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문제를 제기한 나에게 혐오의 낙인찍어...문제는 이재명"
이재명 아들 공소장 공개...문제 발언 있지만 피해자 성별 불분명
"역차별 받는 남성 서사 강화·이재명 대항마 인식 굳히기" 해석
"누가 들어도 혐오...부작용이 더 클 것"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9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유스페이스 야외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9일 "진실을 덮으려는 시도에 단호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이틀 전 TV토론에서 불거진 성폭력적 발언 논란에 오히려 역공으로 맞섰다. 자신을 향해 쏟아진 비판에 물러설 뜻이 없다고 못 박으며 오히려 2030 남성 지지층 결집의 연료로 삼으려는 계산이 깔렸다. 이 후보는 '대선 후보 가족의 도덕성 검증'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의 정치공학적 접근이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국회 긴급기자회견에서 “문제를 제기한 저에게 혐오의 낙인을 찍는 집단 린치가 계속되고 있다”며 “정말 성범죄자로 지탄받아야 할 이는 누구냐”고 이재명 후보를 겨냥했다. 이준석 후보는 27일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 아들이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원색적 표현의 인터넷 게시글을 여과 없이 읽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정작 비판받아야 할 사람은 이재명 후보와 그 아들"이라고 반박에 나선 것이다. 자신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대선 후보 가족의 도덕성은 검증 대상이고 △게시글 내용을 검증하는 것인 만큼 순화하는 데 한계가 있고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쥴리' 의혹 등에는 잠잠했던 진보·여성계가 이중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이 이준석 후보 주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앞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야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특히 이재명 후보 장남 A씨에 대한 검찰의 약식명령 공소장(2024년 11월 벌금 500만 원 확정)이 공개된 것을 반격 계기로 삼았다.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2019년과 2021년 이준석 후보가 언급한 문제의 표현을 비롯해 성폭력성 게시글 4건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썼다. 다만 이준석 후보는 TV토론 당시 게시글 피해자가 여자인 것처럼 발언했지만, 공소장만 봐선 성별이 확실치는 않다.
이외에도 A씨는 2019년 1월~2021년 12월 불법 도박사이트에 707차례에 걸쳐 2억3,000여만 원을 입금해 도박 자금으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의힘은 별다른 벌이가 없었던 A씨가 거액의 도박 자금을 마련한 출처가 수상하다며 이날 고발을 예고했다.
전략적으로 의도된 역공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준석 후보를 향한 비판을 '페미니즘을 비롯한 정치적 올바름(PC)' 과잉으로 역차별 받는 청년 남성이라는 서사로 바꿔 지지층 결집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수 적자 경쟁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봉신 메타보이스 부대표는 통화에서 “이재명 후보와 가장 잘 싸울 수 있는 사람은 김문수 후보가 아닌 자신이라는 ‘대항마 인식’을 확산시키려는 노이즈 마케팅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29일 서울 영등포구 개혁신당 당사 앞에서 열린 이준석 대통령 선거 후보 사퇴 촉구 기자회견에서 주최 측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이 후보 사진에 비판 문구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강예진 기자
국민의힘도 이를 의식한 듯 '이재명 후보 가족 비리 진상 조사단'을 꾸려 대응에 나섰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실제 발언을 한 이재명 후보 아들이 혐오와 폭력의 당사자 아니냐”면서 “그럼에도 민주당은 여성 인권을 진영 논리로 재단해 ‘고무줄 페미니즘’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이준석 후보가 역풍을 맞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통화에서 "누가 들어도 직관적으로 혐오스러운 발언을, 그것도 신난다는 듯했다"면서 "앞으로 이번 발언이 계속 꼬리표처럼 붙어 정치적 유불리를 뛰어넘는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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