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재명 캠프 ‘레프트 윙’ 박용진 화합위원장의 당·국민 통합 비전
“중도보수, 훌륭한 선거 캠페인…서민·노동 대변할 중도개혁당이 최종 목표”
“집권시 野와 소통…‘공동체 위한 NO’, ‘미워도 악수’ ‘권한 절제’ 용기 필요”
“이번 대선은 다자구도, 과반 득표 힘들 것…오만도 자만도 금물, 간절해야”
(시사저널=강윤서·변문우 기자)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사람사는세상 국민화합위원장이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보수 빅텐트가 저물어가는 동안 '이재명의 용광로'가 생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선 레이스 막이 오르기 전부터 승리를 위해 함께할 지원군을 전폭 영입해왔다. 비명(非이재명)계나 보수 책사로 불려온 '깜짝' 인사들도 중도보수 정당과 내란 진압이라는 이 후보의 선거 캠페인에 공감을 표하며 새로운 정치적 행보에 나섰다. 대표적인 인물이 당 선거대책위원회 최전선에서 통합의 메시지를 전하는 박용진 사람사는세상 국민화합위원장이다. 박 위원장은 대선을 일주일 앞둔 5월27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당, 나아가 차기 정부가 이뤄야 할 '화합'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박 위원장은 정치인이 지녀야 할 3가지 용기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그는 ①지지층의 요구에도 공동체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노(NO)' 할 수 있는 용기 ②상대가 아무리 미워도 악수하고 대화할 수 있는 용기 ③제도적으로 보장된 권한도 자제·절제할 수 있는 용기가 정치의 핵심 소양이라고 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다면 야당이 되는 국민의힘과 진중한 대화는 물론, 행정부와 입법부라는 막중한 권한을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는 게 박 위원장의 주장이다.
아울러 현재 친명(親이재명)계 중심의 당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쇄신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대선 승리를 위해 여러 인사가 결집한 건 단순 빅텐트를 넘어 민주당의 화개장터라는 감동적 서사를 이뤘다"며 "(대선 후에도) 친명, 비명을 떠나 '일 잘 할 사람'을 등용해 내각을 구성하고 차기 정부의 제1과제인 '먹고 사는 문제'부터 일사불란하게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재명 후보가 당부한 '화합' 메시지는 무엇인가.
"이재명 후보는 지난 2월 저와 만났을 때도 당의 중도보수, 개혁보수 비전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 총선에서의 앙금도 풀고, 이번 대선에서 '우리가 함께 어떤 일을 같이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상당히 길게 나눴다. 그때 제게 당부한 역할이 있다. 본인(이 후보)은 이번 대선에서 중도 확장으로 나아갈테니, 제게는 '박용진은 원래 진보'라면서 레프트 윙(왼쪽 날개)을 맡아달라고 하더라. 제가 그간 경제 민주화, 재벌개혁을 비롯해 공정 경제 분야에 관심을 가졌던 만큼 당이 중도보수론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왼쪽의 이야기'를 꾸준히 짚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대선 국면에서 '중도보수론'이 실현됐다고 평가하는가.
"선거 캠페인이자 포지셔닝으로 보면 훌륭한 전략이었다. 현재 보수는 엉망진창 상태가 됐기 때문에 그 진영까지 확대하고 포용하는 게 우리 당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내면 안 된다. '중도보수' 보다 더 큰 목표, '중도개혁' 정당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다수 정당으로서 중산층과 서민, 노동자를 대변하면서 민주당의 정체성을 지켜 나가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국민 역시 민주당에게 이런 역할을 기대할 것이다."
비명계, 보수 인사 등 '깜짝' 영입의 효과는 어떻게 보는가.
"이번 대선에서 모두가 한 목소리로 외치는 게 '국민 통합'이지 않은가. 내란과 탄핵으로 양극단으로 찢겨진 사회를 차근차근 통합해야 하고, 당연히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부터 그 비전을 담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이 보수 인사들까지도 포함시켜 운동장을 넓게 쓰는 모습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번 선대위는 빅텐트를 넘어 민주당의 화개장터를 이뤘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을 넘어 화합 연대를 만들어냈고 국민들도 그 모습에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도록 신뢰를 쌓았다고 생각한다."
본인은 이 후보와 지난 총선에서의 앙금은 어떻게 풀었나.
"정치인은 과거의 악연에 묶이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과거 비명횡사 논란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돼버렸다. 지금 저희 앞에는 내란 진압이라는 공통의 과제가 놓여있고, 둘 다 힘을 합쳐서 이를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세워야 한다는 간절함이 통했다. 내란 극복의 첫 단계인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의 문턱은 넘겼고, 2단계인 조기대선을 코앞에 둔 상태다. 대선 승리라는 마지막 단계와 '새로운 대한민국 출범'이라는 시작을 함께 이루기 위한 결의를 다졌다."
