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준석 후보와 명태균 씨가 연관된 재력가 아들 '취업 청탁' 사건을 구체적으로 수사해놓고도 재판에 넘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검찰 수사기록과 '명태균PC' 등을 교차로 분석했는데 '취업 청탁' 증거는 차고 넘칠 정도였다. 그러나 검찰 불기소로 이준석 후보는 피의자가 될 뻔한 위기를 모면했다.
검찰은 청탁 대가가 건네진 시점과 취업이 실현된 시점이 너무 차이 난다고 봤다. 누가 대통령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거액을 줬겠느냐는 논리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공개했듯이 명 씨 측에 2억 원이 입금된 시점은 명 씨가 윤석열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실세로 활동할 때였다. 이준석 당대표도 명 씨의 영향력을 입증하는 '얼굴마담' 역할을 했다.
'취업 청탁' 사건은 안동 지역 재력가인 조 모 씨가 미래한국연구소에 1억 5천만 원 송금한 뒤 정치 경험이 없던 조 씨의 아들이 국민의힘 대학생위원장에 선출 → 윤석열 후보 캠프 → 대통령직인수위원회 →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 대통령실 비서실에 입성하는 중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결과적으로 청탁이 실현된 것이다. 아들 조 씨가 최종적으로 용산 입성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힘 대학생위원장이란 타이틀 덕이었다. 앞서 뉴스타파는 명 씨의 부탁을 받은 이준석 당대표가 이를 뒤에서 도운 정황을 보도했다.(관련 기사 : 재력가 아들 '대학생위원장' 당선, 이준석이 도와준 정황)
▲아들 조 씨는 2021년 10월 31일, 국민의힘 대학생위원장에 선출됐다. (출처 : 국민의힘TV)
열심히 수사해놓고, 석연치 않은 불기소
'취업 청탁' 사건은 2021년 6월부터 시작된다. 안동 지역 신문 세명일보가 지역 행사를 열었다. 이때 명 씨가 이준석 당대표를 행사에 초청했다. 이 모습을 본 안동 지역 재력가 아버지 조 씨는 명 씨의 위세를 절감한다. 이후 아버지 조 씨와 세명일보 대표는 미래한국연구소에 2억 원을 송금한다.
투자 명목이었지만, 실제로 진행된 사업은 없었다. 아들 조 씨는 미래한국연구소에 위장 취업한 뒤 국민의힘 대학생위원장으로 선출된다. 이 과정에서 이준석 후보가 아들 조 씨를 수차례 만난 것으로 확인된다.
검찰은 전방위 수사를 통해 다양한 물증을 확보했다.
① 아버지 조 씨와 세명일보 대표 김 씨가 미래한국연구소 측에 송금한 2억 원의 이체확인증
② 미래한국연구소에 2억 원을 건넨 날, 아들 조 씨가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자격을 취득한 근로복지공단 자료
③ 아들 조 씨가 고령군수 출마 예정자 배기동(이준석 당대표 여론조사비 대납자 )씨처럼 여의도연구원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임명장
④ 이준석 당대표의 도움으로 아들 조 씨가 국민의힘 대학생위원장에 당선된 정황을 뒷받침하는 관계자 진술
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아버지 조 씨가 참고인들과 진술을 짜맞추는 통화 내용
▲안동 재력가 조 씨와 세명일보 대표 김 씨가 미래한국연구소 측에 건넨 2억 원의 입금 흐름
검찰은 계좌 추적으로 입금된 2억 원 중 1억 원이 실제 '취업 청탁'을 위한 대가였을 가능성을 확인했다. 미래한국연구소에 입금된 2억 원 중 1억원은 이준석 초청 비용(3천)과 미래한국연구소 대여금(7천)으로 인정할 만한 증거가 나왔기 때문이다. 나머지 1억 원에 대해선 관련자 진술이 엇갈렸지만, 검찰은 이를 그냥 덮었다.
▲아버지 조 씨는 세명일보 김 대표에게 7월 19일 본인과 신OO(조 씨의 처), 김OO(직원의 처) 명의로 5천만 원씩 입금했다. 세명일보 김 대표는 같은 날, 미래한국연구소에 1억원과 5천만 원을, 나흘 뒤 김태열 미래한국연구소장에게 5천만 원 총 2억 원을 입금했다. (출처: 검찰 수사보고서)
명태균·이준석 만나고 꿈을 이룬 아들 조 씨
검찰은 2억 원이 미래한국연구소 측에 입금된 2021년 7월 이후, 아들 조 씨가 여러 타이틀을 갖게 되는 과정을 모두 파악했다.
입금 당일 아들 조 씨는 미래한국연구소의 유령 직원이 됐다. 이에 대해 아들 조 씨는 “명태균 또는 김태열이 저에게 ‘여론조사를 알아두면 나중에 선거하는 데에 도움이 되니 직원으로 올려놓자’는 정도를 말해서 형식적으로 직원으로만 등재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그는 명태균 씨로부터 "청와대, 안동시장 등의 자리에 가면 안 되냐는 이야기를 덕담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로부터 석 달 후인 10월 31일, 아들 조 씨는 국민의힘 대학생위원장이 됐다. 앞서 뉴스타파는 아들 조 씨가 대학생위원장으로 선출되는 과정은 이준석 당대표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때만 이례적으로 대학생위원을 두 번 뽑았는데, 이를 통해 아들 조 씨에게 투표할 대학생들을 모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검찰은 조 씨 부자가 조직적으로 대학생위원을 모집한 사실도 확인했다. 대학생위원장 선거를 나흘 앞둔 2021년 7월 27일, 아들 조 씨가 명 씨에게 자신을 소개해준 정 모 씨에게 “대학생 가입 인원 한 번 공유 부탁드립니다~! 아니면 담당하셨던 분 번호 알려주시면 제가 연락드릴게요”라고 말하자, 정 씨는 16명의 대학생 명단과 책임자 OOO의 연락처를 공유했다.
