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개발된 고속 선택적 레이저 용융(SLM) 기술로 제작한 맞춤형 인공 흉부 뼈.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타이타늄을 기존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적층하면서도 품질까지 높일 수 있는 3차원(3D) 프린팅 공정기술을 개발했다. 고성능 의료용 임플란트부터 항공우주용 부품까지 다양한 산업에 활용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기대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김건희 기능성소재부품그룹 수석연구원과 이호년 신산업부품화연구부문 수석연구원 공동 연구팀이 타이타늄 소재를 고속으로 적층하면서도 강도와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선택적 레이저 용융(SLM) 공정기술을 새롭게 구현했다고 29일 밝혔다.
SLM은 금속 분말에 고출력 레이저를 조사해 층층이 녹이고 쌓는 방식의 3D 프린팅 기술이다. 복잡한 형상을 정밀하게 구현할 수 있어 항공우주나 의료용 정밀 부품 제조에 널리 쓰인다.
타이타늄은 SLM 공정에서 적층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온 환경에서의 결함 발생이 잦아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려운 소재로 여겨졌다.
연구팀은 단일 레이저 열원 기반의 공정 최적화로 문제를 해결했다. 타이타늄 분말이 완전히 녹는 데 필요한 에너지와 레이저 파장에 따른 흡수율을 정밀 계산하고 레이저 출력, 주사 속도, 간격, 적층 두께 등 다양한 공정 변수를 조합해 최적의 에너지 밀도를 도출했다.
이를 통해 고속 적층 중 발생하는 결함을 제어하고 안정적인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공정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다. 에너지가 부족할 경우 생기는 ‘융착 부족(Lack of Fusion)’이나 과도할 때 나타나는 ‘키홀(Keyhole)’, ‘표면 팽창(Swell)’, ‘수축(Shrinkage)’ 등의 결함 조건을 분석하고 에너지 밀도와 변수 조합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방식들이다.
또 타이타늄 적층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화 반응 및 고온 환경에서 특정 원소가 증발하거나 뭉치는 조성 변화를 함께 고려해 보다 안정적인 응고 조건도 확보했다.
아울러 고속 적층 중 냉각 조건을 조절해 '마르텐사이트 미세조직'을 유도함으로써 강도 향상 효과를 더했다. 합금 없이 타이타늄 내부의 산소와 철 등 미량 원소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고용 강화 기법도 함께 적용해 타이타늄 고유의 강도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이 기술을 실제 성인 평균 크기의 흉곽 임플란트 제작에 적용한 결과 기존 5일 이상 걸리던 적층 시간을 3일 이내로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시간당 적층 속도는 시간당 약 37.966세제곱센티미터(㎤)로 기존 최고 수준이었던 시간당 18㎤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실험에서는 99.98% 이상의 밀도와 670메가파스칼(MPa) 이상의 인장강도를 유지해 고강도 경량 부품으로서의 가능성도 입증했다.
김건희 수석연구원은 “이번 기술을 통해 환자 맞춤형 의료기기 제작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고 위급 환자의 수술 대기 시간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알루미늄, 니켈, 철계 합금 등 다양한 금속 소재로 기술을 확장해 항공우주, 자동차, 국방 등 첨단 산업 전반으로 응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