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게임 규제/그래픽=김지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유보 등 9대 공약을 제시하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등급제 민간 자율화 등의 공약을 제시하는 등 게임이 대선 공약의 주요한 축으로 떠올랐다. 이처럼 게임이 우리 사회의 주요 콘텐츠로 자리 잡았으나 사회적 인식에 오해가 많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29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게임의 긍정적 효과와 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은 국내 전체 콘텐츠 수출의 62.9%를 차지하는 대표 디지털 산업이다. 2023년 기준 한국 게임산업 수출액은 84억달러로 음악(12억달러), 방송(11억달러)보다 월등히 높다. 같은 기준 세계 게임시장의 규모는 2051억8900만달러이며, 한국이 시장점유율 4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게임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보고서는 국내 게임에 '중독', '현실 도피', '폭력성 조장' 등 부정적 낙인이 찍혀있는데, 이는 일부 정치권과 방송이 게임을 문제의 원인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게임 이용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으로도 이어졌다고 봤다. 또한 지난해 실태조사 결과 청소년이 게임 이용으로 성취감을 얻는다는 답변이 가장 높았고 부정정서표현은 가장 낮았으나 이런 데이터는 사회적 인식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원인은 프레임으로 짚었다. 2011년 한 방송은 온라인 게임의 폭력성을 실험한다며 PC방에 카메라를 설치한 뒤 PC방 전원을 차단해 화가 난 게임 이용자를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면서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폭력 게임의 주인공처럼 난폭하게 변해버렸다고 보도했다. 2019년에는 질병코드를 두고 게임이용장애가 공식 질병이 됐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병리적 현상에 국한된 진단용이었다.
규제 영역에서도 2011년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셧다운제'를 도입했으나 계정 우회, 부모 명의도용 등 회피 전략을 유발해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결국 셧다운제는 2021년 폐기됐다. 지난해에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를 실시했으나 공정거래위원회와 게임물관리위원회 등 다부처 중복규제로 인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게임 이용자는 스스로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고 게임회사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해도 도덕적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위치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연구에서도 게임 중독은 우울, 불안, 스트레스 상태에서 일시적 회피 수단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중독이 단일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취지다. 때문에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보고 치료하기보다는 ADHD와 같은 정신적 특성과 환경적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3년에 걸친 추적 연구 결과 게임 이용 패턴이 계속 변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학균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원은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학교 정규교육 과정에 '게임 활용 역량' 및 '디지털 윤리' 교육과정을 신규 편성해 게임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규제 중심에서 맞춤형 지원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게임 콘텐츠 수출 진흥 지원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보다 균형적·과학적인 조정이 필요하다"라며 "정책 또한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면서 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육성하는 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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