▲2021년 7월 27일, 아들 조 씨와 조력자 정 씨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출처 : 검찰 수사보고서)
아버지 조 씨는 경북 봉화에서 수력발전 사업을 하는 재력가다. 1991년생인 아들 조 씨는 4개월 다닌 대기업을 퇴사하고 아버지 회사에 이름을 올려둔 뒤, 안동시의원을 꿈꿨다.
이준석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인 2021년 6월, 아들 조 씨는 미래한국연구소 사무실에서 처음 명태균 씨를 만났다. 이때 명 씨는 아들 조 씨에게 “니 뭐하고 싶어. 니 청와대 가면 안 되나”라고 물었다.
2021년 7월 23일, 아들 조 씨는 이준석 당대표를 처음 만난다. 이 대표가 부산 e스포츠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했을 때 명 씨는 조력자 정 씨에게 연락해 “조OO(아들) 데리고 부산으로 와서 이준석에게 소개하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이준석이 콘서트(부산 e스포츠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를 하였는데, 그때 김OO(세명일보 대표)이 조OO(아들)을 데리고 가라고 하였고, 명태균이 조OO(아들)을 데리고 오라고 하였습니다. 그때 조OO(아들)을 이준석에게 소개시켜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준석 안동 콘서트때 조OO(아버지) 사장하고, 조OO(아들)이 와서 이준석에게 인사를 하였습니다. 이때 인사를 할 때, 조OO(아버지) 사장이 여기에 돈을 지원해주었다는 느낌이 확 들었습니다.
- 조력자 정 씨 검찰 참고인 진술 / 2024.11.26.
2021년 8월 8일, 세명일보가 주최한 이준석 토크콘서트에서 아들 조 씨는 또다시 이준석 대표를 만났다.
창원인지 부산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이준석이 행사장을 가는 길목으로 명태균, 김태열, 김영선, 정OO(조력자)과 함께 이준석을 만나러 갔었고 서로 인사를 나눈 후 명태균과 이준석이 따로 만나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 아들 조 씨 검찰 참고인 진술 / 2024.11.26.
다음 날, 조 씨 부자는 김영선 전 의원을 만났다. 이날 김 전 의원은 아들 조 씨에게 “아버지를 잘 뒀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아버지 조 씨는 김 전 의원 법률 자문 계약을 맺고, 이듬해까지 13차례에 걸쳐 4290만 원을 송금했다. 실제로 자문을 해준 적은 없었다.
2021년 9월 14일, 김 전 의원은 서울 광화문 한우집에서 아들 조 씨를 다시 만나 “아버지가 좋은 일 하셨고 아버지 잘 만나서 다행인 줄 알아라, 좋은 일이 있을 거다”라고 말했다. 그 좋은 일은 다음 달 바로 실현된다. 국민의힘 대학생위원 모집 공고가 뜬금없이 다시 올라왔고, 아들 조 씨는 대학생위원장에 당선됐다.
검찰은 그러나 김 전 의원에게 건네진 4290만 원을 '취업 청탁'의 대가가 아닌 불법 정치자금이라 보고 재판에 넘겼다. 이에 더해 아버지 조 씨가 명태균 측에 건넨 1억 5천만 원은 별다른 대가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무혐의 처리했다.
아버지 조 씨가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을 토대로 '상황정리'라는 제목의 문서 파일을 작성했다. 검찰은 이 문서를 참고인 조사를 받을 이 사건 관련자들이 '아버지 조 씨가 보낸 돈은 투자'라고 일치된 주장을 하게끔 작성한 것으로 봤다. (출처 : 검찰 수사보고서)
이준석 연루 '취업 청탁' 사건 '봐주기' 의혹...특검 재수사 불가피
아들 조 씨가 정치권에 발을 디딘 첫 타이틀은 '국민의힘 대학생위원장'이었다. 이때 이준석 당대표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후 대통령실 입성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검찰은 그러나 '취업 청탁' 사건을 제대로 수사해놓고도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은 조직적인 증거 인멸 정황까지 파악했다. 지난 1월, 검찰은 아버지 조 씨의 회사를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 PC에 저장된 ‘상황 정리.hwp’라는 한글 파일을 확보했다.
사실은 A(친환경 블록 사업 회사 대표)이 조OO(아버지)을 통해 5,000만 원을 투자한 사실이 없음에도 허위로 기재되어 있는바, 조OO(아버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을 미리 정리하여 A에게 알려주고, 허위진술을 모의하였던 것으로 판단됨.
※A은 2025. 1. 6. 조사 당시 조OO(아버지)으로부터 허위 진술을 제안받은 사실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
- 검찰 수사보고(OOOO OOO가 사용하던 PC의 전자정보 분석) / 2025.1.7.
아버지 조 씨는 세명일보 대표 김 씨에게 송금한 1억 5천만 원이 “김 씨가 친환경 블록 사업을 공동 운영하자며 특허권을 사와야 한다고 권유해 투자금 명목으로 송금한 것”이라고 진술했는데, 거짓이었다. 검찰은 친환경블록 사업 특허권을 갖고 있는 회사 대표 A씨를 조사해 아버지 조 씨로부터 허위 진술 제안을 받았다는 자백을 받은 뒤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같은 사실들은 명태균 특검이 출범하면, '취업 청탁' 사건을 다시 수사해야 할 필요성을 가리킨다. 김영선 전 의원의 표현대로 아버지를 잘 만난 아들 조 씨는 현재도 대통령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뉴스타파 박종화 bell@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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