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안팎 통합에 실패한 국민의힘... '후보갈이' 한덕수도 '녹색' 넥타이 메고 사전투표
[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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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3차 경선에서 탈락한 홍준표 후보가 4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후보자 선출을 위한 3차 경선 진출자 발표에서 퇴장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박근혜 탄핵 때는 용케 살아 남았지만, 이번에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됐으나, 국민의힘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반이재명 빅텐트'를 표방했지만, 존재감이 희미했던 새미래민주당과의 공동 전선을 제외하면 당 안팎의 단합에 실패한 탓이다.
특히 '후보갈이' 파동으로 내홍의 중심에 선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마지막까지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았다. SNS에 김문수 후보 지지를 재차 선언했지만, 막상 사전투표 당일 그가 보여준 모습은 미적지근했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하와이 특사단'까지 가서 달랠 정도로 공을 들였지만, 홍준표 전 대구광역시장도 사전투표 첫날 국민의힘을 재차 직격하고 나섰다. '김문수 후보 지지' 의사를 전언으로 밝히고, 당을 비판하는 정치 포스팅을 중단하겠다고 한 특사단의 '성과'가 하나도 지켜지지 못한 셈이다(관련 기사: 하와이 특사단 '반'손 귀국 자찬하는 국힘 "굉장히 중요한 성과" https://omn.kr/2dpa9).
사전투표 현장 메시지 없었던 한덕수... 당에서도 "큰 도움 안 돼"
한덕수 전 총리는 29일 오전 6시 10분, 서울 종로구 사직동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별다른 메시지는 없었고, 현장에 있던 기자들에게 "수고하신다"라는 인사만 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도 "오늘부터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되었다. 다음 5년간 우리나라가 어떤 길을 갈지 가르는 중요한 선거"라며 "저도 오늘 아침 일찍 사전투표를 마쳤다. '인증 샷' 올린다"라고만 적었다. "투표 실무를 맡고 계신 선관위 관계자분들께 감사 인사 전한다. 모두 정말 고생 많으시다"라고도 덧붙였다.
사진 속 한덕수 전 총리의 넥타이 색깔은 국민의힘과 관련 없는 초록색이다. 정치인들이 넥타이 색깔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 한 전 총리가 후보 등록을 위해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한 점 등을 미뤄보면 이례적이다. 당일 메시지에도 김문수 후보를 위한 응원이나 지지 표시는 없었다. 당에서는 지속적으로 한 전 총리에게 지원 유세에 직접 나와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아직까지 그는 한 번도 부름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당장 전날(28일) 페이스북에 뒤늦게 밝힌 지지 의사도 '톤 앤드 매너'에서 차이가 난다. 한 전 총리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포옹하는 사진을 올리며 "한 분 한 분 만나뵐 때마다, 저를 밀어주셨던 그 마음으로 이제부터는 김 후보를 응원해주십사 열심히 부탁드리고 있다"라고 적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은 이대로 멈춰서느냐, 앞으로 나아가느냐 갈림길에 서 있다"라며 "법치를 뒤바꾸고 체제를 뒤흔들고자 하시는 분들이 지금보다 더 큰 힘을 얻으면, 경제 번영도 국민 통합도 어렵다"라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측을 비판했다. "김 후보자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마음으로, 저부터 내일 아침 일찍 가까운 투표소에 가려 한다"라고 사전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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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일인 29일 서울 종로구 사직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아 이동하고 있다. 2025.5.29 [한덕수 전 국무총리측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 연합뉴스 |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경원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와 한 인터뷰에서 "결국 한덕수 전 총리께서 정치인 출신이 아니시기 때문에 선거 운동복을 입고 옆에 서시는 것은 어색하실 것"이라며 "그래서 한덕수 전 총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으로 지지의 의사 표시를 하셨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라고 애써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김재섭 국회의원은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대세를 기울이기는 어렵다"라며 "선거 당일날 '저도 투표합니다' 하면 '유권자로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다' 정도의 의미니까 사실 큰 도움은 안 되는 것 같다"라고 직격했다. "이왕 도움을 주시려면 일찍 오시는 게 좀 낫지 않았느냐"라며 "막판에 보수 결집 내지는 김문수 후보가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을 막 추격하는 과정에 모멘텀을 만들어주는 역할은 못 하신 것"이라는 평가였다.
'하와이 특사단' 성과 모두 사라져... 홍준표 "자업자득, 아이스 에이지 대비하라"
한편,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SNS를 통해 잠시 멈췄던 국민의힘 비판을 재개했다. 제5차 국민의힘 전당대회 경선에서 탈락한 후 전격적으로 탈당, 미국 하와이행을 택한 그는 이번 대선 정국에서 당을 향해 날 선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홍 전 시장은 이날 이른 오전 "내 탓 하지 마라. 이준석 탓도 하지 마라"라며 "그건 네들이 잘못 선택한 탓"이라고 국민의힘을 직격했다. 그는 "한사람은 터무니 없는 모략으로 쫓아냈고, 또 한 사람은 시기와 질투로 두 번의 사기 경선으로 밀어냈다"라며 "공당이 어찌 그런 짓을 할 수 있느냐?"라고도 날을 세웠다.
사실상 대선 패배를 기정사실화 하고, 그 책임을 조력하지 않은 홍 전 시장 본인이나 단일화에 응하지 않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에게 돌리지 말라는 지적이다. 그는 "다 네들의 자업자득"이라고 꼬집었다. 일련의 사태를 주도한 당내 친윤계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두 번 탄핵 당한 당일지라도 살아날 기회가 있었는데, 네들의 사욕으로 그것조차 망친 것"이라며 "누굴 탓하지 말고 다가올 '아이스 에이지(빙하기)'에 대비하라"라고 경고했다. "박근혜 탄핵 때는 용케 살아 남았지만, 이번에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예언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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