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광운대 교수, KISTEP '과학기술+혁신 대전환 포럼'서 발표
이용관 대표 "기술사업화, 시장 중심으로 이뤄져야"
과학기술+혁신 대전환 포럼에서 발표하는 이병헌 광운대 교수 [KISTEP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급변하는 과학기술 및 산업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연구개발(R&D) 체계를 투자 방식으로 전면 개편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병헌 광운대 교수는 29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과학기술+혁신 대전환 포럼'에서 "R&D 사업 체계를 자꾸 바꾸는데 사업을 쪼개고 평가 방식을 바꿔봐야 안 된다"며 "R&D와 사업화, 산학연 간 협업 방식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새로운 사업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포럼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한국기술혁신학회가 공동 주최했다.
이 교수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 확산에 따른 제조업 서비스화, 기술 주기 단축, 기술개발 진입 장벽 등의 산업 구조 변화로 기술혁신에 드는 비용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약 개발의 경우 하나를 출시하는 데 평균 20억 달러가 들고, 오픈 AI도 개발비가 5억 달러, 엔비디아의 블랙웰도 100억 달러를 이야기한다"며 "정부 R&D로 과제당 10억원, 20억원 나눠주는 것으로는 할 만한 게 없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미국의 로봇 스타트업 페르소나AI의 경우 1년만에 3천500만 달러를 투자 유치해 기술을 사들이며 단기간에 첨단 기술을 완성하고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반면 한국의 스타트업은 사업 제안서를 쓰고 10억원씩 따서 개발하는 기술개발 용역에 머무르는 실정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정부가 R&D에 투자하고 있지만 소액 과제로 파편화돼있고, 사업 수행 주기도 기술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그는 평가했다.
이 교수는 "혁신형 R&D 등을 하지만 기존에 있던 것을 프로그램에 태우는 정도의 역할만 하지 시장과 기술에 대한 새로운 기획을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새로운 R&D 투자 방식으로 출연금 규모를 키우면서 대신 신주인수권을 받아 성공한 기업에서 회수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또 50조원 규모의 국가 전략기술 연구개발 투자기금을 조성해 모태펀드처럼 다양한 R&D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실리콘밸리식 투자 방식을 활용해 보자고 그는 제안했다.
이 교수는 "양자컴퓨터 기술개발 사업이면 공공기관에서 R&D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말고 벤처캐피털(VC)을 지정해 책임지고 해보도록 하고 민간이 후속 투자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바꾸면 더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주요 프로젝트별 별도 R&D 전담 법인을 설립해 산학연이 기술과 지적재산(IP)을 현물 출자하고 결과물을 사업화해 상장하는 형태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그는 제안했다.
발표하는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KISTEP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포럼에서는 기술사업화의 시각을 기술 중심에서 시장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기술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이용관 대표는 "기술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는 대부분 실패한다는 걸 경험하게 됐다"며 "시장의 큰 문제에서 시작하고 기술이 수단으로 작용하면 상승효과를 낳는데 기술이 처음부터 목표가 돼 사업화한다면 시작부터 함정으로 빠져든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기반 딥테크 스타트업은 성장 곡선이 정보기술(IT) 기업과 달리 불연속적으로 상승한다며 진단이 어려운 만큼 연구자가 직접 뛰어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모더나를 창업한 로버트 랭거 교수 경우 40개 넘게 창업했지만 대부분 프로젝트에 조언자로만 참여한다"며 "스타트업이 시작할 때는 핵심 기술을 내부에서 내재화할 수 있는 역량을 만들지만 성장하면서는 시장 전문가나 경영 전문가를 끌어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스타트업은 경쟁자가 없는 영역을 찾아 처음에 만든 리더십을 지키는 게임이지만, 한국은 경쟁에서 이기는 '치퍼, 베터, 패스터(chipper, better, faster) 게임'을 장려한다"며 "새 분야를 독점할 리더십을 만드는 게 중요한데 한국은 성공 여부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혁신에 걸림돌이 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오태석 KISTEP 원장은 "정부마다 5년 단위로 성장동력 정책에 큰 변화가 있었는데 새 정부가 출범하며 추진동력이 상실하고 목표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며 "정책 일관성의 결여는 민간 장기 투자를 위축시키는 만큼 연구현장의 지속적 역량 축적과 혁신 생태계 안정적 확보를 위한 R&D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모험 자본가적 역할을 강조하고 R&D에 대기업을 적극 참여시키며 실증과 사업화 가능성을 중심으로 성과평가 체계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발표하는 오태석 KISTEP 원장 [KISTEP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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