인사 영입 과정에서 선대위 합류 불발 등 실패의 상황도 있었다.
"농사를 짓다 보면 흙이 묻는 법이다. 흙 묻히기 싫어서 농사 안 짓겠다고 하면 농민들 먹고 사는 문제는 누가 책임지겠나. 이병태 전 카이스트 교수,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의 영입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해프닝이라고 본다. (통합을 위해) 지나가야 할 과정이지 않겠나."
대선이 끝나면 당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내각 구성 적재적소.' 만약 민주당이 집권한다면 이 여덟 글자를 토대로 당을 발전시켜야 한다. 우선 내각의 경우 적재적소로 인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친명, 비명을 떠나 '일 잘 할 사람'을 최전선에 세워야 한다. 대통령실 또한 손발이 잘 맞는 인사를 등용해 일사불란함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친명 혹은 비명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사람사는세상 국민화합위원장이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권한 절제의 용기'를 강조했는데 당의 사법부 압박 논란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이 후보는 절제하고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민주당 역시 논란이 된 사법개혁 관련 법안을 철회했고, 논의를 더 숙성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법과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건 의석수와 무관한 정치의 기본이다. 아무리 입법부와 행정부를 쥔다고 한들 국민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 민주당은 대선에 승리한다면 국민 여론을 살피고 설득해 민주주의를 지킬 것이다. 그렇지 않고 국민을 설득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위기에 빠지게 된다."
레프트 윙으로서 가장 주목하는 정책은.
"'거대한 소수'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다수임에도 목소리가 작고 약자로 취급되는 소수에게 희망이 되는 당과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1000만여 명에 육박하는 플랫폼 노동자들,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은 4대 보험이나 근로계약서 작성 등 기본 권리마저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 내 집 마련, 내 차 마련, 가족의 건강, 자녀의 교육 그리고 노후 자산 등 5가지가 보장돼야 한다. 그래야 안정적인 삶을 영유할 수 있다. 이 5가지를 지켜내는 게 정치 본연의 목적이다."
친기업 정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느 정치 세력이든 기업 지원을 논의해야 한다. 차기 정부 역시 '먹고 사는 문제'가 당연히 급선무 과제다. 성장을 포기하고 복지만 얘기하는 정치는 없다. 민주당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 내내 경제 성장과 기업 지원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해왔고 관련 정책을 실천해 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다만 1953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을 현대 사회에 맞게 하나씩 손볼 때가 됐다."
'호텔경제학' '커피원가 120원' 등 이 후보의 경제관념에 대한 논란은 어떻게 봤나.
"침소봉대 논란이다. 우리는 거시 경제를 이야기하는데 느닷없이 미시 경제로 끌고 가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이재명 후보가 실제 의도한 내용과 앞뒤가 맞지 않은 공격만 들어오고 있다. 이 후보는 대통령의 경제학을 말하는데 상대 후보들은 트집잡기의 경제를 논하고 있어 안타깝다."
5월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여준 상임총괄선대위원장, 박용진 전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사람사는세상 국민화합위원회 정책협약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여론조사 공표 가능 기간 때 나타난 지지율 정체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선거는 진영 다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상대(보수) 진영과 우리 진영이 각각 얼마나 똘똘 뭉치느냐, 선거 투표장으로 지지층을 얼마나 끌어낼 수 있느냐 등에 따라 여론 흐름은 바뀐다. 무엇보다 투표일이 임박할수록 상대 측 공격이 격해지면서 지지층도 더 결집하고, 그간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던 유권자들도 답하기 시작한다. 결과적으로 선거가 다가올수록 우리가 기존에 장악했던 포지션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번 대선 구도는 어떻게 분석하는가.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고 득표율(51.55%)로 당선된 것 말고는 과반 이상으로 당선된 대통령은 없다. 게다가 이번 대선은 다자 구도인 만큼 과반 득표율을 넘기는 게 더 힘들 수 있다. 절대 방심하면 안 된다."
남은 선거 기간 당에게 당부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다음 주면 정말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 어떤 경우에도 오만해 보여서도 자만해서도 안 된다. 선거는 그럴 때 실수가 생긴다. 더 간절한 마음으로 국민께 다가가야 한다. 길거리 허공에 대고 지지를 호소하지 말고, 골목 구석구석 찾아가 하루에 10명씩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분들을 설득하길 부탁드린다. 매일 간절한 마음으로 끈질기게 인사드려야 진심이 통한다."
마지막으로 국민께 전하고 싶은 말은.
"평생 보수 정당만 지지해오신 분들께 이번 대선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로 회초리를 들어달라고 요청드린다. 국민의힘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유권자들께서 혼내줘야 당도 더 발전하고 대한민국도 균형을 되찾을 수 있다. 자식 사랑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에게도 따끔한 회초리를 들어주실 것을 호소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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