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액체 나트륨 이용한 연료전지 발표
리튬배터리보다 에너지 3배 이상 담아
전기 비행기 제작에 도전하고 있는 하트에어로스페이스의 30인승 항공기 'ES-30'의 모습. 연료전지와 리튬이온배터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이다./Heart Aerospace
전기자동차가 일상이 됐지만, 전기비행기가 상용화됐다는 소식은 여전히 들리지 않는다. 항공 산업은 여전히 화석연료를 쓰고 있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한다. 전기비행기가 나온다면 그만큼 탄소중립 실현에도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미국 과학자들이 전기비행기 시대를 앞당길 새로운 전원을 개발했다. 전기자동차에 쓰는 리튬이온배터리는 항공기에 쓰기엔 용량에 한계가 있었다. 자동차야 배터리가 다 되면 멈추기만 하지만, 항공기는 추락 사고로 이어진다. 이번 전원은 기존 배터리보다 용량이 훨씬 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옛밍창 (Yet-Ming Chiang)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재료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보다 무게당 에너지를 세 배 이상 담을 수 있는 새로운 연료전지를 개발했다”고 지난 27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줄(Joule)에 발표했다. 화물트럭이나 선박, 비행기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수준의 연료전지다.
연료전지는 연료가 가진 화학에너지를 전기화학반응을 통해 직접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장치다. 배터리와 원리는 같지만 화학반응의 연료를 밖에서 주입한다는 점이 다르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연료인 리튬이 내부에 있다. 전기가 바닥이 나면 리튬배터리는 충전하고, 연료전지는 연료를 주입한다.
MIT 연구진이 개발한 연료전지는 액체 상태의 금속 나트륨을 연료로 쓴다. 나트륨은 주로 소금에서 얻을 수 있는데,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리튬보다 싸고 지구 어디서나 쉽게 얻을 수 있다. 나트륨의 대량 생산도 가능하다. 연구진은 과거 납 옥테인 첨가제 제조용으로 미국에서만 연간 20만t 규모로 나트륨이 생산된 적이 있다고 밝혔다.
MIT 연구진이 만든 액체 나트륨 연료전지 시제품. 유리관 한쪽은 액체 나트륨, 다른 쪽은 산소가 들어가며 가운데에서 만나 전기를 생산하는 화학반응을 일으킨다./Gretchen Ertl
연구진은 액체 나트륨을 넣고 밀봉한 카트리지 형태의 연료전지를 개발했다. 연료가 소진되면 카트리지를 다시 채울 수 있다. 연료전지의 다른 전극에는 공기가 들어가 산소를 공급한다. 나트륨 이온은 전극 사이를 오가면서 산소와 화학반응을 해 전류를 만든다.
실험 결과 나트륨 연료전지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보다 무게당 에너지를 세 배 이상 담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 교수는 “전기 비행을 위해 필요한 임계치는 1㎏당 약 1000와트시(Wh)인데, 현재의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는 300와트시에 그쳐 한참 못 미친다”며 “새로 개발한 연료전지를 시험한 결과 1000와트시 이상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전기비행기에 도전하는 기업이 없는 건 아니다. 빌 게이츠가 투자한 하트에어로스페이스는 순수하게 전기로만 움직이는 19인승 항공기를 개발했다. 지금은 일반 엔진과 배터리를 결합한 30인승 항공기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의 항공 스타트업인 라이트일레트릭은 항공기용 전기모터를 개발하고 있다. 전기비행기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비행기의 엔진을 모터로 대체해야 한다.
여러 기업이 나서고 있지만 전기비행기는 여전히 달성하기 힘든 목표이다. 미국의 기술전문 매체인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현재 배터리 기술은 가장 가벼운 비행기 정도에만 동력을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 밀도를 가지고 있다”며 “좁은 비행기 내 공간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기 비행을 위한 연료전지를 개발한 MIT 연구진의 모습. 가장 오른쪽이 옜밍창 교수./Gretchen Ertl
MIT 연구진은 연료전지 기술을 상업화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연구진은 이미 스타트업인 ‘프로펠 에어로(Propel Aero)’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현재 MIT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에 입주해 있다.
연구진은 우선 1년 안에 대형 드론(무인 비행기)을 구동할 수 있는 1000와트시급 연료전지 시제품을 만들 계획이다. 이후 실용적인 목적으로 전기비행기용 연료전지를 사용해 개념을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Joule(2025), DOI : https://doi.org/10.1016/j.joule.2025.10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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