 ES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지난해 미국 앨라배마주 헌츠빌에 신규 공조 생산시설을 착공했다. 북미 상업용 공조 수요 증가에 대응해 시스템에어컨·히트펌프 등 고효율 제품의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또 최근 싱가포르 투아스 지역에 건설된 축구장 약 9개 크기의 초대형 물류센터에 고효율 상업용 시스템 에어컨 ‘멀티브이 아이’를 공급했다.
◇ 데이터센터의 최대 적은 ‘열’… 액체 냉각 기술 부각
버티브 홈페이지 화면. /버티브
데이터센터 내에는 칩들이 연산 처리를 하면서 열을 발생시키는데 이를 식히기 위해 냉각 솔루션이 필요하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의 경우 모델 학습, 추론, 클라우드 서비스, 빅데이터 분석까지 모두 이뤄지기 때문에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발열 제어에 필요한 투자가 6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엔비디아의 최신 칩인 블랙웰 GPU를 탑재한 서버는 일반 서버보다 전력 집적도가 13배 이상 높다.
데이터센터의 열을 식히는 방식 중 액체로 냉각하는 방식을 ‘액체 냉각 솔루션’이라 통칭한다. 액체 냉각 솔루션에는 기존의 공기를 통해 온도를 낮추는 방식에 이어 칩 냉각 방식(Direct To Chip Cooling), 액침 냉각 방식(Immersion Cooling) 등 물을 활용한 방식이 주목 받고 있다.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액체 기반 기술은 단연 최고 난도의 기술로 알려진 액침 냉각이다. 칩 냉각 방식은 각각의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에 냉각판(콜드 플레이트)을 부착하고 냉각판에 냉각수를 흘려 보내 열을 식힌다. 액침 냉각 방식은 특수 용액인 절연유가 담긴 수조에 CPU, GPU를 담가 발열을 제거한다. 다만 아직 기술이 초기 단계이며, 상용화 사례가 거의 없다. 비용과 효율성 측면에선 취약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LG전자는 액체 냉각 기술에 해당하는 CDU(Coolant Distribution Unit) 기술을 확보한 상황이다. CDU는 CPU, GPU 서버에 냉각수를 분배하는 장치로 서버의 열을 흡수한 냉각수를 외부 냉각 시스템으로 보내고, 다시 차가운 냉각수를 서버로 분배하는 중계기 역할을 한다. 다만 버티브 등이 보유한 액침 냉각 기술은 아직 연구개발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경우 기존에 오랜 노하우를 보유한 플랙트를 인수하며 비교적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보이며, LG전자 역시 관계사에 공급 실적을 늘리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액체 냉각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포트폴리오와 비용 대비 효율성을 제공하는 기업의 해외 수주 실적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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