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모리 제조사, DDR4 생산 단계적 중단…DDR4 현물가격 한 달 새 40% 상승
올해 DDR4·DDR5 현물 거래가 추이/그래픽=김다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 중단 계획에 구형 DDR(더블데이트레이트)의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한 달 사이 현물 시장에서 40% 상승했다. 반도체 업체는 구형 제품 대신 단가가 높은 DDR5와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29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전일 DDR4(8Gb·1Gx8)의 현물 거래가격은 2.548달러로 지난달 말과 비교해 39.9% 올랐다. 실시간 가격인 현물가는 기업 간 거래 가격으로 쓰는 고정가를 보통 선행한다. 지난달 DDR4 고정가도 전월보다 22.2% 오른 상태다.
DDR4의 가격 상승은 최신 제품인 DDR5의 상승률을 훌쩍 넘는다. DDR4 가격이 약 40% 오르는 사이 DDR5(16G·2Gx8) 현물가는 제자리(0.4% 상승)이다. 지난 3~4월 오름세를 보였던 DDR5는 최근 상승 동력이 떨어진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고점을 찍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DDR4의 가격 상승은 최근 주요 업체의 감산 소식과 무관하지 않다. 삼성전자는 최근 몇몇 고객사에 DDR4 일부 제품의 생산 중단 계획(EOL, End of Life)을 전달했다. SK하이닉스도 DDR4의 생산 비중을 줄이는 중이다. 마이크론도 서버용 DDR4 모듈 생산 중단을 알렸다. 세 업체의 D램 시장 점유율은 95%에 이른다.
삼성전자 3세대 10나노급(1z) 8Gb(기가비트) DDR4(Double Data Rate 4) D램 /사진제공=삼성전자
업계에서는 올해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실상 DDR4 생산 중단 단계 이르고, 내년 상반기에는 출하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계약 등이 남아 있어서 한 번에 생산을 중단할 수 없다"며 "기존 고객에게 생산 종료 일정을 순차적으로 알리고 생산을 줄여가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처음 출시된 DDR4는 2022년부터 차세대 제품인 DDR5가 PC·서버용으로 본격 양산(출시는 2020년)되면서 자리를 내주고 있다. DDR5가 기본 데이터 전송 속도와 지원 용량 등에서 2배이상 성능이 뛰어나다. 무엇보다 가격이 DDR4보다 비싸 기업들이 DDR4 생산을 줄이고 DDR5의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후발주자로 꼽히는 중국의 CXMT도 DDR4 생산 중단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반기 DDR4 대량생산을 달성했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EOL을 공지하고, 내년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DDR5와 HBM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최근 중국 정부가 AI 산업 육성을 위해 고성능 칩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제조사가 DDR5로 빠르게 넘어가는 것과 달리 시장의 DDR4 수요는 아직 견조하다. 구형 서버나 중저가 PC, 노트북에서는 아직 DDR4를 사용 중이다. 또 기존의 데이터센터는 DDR4 기반의 플랫폼을 가지고 있어 DDR5로 넘어가기에는 비용적 부담이 있다. 하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DDR4의 가격 올라도 DDR5의 반값도 안 되는 상황이어서 DDR4 생산을 고집할 수 없다.
생산은 급격히 줄고, 수요는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 예상되면서 DDR4의 가격이 급등 중인 것이다. DDR4 생산 중단에 대비한 선수요도 발생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모듈 업체들과 현물 거래상들은 여전히 DDR4 제품 견적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낸드도 시장도 비슷하다. 최근 삼성전자가 MLC(Multi Level Cell) 낸드 생산을 종료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MLC 낸드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개의 셀에 몇 개의 정보를 저장하느냐에 따라 낸드는 △MLC △TLC(Triple Level Cell) △QTL(Quadruple Level Cell) 등으로 분류된다. 최근 시장은 TLC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EOL 통보와 동시에 고부가 제품인 DDR5·HBM의 생산으로 전환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이로 인해 DDR4 생산량이 급감하며 서버와 PC D램 구매자들은 선제적으로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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