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재명 지지 선언한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
“민주당, 진보 기반 위 보수 담아내는 국민 플랫폼으로 가야”
“이준석 ‘젓가락 논란’, 긍정의 정치 아냐…안식년 갖기를”
“이번 대선은 내란 종식의 선거… 정치의 회복 이루고 싶어”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한때는 개혁신당의 얼굴이었다. 제3지대의 가능성을 믿고, 대선 출마까지 저울질했다. 하지만 이준석 후보와의 노선 차이가 뚜렷해졌고, 허은아 전 대표는 결국 당을 떠났다. 그는 "제3지대를 대표하겠다던 이준석 후보는 '진짜'가 아니었다"며 "이준석을 이길 자신도 있었지만 현실은 너무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며 갈등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늦기 전에 진짜 개혁을 실현할 수 있는 쪽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더불어민주당 입당과 이재명 지지 선언의 이유를 밝혔다.
허 전 대표는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을 '내란 종식'이라 규정하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리더로 이재명 후보를 꼽았다. 허 전 대표는 "분열을 넘어 회복으로 가는 정치, 국민들이 정치인을 웃으며 바라볼 수 있는 상식적인 정치를 만들고 싶다"며 "이재명 후보가 55%이상의 득표율을 달성해 내란을 일으킨 정치 세력을 단호하게 심판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사전투표가 시작된 29일 허 전 대표와 진행한 전화 인터뷰의 일문일답.
"이재명, 통합 확신…민주, 진보-보수 담는 플랫폼 돼야"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입당했다. 왜 '이재명' 인가?
"제3지대에 대한 꿈이 있었다. 해보려 했고, 대선 출마까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내가 왜 정치를 시작했는지, 왜 개혁신당 창당에 참여했는지를 되짚어보며 준비했다. 하지만 제3지대를 대표하겠다던 이준석 후보는 '진짜'가 아니라고 느꼈다. 이준석 후보를 이길 자신도 있었지만, 너무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결국 정치개편을 진심으로 말하고, 실제로 움직이고 있던 민주당의 제안에 마음이 열렸다. 늦기 전에 진짜 개혁을 실현할 수 있는 곳에 힘을 실어야겠다고 판단했다."
이재명 후보와 직접 교감이 있었나. 누가 먼저 손을 내밀었나.
"오래 전부터 민주당 측에서 제안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정치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과 이재명 후보의 '통합 리더십'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단순한 요청이 아니라, 실제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과거 이재명 후보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평가가 바뀐 건가.
"상대평가도 있지만, 절대평가도 바뀌었다.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을 가까이서 경험하면서 판단 기준이 달라졌다. 언론에 나오는 말이나 이미지만으로 정치인을 다 알 수 없는 것이다. 개혁신당 대표로서 국회에서 이재명 후보를 직접 마주하고 경험해본 결과 그는 분명 준비된 리더였다. 실력과 경험을 갖췄고, 작은 정당에게도 무례하지 않았다. 겸손하게 소통했다. 국민의힘이나 개혁신당 대표들의 권위적인 리더십과는 분명히 달랐다. 진짜와 가짜를 가를 수 있는 시선이 생겼고, 그게 누구인지 알아보게 됐다."
'진짜 보수 공동선언'을 하기도 했다. '진짜 보수'란 무엇인가.
"보수는 지킬 것을 지키는 정치다. 핵심은 책임이다. 지금의 국민의힘은 보수가 아니다. 공정도 없고, 책임도 없고, 자유도 없다. 줄만 잘 서면 되는 정당이 됐다."
친정인 개혁신당은 어떤가.
"개혁신당은 그보다도 더 퇴행적이다. 이준석의 사당이 됐다. 비교조차 무의미하다."
민주당은 진보 정당이다. '개딸'로 대표되는 강성 지지층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 안에서 보수적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당연히 우려는 있다. 그래서 리더의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당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도 생겼다. 단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보수색을 덧입히는 게 아니라, 진보 기반 위에 보수의 긍정적인 면을 담아내는 국민 플랫폼으로 가야 한다. 이재명 후보는 그런 태도를 실제로 보여주고 있고, 오랫동안 준비해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 자세가 변하지 않길 바란다."
"이준석 '안식년' 필요…단일화 가능성 남아"
최근 이준석 후보의 '젓가락 논란'은 어떻게 봤나.
"'이준석이 이준석 한 것'이다. 정치를 계속하려면 본인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은 이준석 후보에게 안식년이 필요한 시점이다. 캠프에서 준비한 발언이라는데 믿기 어렵다. 옆에서 지켜본 이준석 후보는 토론을 자기가 직접 준비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이준석 후보에겐 더 이상 긍정적인 정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김문수-이준석 단일화' 가능성은 어떻게 전망하나.
"아직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본다. 제가 지켜본 이준석 후보의 정치 스타일상, 마지막 순간까지 단일화라는 성과를 만들기 위해 다른 방식이라도 시도할 수 있는 사람이다. 민주당이나 이재명 후보가 단일화 가능성을 계속 거론하는 것도 괜한 얘기가 아니다. 과거 이준석 후보가 이낙연 전 대표와 합당을 발표할 때도 그랬다. 처음에는 "합당 안 한다"고 하더니, 불과 몇 시간 만에 협상 테이블로 가서 결과를 바꿨다. 결국 정치라는 게 마지막까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을 보면,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재명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55% 이상 득표했으면 한다. 그래야 정부가 힘을 갖고 내란을 일으킨 정치 세력을 단호하게 심판할 수 있다. 그런 선물을 국민들이 줬으면 한다."
민주당에서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가.
"말을 지키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분열을 넘어 회복으로 가는 정치, 국민들이 정치인을 웃으며 바라볼 수 있는 상식적인 정치를 만들고 싶다. 예측 가능한 사다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공정의 힘을 다시 세우는 데 기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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