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방송·문화]
‘빛의 혁명’ ‘신명’ 등 줄줄이 개봉
매달 한 편 이상 정치 영화 나와
“제대로 된 정보 판단 과제 주어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극장에 여러 편의 정치 영화들이 걸리면서 극장가가 장외 대리전을 치르는 모양새다. 지난해 총선 전에도 정치 영화들이 개봉해 관객을 모았는데, 올해는 12·3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인한 조기 대선까지 겹치면서 이런 움직임이 더 거세졌다.
오는 30일에는 다큐멘터리 영화 ‘빛의 혁명, 민주주의를 지키다’(빛의 혁명)가 개봉한다. ‘빛의 혁명’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이후 그에 반발해 광장으로 나선 시민들의 모습과 대통령 탄핵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응원봉 시위, K팝 떼창 등 새로운 시민 시위 문화도 조명했다.
다음 달 2일에는 오컬트 정치 스릴러를 표방한 영화 ‘신명’이 스크린에 걸린다. 주술과 결탁한 정치의 실체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신명’은 이달 28일에 개봉하려 했으나 대선일 전날로 날짜를 옮겼다. 29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신명’ 제작보고회에서 정천수 프로듀서는 “영화가 주는 교훈이 많은 곳에 전달됐으면 해서 후반작업에 힘을 주다 보니 개봉 날짜를 미루게 됐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연상케 하는 내용으로 주목받고 있다. 예고편엔 손바닥에 한자 ‘왕’ 자를 적어주는 장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대통령의 모습 등이 담겼다.
윤 전 대통령이 관람하면서 주목받았던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는 지난 21일 개봉했다. 이영돈 PD가 기획, 제작한 이 영화는 부정선거 의혹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밖에도 지난 17일에는 ‘다시 만날, 조국’, 지난 9일에는 ‘우리는 공산당이 싫어요’가 개봉했고, 지난달에는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 ‘하보우만의 약속’이 개봉했다. 올 초에는 ‘힘내라 대한민국’, ‘준스톤 이어원’ 등이 연이어 극장에 걸리며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 편 이상의 정치 영화들이 관객을 만났다. 지난해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행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117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큰 화제가 됐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기본적으로 영화는 정치적인 엔터테인먼트다. 과거 독재자들이 영화를 이용해 정치를 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며 “과거엔 외압이 많아 정치 영화들이 나오지 못했는데, 지금 현실정치를 다룬 영화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그만큼 이 나라의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영화들이 양극화한 정치 지형을 더욱 극단으로 치닫게 하거나 영화를 통해 잘못된 정보가 진실인 양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지점으로 꼽힌다.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는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부정선거 관련 음모론을 영화로 재생산했다는 점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영화는 그 사회의 사상, 정치, 철학이 다 담길 수밖에 없는 문화 콘텐츠이기 때문에 영화를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잘못된 정보가 영화란 장르에 들어가며 마구잡이로 만들어지는 정치 영화가 생겨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만큼 ‘미디어 리터러시’가 중요해졌다. 영화가 제대로 된 정보를 주고 있는지 한 번 더 판단해야 하는 숙제가 관객에게 주어진 것”이라며 “학자나 평론가들이 길잡이가 돼줘야 하며, 영화를 보는 법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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