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패권부터 지방선거까지…대선 이후 보수 재편의 중심 노리는 이준석
커지는 ‘젓가락 발언’ 논란…‘이재명 대항마’ 이미지 강화 vs ‘불호’ 심화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점심시간 산책을 나온 직장인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사전투표가 시작되면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간 단일화가 사실상 불발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는 결국 무산됐다"고 공식 선언했다.
개혁신당은 3자 구도에서도 대선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론 이 후보가 얼마나 많은 득표율을 끌어 모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 후보의 득표율이 대선 이후 그의 행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번 대선 지지세를 앞세워 향후 보수 정당 패권을 차지하고, 다가오는 지방 선거와 차기 대권까지 노릴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지난 TV 토론에서의 막말 논란이 향후 이 후보의 정치적 행보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당초 개혁신당은 현재 이 후보의 지지율보다 높은 수치를 예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개혁신당은 공식선거운동 시작 전에 이 후보의 지지율을 10%대에 안착시키는 것을 시나리오로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 기간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소동으로 관심이 분산되면서 지지율 10%대 진입이 예상보다 늦어졌다는 게 당 내부의 인식이다. 이후 2차 TV토론회를 기점으로 15%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마지막 여론조사까지 이 숫자를 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가상 양자 대결에서는 이준석 후보가 김문수 후보보다 지지율이 높다는 조사들도 나온 만큼 이 후보의 현실적인 목표는 득표율 15% 이상을 달성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대선 이후 이 후보가 정치적 이익을 쟁취하는 데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정치 분야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짜 노림수는 대선 이후?
이 후보가 독자적인 대선 완주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일까. 대선 결과와 관계 없이 정계의 대대적 개편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민의힘의 경우 선거 시작부터 내홍이 잦았던 만큼 대선 이후 재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홍준표 전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대선이 끝나면 한국의 정통 보수주의는 기존 판을 갈아 업고 새 판을 짜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듯 국민의힘의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될수록 이준석 후보는 자신의 개혁 보수 이미지를 더 공고히할 기회를 얻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 틈을 노려 의석이 3석에 불과한 개혁신당이 대선 득표율을 발판 삼아 정치적 영향력을 넓히고 보수 1정당의 패권까지도 넘보려 한다는 시나리오다.
이는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향후 대권 도전의 포석으로까지 다양한 미래 계획에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여론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지방신문협회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4~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30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국민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86.9%가 이번 대선이 내년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독자적인 완주를 통해 높은 득표율을 기록할 경우 대선 이후 보수 패배 책임론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국민의힘의 잇단 러브콜에도 단일화를 완강하게 거부했다는 점에서 보수 진영에서는 이 후보의 대선 패배 책임론을 벌써부터 거론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높은 득표율을 통해 경쟁력 있는 후보였다는 점을 입증하게 되면 향후 책임론 공방에서도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지금과 전혀 다른 정치 지형이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에 대선 이후 플랜까지 예측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보수의 잘못된 점을 고치자고 나온 이준석 후보에게 보수 패배의 책임을 물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후보가 TV 토론에서의 '여성 폭력적 발언'을 정면돌파 하려는 움직임도 '이재명 대항마' 이미지 각인 전략에 올인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후보는 해당 발언에 대해 "국민 역치를 넘어선 발언을 했다면 유감"이라면서도 "제가 한 질문 가운데 어디에 혐오가 있나. 정말 성범죄자로 지탄받아야 할 이는 누구냐"며 일각의 비판에 대해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후폭풍이 거센 만큼 해당 발언이 이 후보에 대한 평생 족쇄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기존 이 후보의 약점으로 꼽혔던 '극명한 호불호(好不好)'와 '갈라치기 이미지'가 더 강화되면서 향후 외연 확장성까지 저해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해당 발언의 영향이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안철수 의원을 보면 알다시피 대선 이후에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국민들이 판단할 몫"이라며 "지지층이 완전히 이탈하는 등 이번 발언 하나로 앞으로를 규정 짓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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