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4족 보행 로봇 ‘라이보’로 실험
AI가 험지서 다리 디딜 곳 시뮬레이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4족 보행 로봇이 파쿠르하듯 복잡한 지형을 오갈 수 있도록 하는 제어 시스템을 개발했다./사이언스 로보틱스
로봇이 사람처럼 벽을 타고, 징검다리를 딛고 뛰어넘으며 복잡한 환경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네 발 로봇이 안정적으로 발을 디딜 위치를 찾고, 빠르게 이동하는 중에도 정확하게 원하는 지점에 착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황보제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네발 로봇이 파쿠르하듯 고난도 지형을 빠르게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제어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파쿠르는 건물이나 다리, 벽과 같은 지형이나 사물을 이용해 효율적으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연구진은 ‘플래너’와 ‘트래커’라는 두 모듈로 제어 전략을 설계했다. 플래너는 AI를 활용해 로봇이 안전하게 디딜 수 있는 여러 후보 경로를 계산하고, 위험하거나 불가능한 경로는 미리 걸러낸다. 그리고 남은 후보 경로들에 대해 시뮬레이션(모의실험)해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인 경로를 선택한다.
트래커는 로봇이 플래너가 정한 목표 지점에 발을 딛도록 유도한다. 연구진은 점점 더 복잡한 환경을 자동으로 생성해 트래커를 훈련시키는 알고리즘도 사용했다. 그 결과 로봇이 어려운 동작을 익힐 수 있었다.
황보제민 교수는 “로봇도 사람과 똑같다. 처음부터 어려운 과제를 주는 것이 아니라 난이도를 차근차근 높여가면서 배우도록 해야 한다”며 “플래너와 트래커에 필요한 모든 계산은 로봇에 탑재된 컴퓨터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됐다”고 했다.
연구진은 자체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라이보(Raibo)’를 활용해 실내 환경에서 실험했다. 새 제어 시스템을 적용한 라이보는 벽에 다리를 딛고 달리고, 초당 4m의 속도로 징검다리를 넘으며, 1.3m에 달하는 넓은 간격도 뛰어넘었다. 30도 경사면과 계단, 다양한 크기의 상자로 만들어진 지형에서도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였다. 발이 미끄러지거나 발판이 흔들리거나, 지도 정보에 오차가 있어도 높은 성공률을 보였다.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을 이용하면 실제 재난 현장이나 건설 현장처럼 예측할 수 없는 지형에서도 로봇이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로봇이 사람 대신 위험한 곳에 들어가 작업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며 “향후 이 시스템을 야외 환경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 구조 작업이나 탐사, 군사적 분야에서 활용성을 크게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에 게재됐다.
참고 자료
Science robotics(2025), DOI: https://doi.org/10.1126/scirobotics.ads6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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